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전축 이야기....

손용락 8 725 2003.11.21 14:26
아래 허접한 잡담의 덧글에 전축 얘기가 있어 생각이 났습니다만....
아주 어릴 때 요즘 말로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시골에 살았드랬습니다.

친척 형님 되시는 분이 소위 축음기라는 것을
가지고 오셨댓습니다.
RCA Victor의 상표처럼 큰 나팔이 달린 것은 아니고
그냥 자그마한, 손바닥 만한 반짝이는 혼이 달린 것이었습니다.

축음기 옆구리의 손잡이를 돌려 태엽을 잔뜩 감고는
요즘의 LP가 아닌 SP판이란 걸 놓고 작은 혼과 바늘이
달린 암을 올려놓으면 노랫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지요.
그 때 노래가 아마 백설희, 김정구, 신카나리아 같은
가수들의 것이었을 것입니다.
무지하게 신기했지요.

그후 몇 년이 지나 도시로 나오고 중학교 다닐쯤 해서
소위 전축이란걸 들여놨습니다.
이게 아주 가구 같이 생긴 것이
아래에 길고 가는 다리가 달린 것이 책상보다는 길고
뒤로는 책상 반정도 크기이며 높이는 비슷한 것 같은
기억입니다.
중파와 단파 라디오가 달렸고 오른 쪽에는 턴테이블이
달려 있고 10인치쯤 되는 우퍼가 있어
당시로는 하이파이 스테레오에 소리가 참 웅장했었지요.

지금도 기억하는 LP판이 “하춘화에요 나는 일곱살이에요”
라는 대사가 나오고 어린 하춘화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노래 판이 몇장 있었지요.

할머니께서 참 많이 아끼셨는데
세월이 흐르고 작은 라디오 같은게 흔해지면서
결국 케이스는 부셔서 불 때버리고
알맹이는 제 호기심의 재물이 되어 해부해 버렸답니다.
요상한 전자 부품 구경을 무지 많이 했었지요.
이때부터 전기/전자쟁이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부에는 made in W-Germany 라고 적혀 있더군요.

이젠 메니아를 제외하곤 거의 CD로 듣거나
컴으로 음악을 들으니......
축음기는 고사하고 아마 전축을 못 보신 분들도 많지요?
e

Comments

김은실 2003.11.21 14:59
  ㅎㅎ..어릴때.. 생각납니다..
저희집엔.. 고장이 잘안나서 오래동안 사용했던거 같은데,,,
그리고 ..부엉이 박제도 생각나네요..눈이 무서웠었는데...
김두호 2003.11.21 16:04
  중학교 1 학년때 음악 시간에 G 선상의 아리아를 감상하고 아버지께 레코드판을 사달라고 졸라 가구보다 더 큰 외제 전축이 집에 있었는데 자주 듣던 추억이 있습니다.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이 들고 가버려 남아 있는것은 레코드판 뿐이였는데 제대를하고 직장을 가지고 나서 처음으로 국산 전축을 거금을 들여 산적이 있고 공교롭게도 전축을 사서 집으로 배달이 되던날 어머님이 쓰러 지셔서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겐 추억이 담긴 애장품이었는데 그것도 몇번 이사 다니다 고물상으로 가고 지금은 오래된 레코드판만 수북히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가치있는 물건이 되지 않을까해서~~~~
권영우 2003.11.21 17:19
  군에서 면세품으로 산 인켈 오디오 시스템이 생각나는군요.
튜너, 카세트 데크, 앰프, 턴테이블에 스피커를 쌓아 놓으면 벽면이 한쪽 가려졌는데.....
너무 커서 전번에 이사할 때 전자과 사무실에 설치해 놓고 선생님들과 함께 라디오도 듣고 음악도 듣습니다.
김은실 2003.11.21 18:16
  서울살때..쓰던거 며칠전에 작업실에 두었는데.. 설치하다가.울집,,이가 망가트렸어요..
이젠,,그렇케..오랫동안 작업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오랫동안 있겠죠..ㅎㅎ
박태성 2003.11.21 19:28
  오랜 향수에 젖어드는 하루였나봅니다.
음악 좋아하는 것 제대로된 오디오로 들어보면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만족할수 없지요.
너무 깊이빠저 고행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전정희 2003.11.21 22:29
  아주 어릴때
흐릿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아버지와 막내 외삼촌께서
상기된 모습으로
덩치가 꽤 큰 전축을
사서 지고(?) 오던 날

그 후 그 전축은
아버지 자전거 다음으로
귀한 존재가 되어
매일 매일 마른 헝겊으로
저보고 닦아 놓으라고
일르시고 출근 하시던
아버지셨습니다
저녁에 퇴근하시면
깨끗이 닦아졌나,,하고
검사를 하셨지요

이젠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버지께서..얼마전에
쪼그마한 시디 플레이어를
장만하셨더군요
일제 쏘니로..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변함없이 뽕짝였습니다
강현빈 2003.11.22 07:06
  20여년을 가지고 다니던 전축중 턴테이블만 2년전에 버렸습니다 그냥 이유없이 버렸습니다
지금은 다시 생각이 납니다 옛것을 보존하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김은실 2003.11.22 11:58
  그러게요..
그땐.. 필요업다고 생각해서 버렸겠죠..
아깝다...란 생각만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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