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부화(퍼옴)

권영우 1 709 2003.12.22 15:20
알 속에서는
새끼가,
껍질을 쪼고
알 밖에서는
어미새가,
껍질을 쫀다

생명은
그렇게
안팎으로 쪼아야
죽음도
외롭지 않다 

- 이산하의 시 '부화' 전문

 
불가의 화두 중에 ‘줄탁동시’ 혹은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벽암록"에 나오는 이야기지요.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게 되는데, 이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탁'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이'줄탁'은 어느 한쪽의 힘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야만 병아리가 온전히 하나의 생명체로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지요. 껍질을 경계로 두 존재의 힘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이 비유를 불가에서는 참다운 사제지간의 관계를 말할 때 곧잘 인용하곤 합니다. 깨달음이란 스승과 제자가 더불어 이룬다는 거죠.

결국 이 세상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이 시를 읽으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조선 닷컴에서 퍼왔습니다-

Comments

강현빈 2003.12.22 15:35
  과학적인 현상에서도 반드시 반대는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걷기 위하여는 땅이 밀어 주지 않으면 안되듯이
혼자 인듯 하지만 반드시 둘은되고 그 이상이 될수도 있읍니다
남의 삶이 있기에 나의 삶이 비교 평가도 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있기에 남이 있고 남이 있기에 내가 있으며 그러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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