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가버린 내 새야, 넌 왜 죽어야했니?
유재구
일반
3
679
2004.01.24 18:32
설 연휴에 가버린 내 새야
귀가의 첫 발길은 당연히 베란다 새장이었다. 지저분한 가운데 모두들 반기는 표정이라 고마웠는데 마지막 장에 열심히 집을 지으며 배웅인사를 하던 놈이 아랫도리에 털도 없이 처참히 바닥에 쓰러져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설 아침 시골로 귀향을 준비하면서 새들의 상태를 살폈다. 세 쌍이 둥지를 틀기 시작하고 남은 놈들은 혹한에도 불구하고 생기발랄했다.
귀향의 며칠이 조금은 염려걱정이 되었지만 어젯밤 영하 17도에도 무사했는데 이틀정도 추위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3일정도의 먹이를 가득가득 두통에 넣어주고 목욕 겸 식수통에도 맑은 물로 가득 채워주었다.
시골에서 뉴스를 보니 '더춥다' '영하18도 - 24도'라고 운운하였지만 설마하였다.
그런데 오늘 귀경 후 한 놈은 집도 아주 예쁘게 지어놓고 먹이 주는 곳을 향하여 엎드린 채 싸늘히 식어 눈도 다 못 감고 있었다.
다리 한쪽과 배 아랫도리가 털이 없었고 부분부분 물기가 축축했다.
왜죽었을까?
알을 못 낳아서 죽었을까! 추운 날씨에 목욕하다 얼어죽었을까? 아니면 집 짓는 것에 탈진해 죽었을까!!!
내가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 임종이라도 지켰다면 마음이라도 덜 무거웠을 것을....
죽은 새자식 불알 만지기 식으로 배를 갈랐다.
그 속엔 잉태하다만 알 두 개가 그렇게 그렇게 달려있었다.
내 사랑하는 새야, 너는 왜 죽어야만 했니?!!!
.
.
.
.
설 연휴에 가버린 내 새 저승에선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길 빈다.
정말 안타깝군요. 더구나 집까지 예쁘게 지어놓고 뱃속에는 알까지.....
기쁜 설연휴지만 날씨를 원망 해야할지.....
아마도 유재구님이 사랑한만큼 좋은 세상으로 갔으리라 믿습니다.
안되었습니다.
아마도 알막힘 현상이 아닌 가 생각됩니다.
알막힘은 추위에 더 발생하기 쉽더군요.
다른 놈들한테서 기대해 보시기 바랍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