카사모정담란

카나리아 부르스

이규진 4 809 2011.02.07 21:34



어제는 아픈 몸을 끌고 걷고 또 걸어 김영호님 댁엘 가서 코로나를
바꿔 왔는데 등치가 크다 내 콘서트에 비교 한다면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인다. 이놈은 간밤에 미장원에서 밤을 새웠는지 눌러쓴 모자가
근사하고 몸은 밝은 노란색이 옅게 트위드된 크림 빛을 하고 있는데
녀석은 등치에 걸맞지 않게 몸이 작은 파이프에게 쫒겨 다니기도
해서 나를 웃게 하고 눌러쓴 모자가 깊어 눈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서운하다. 파이프 수놈은 제 발에 매달려 있는 고리에 원한이 많다
틈날 때마다 그 고리를 물어뜯지만 고리는 고래 힘줄을 닮아서 아주
완고하게 저항한다. 늘 드러누워 견디는 주제라 카나리아 노래 소리를
듣는 재미로 산다고 하였더니 내가 안 되어 보였던지 칼라 카나리아를
한 마리 줄 테니 가져가서 그 소리를 들어보라 권하신다.
얼결에 때 아닌 선물을 받아 당황이 되었지만 주시는 대로 고맙게
받았다. 크기는 문조보다도 더 크고 다리도 튼튼해 보이며 몸의 색깔은
밝은 래드인데 나는 또 이 래드라는 색깔에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목소리의 톤은 스카치 펜시보다 약간 큰 고음이나
갈라지지 않아 다행이고 물을 갈아 줄때마다 목욕을 하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참 듣기는 좋아 다행인데 나이 들어 별 볼일 없는
야곱처럼 짝 없는 홀아비 신세라는 게 어쩐지 자꾸 눈에 거슬린다.
돌덩이처럼 굳은 목과 어깨의 근육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래드의
암놈을 찾아주러 한번은 나갔다 와야 순리일 듯하다.
곧 봄이 오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이야 다들 이렇게 할 것이다 귀엽고 아름답고.......하다보니
하얗게 싸 놓은 똥까지 귀여워 보이겠다. 그러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열기가 식어 모든것이 귀치 않아지면 새들에게도 위기가
닥쳐 오겠지......모이도 주지 않고 물도 갈아주지 않고 서둘러
새 주인을 찾겠지........그래서 취미를 접는 사람에게선 새를
사고 싶지는 않다.  이건 무의식이다.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나에게도 이런때가 오지
말라는 법이야 없지 않겠는가? 언제일까 그런 때는?
병마와 싸우다 지쳐 널부러져 있을 때인가?
깊은 밤 내내 해오던 기도를 마치고 어둠의 저편을 바라다 보며
조용히 미소 짖는다. 그 다음의 일이야 나도 모르고
서둘러 미리 알자고 할 일이 아닌 것이다

평화를 빕니다


Feb 7 2011



사진은 김영호님의 같은크기 코로나 입니다.

...........







Comments

이찬순 2011.02.08 13:59
  한국 단편문학을 읽는 느낌을 갖게하는
정감어린 글솜씨이시네요. 잘 읽었어요.
모자를 눌러 쓴 카나리아도 멋집니다.
김성기 2011.02.08 19:19
  부디... 뭉쳤던 어깨 풀리시어서,
짝없는 녀석의 아픔을 달래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한번쯤은 다시 뵐 수 있지 않겠는지요~
김영호 2011.02.08 22:58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한답니다. ㅎㅎㅎ
정병각 2011.02.09 07:40
  취미생활도 좋지만 일단은 몸관리 잘하십시오.
그리고 좋은 종조들 얻어오셨으니 번식의 기쁨도 누리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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