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기행기 4탄] 마무리..

윤성일 15 710 2004.07.24 11:10
4. 호남대학교앞 메기매운탕

원래 본 기행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과 호남대학교에 볼 일이 있어 시작된 여행입니다.
(저 사실!! 그간에 쌓인 내공(?) 덕분에 카나리 보는 것도 이골이 났슴다)
다 “카가 캬 같고..”

기실 그냥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릴 계획이었고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다녀올라고 했는디 사진을 떡하니 올리시는 바람에.. 흠흠.. 빼도박도 못하게 되었뿌렸슴다!!

아무려나,
워낙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광주 호남대학교엔 10시 이전에 도착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전날 새벽2시까지의 과음은 육체를 그냥 내버려두질 않더만요. 7시에 빼꼼 눈을 뜨곤 다시 침대속을 찾다가 급기야 물에 들어간 시각이 8시가 넘었더랬슴다. 반신욕으로 잠을 깨우며 냉수 한잔으로 속을 달랩니다.

9시 거의 다된 시각에 호텔방을 나와서는 17번 국도를 이용해서 남해고속도로 순천 IC로 진입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다들 활기차게 출근하는 시각에 저는 열심히 카나리 보러 다닙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광주IC를 지나서 광산 IC를 이용해서 호남대학교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0:35, 총 475km, 오늘 아침엔 89km를 주행하였습니다.

호남대학교 생물학과에는 은사님이 두분 계십니다. 한분은 제 대학교때 조교셨던 선배님 되시고, 또 한분은 학회에서 자주 뵙는 학계 선생님이십니다. 처음 부임하셨을 때 와보았으니 물경 13년만의 재회였습니다만 별다른 어색함과 쑥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3살때의 모습이 80세까지 가는 모양입니다만..

아직 정확히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수년사이에 학교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말씀과 함께 호남 특유의 메기매운탕 점심으로 지난 10여년간의 회포를 풉니다.

제가 학부때니 젖비린내 날 21-22세,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세월도.
그랬던 제가 37살의 노총각이 되어 있으니. 헐헐!!

오후 2:21 한낮의 더위를 뚫고서 다음 목적지인 서울을 향합니다만, 곳곳에 산재한 방앗간들을 빠뜨리지는 않고 있슴다.


5. 정읍의 카푸치노

그간 내장산국립공원 관련 과제와, 아울러 장성군의 산림계획 관련 용역들 덕분에 기실 정읍은 많이도 지나다닌 곳입니다만, 정읍시를 방문해 보기는 처음인 듯 합니다.
호남대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광산IC를 거쳐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 정읍IC로 빠져나옵니다. 이전엔 없었던 내장산IC도 새로 생겼더군요. 여기저기 흐드러진 단풍의 명소가 많이도 있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아직도 내장산의 가을단풍은 그 아름다움에서 으뜸인 모양입니다.

IC에서 정읍의 박정인님 계신 곳까지는 약 8분여 오후 3:46, 523km 주행한 다음에 도착하게 됩니다.
가는 길의 정읍천과 하천변의 여유로움, 작은 야산속의 정자와 단정히 가꾸어진 산책로 등은 이 “여기가 정녕 한국이란 말인가?” 하는 의구심마져 자아내게 됩니다. 라인강이 끼고 도는 언덕 한켠의 고즈늑함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찾기 쉬운 대로변 초입까지 나와주신 멋쟁이 분이 박정인 님이시더군요. 카나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슴다. 까닭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듯.

“포티올리 에스프레소” 라는 커피숍을 운영하시는 젊고 잘 나가는 사장님이 박정인님이시더만요. 도저히 카나리를 키울 분위기의 분의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뭔소리여? 이거!! 칭찬이여 욕이여!!). 뭐. 다른 사람들도 저 보면 그렇게 느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카푸치노 앞에서, 안장엽님에게서 분양받았다는 근사한 카나리 한쌍을 바라보는 시각은, 짧은 만남을 더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듯 느껴집니다.

호남대학교에서의 일이 늦게까지 진행된 터라 시간이 늦어졌고, 한정된 시간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취미생활을 위시해서 관심사, 지나온 길 등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았고 괜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언제고 다시 만날 시간엔 더욱 잼나는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오늘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게 되더군요.

호남대학교 일만 잘 마무리되면 카푸치노 마시러 열심히 달려갈 계획입니다요.


6. 전주의 오미자차

역시 운전을 좋아하시는 박정인 님이시라 확실하게 네비게이션을 해주시더만요. 정읍에서 전주에 이르는 그 유명한 국도1번을 타고서 전주를 향해서 출발합니다. 생각외로 초라한 국도1번(요즘엔 주요국도는 거의가 편도 2차선 이상이던디.)을 지나서 전주 안장엽님 댁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48, 부산에서부터 572km 주행하였습니다.

워낙에 명성이 높으신 분이라 그 환대와 따뜻함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제한된 시각에 쏟아지는 모든 환대를 뿌려치고 나오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안선생님의 새들이야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 롤러, 팀버라도, 파리쟌, 파도바니 등등 다양한 종의 상급개체들을 깔끔한 나무새장에서 관리하는 모습은 여간의 부지런함이 없고서는 어려운 일일것입니다. 아직도 식지않는 열정과 정열만이 감탄스러울 뿐입니다요.

시원한 오미자차와 멜론 조각으로 더위에 지친 카나리환자를 낫게하시고는 서둘러 제 갈길을 재촉해 봅니다.

드디어 본 기행의 종착지인 논산의 김옥상님 댁으로 차머리(혹은 차대가리)를 돌립니다. 이때 시각이 오후 6:48분입니다.


7. 논산, 화산의 붕어찜

시원스럽게 뚫린(하긴 월요일 이 시각에 새보러 다니는 사람이 있겠슴까?)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를 이용해서 20여분 주행후, 논산IC로 빠져나온 다음 지방소로를 따라서 김옥상님댁 도착한 시각이 저녁 7:17,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한후 613km 떨어진 지역입니다. 물론 직선거리는 아니지만요.

산도 아닌데 꼬불꼬불 이어지는 희한한 도로(중앙선도 없는 그런 도로는 호주에서 본 이후 첨입니다. 그렇다고 도로가 좁냐구요? 노선버스도 다니던데요?)를 따라서 5km여를 진행한 다음 맞는 따뜻한 환대와 더불어 고즈늑한 전원풍경은 김옥상님과 사모님의 성품을 대변하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김옥상님의 연구열은 워낙에 잘 알려진 터라 다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열정과 집념은 유사분야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듯이 느껴졌습니다.

애완동물, 특히 조류와 관련해서 몸소 겪어보신 대학연구실의 한계, 우리나라 업계의 문제점, 관련전문가의 부재, 경제논리에 따른 입각한 한계점 등등.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지 않았으면 느끼보지 못했을 수 많은 맹점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듯 했습니다. 이 와중에 집행된 엄청난 수업료와 시간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지만, 아무튼 그 많은 것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승화시키는 데 필요한 노력이 앞으로 배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런 와중에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더더욱 반가운 일일 터이구요.

라면 한그릇으로 충분하다는 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30여분 달린 후에 도착한 곳이 그 유명한 화산의 참붕어찜 집이었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전세내어 버린 공간에서 얼큰하게 끓여져 나오는 참붕어는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에 대한 항간의 불신을 싸그리, 한큐에 거시기 해버리더만요. 살살녹는 참붕어의 속살과 씨레기의 쌉쌀한 맛은 허기에 지친 카나리환자에게 좋은 영약식으로 다가옵니다. 덕분에 2공기의 밥을 깨끗이 비워버렸습니다. 게다가 누렁지밥까지. 아마도 저의 식성에 두분께서 맘속으로 놀라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날씬한 체격이지만 워낙에 잘 먹습니다. 그런데도 살이 부족한 이유는?

체력만 붙으면 출장다녀,
돈이 조금만 모이면 놀러다녀,
시간이 조금만 나면 카나리보러 전국다니는 등.. 한량끼에 준한 다이어트 비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 커피한잔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서 출발한 시각이 밤 9:50분경,
아마도 시각만 허락한다면 밤을 샛을 줄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요.

논산IC 이용, 호남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이용해서 새벽 12:49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여러 번 졸음으로 인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휴게소 의자에서 잠시 졸다가 도착한 결과입지요. 이번 기행은 총 805km를 주행하고서 마무리 되었군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한 거리가 497km이었으니 합하면, 4일에 1,302km입니다.


아직은 쓸만한 체력인가 봅니다.

언젠가 처음 카나리 종조를 모을 때 전국을 돌아다닌 이후에 거의 4년여만에 돌아본 모처럼의 지방방문에 새롭게 카사모의 애정을 만끽해 봅니다.
카나리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두고서 참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항유하고 있는 듯 합니다.

모쪼록 좋은 취미, 아름다운 관계를 거창한 취미로 왜곡하지 마시고, 즐겁게 취미생활만은 대충대충 오래오래 영위해 보셨으면 하면서..
장문의 보~올~드 한 기행기를 읽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appaloosa..

기실.. 곳곳마다 한편으로 올리려다가.. 흠흠..

Comments

윤성일 2004.07.24 11:12
  뭐.. 별반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헐헐~~

A4 편집용지(좌우 23, 위아래 12)에 글자크기 10에 줄간격 200, 장평, 자간없이..
12페이지 나옵니다.. 쿡~!

appaloosa..
윤성일 2004.07.24 11:13
  각 지방의 먹거리만 소개함다.. ㅋㅋㅋ

appaloosa..
김학성 2004.07.24 11:53
  너무도 부럽네요~

전국을 기행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건과 전국을 다닐 수 있는 자동차와 윤성일님의 건강과
카나리아를 통한 인맥과 기행기를 멋지게 마무리 하는 열정과 기타 등등...

그리고 먹을거리(=먹거리:먹을거리의 잘못된 표현) 소개에 감사를 드립니다요^^
허정수 2004.07.24 11:55
  저도 다음달 중에 정읍, 전주에 갈 계획이랍니다^^
박상태 2004.07.24 13:42
  먹거리는 잘못된 표현이 아닌데요? ^^
권영우 2004.07.24 14:23
  더위에 1302km나 다녀 왔으니.....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 가 봅니다.
가시는 곳마다 특산물(?)을 드셨으니.....
운전할 땐 졸지 마시길......
지난 달에 뒷차에 받혀서 2~3주나 고생했습니다.
김두호 2004.07.24 16:28
  검은부리 금정조는 아직까지 꽝입니다.
지금 날림장에 있구요.
비만에다 호홉기까지 심해 가을에 일을 하려나 모르겠네요.
암놈은 산란을 하는데 숫놈들이 제구실을 못하니 허허 남자들은 무기력 하군요.
기다리시거나 아님 가져 가신다거나...
저 회장님과 어제 채팅할때... 서울 갈려고 헀다 더워서 포기한다는 글이었는데...
그래서 회장임 술값 벌었다는 야그인데...
당분간 서울 못갑니다.
더위에 지쳐 남의 집 방문도 그렇고 질질 흘리는 땀을 주체하질 못해서..
박진아 2004.07.24 17:51
  세상에 읽다보니 밤되네요.
ㅎ호호... 기행기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붕어찜....카프치노/....부러워서 배가 아프네요.
언제한번 저리 다녀보나>....... 허정수님 정읍가시고 전주가실째...
뭉치면 산다던데요.  ㅎㅎㅎ
이기웅 2004.07.24 19:42
  여행기 책이라도 하나 내야 겠습니다~!^^
음식기행이든지..ㅎㅎ
안장엽 2004.07.24 20:22
  와아...
글 잘쓰신다^0^
군데기 하나 없는 요점에다 스믈 스믈 넘어가는 문장 과 매끄럽게 처리 하는
수법은 최고의 기행문 입니다.
김학성 2004.07.24 22:49
  먹거리? 먹을거리??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인정... 하지만~ 먹거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 ^^;;

<a href=http://blog.khan.co.kr/media/folderListSlide.asp?uid=hotchild&folder=11&list_id=3011681 target=_blank>http://blog.khan.co.kr/media/folderListSlide.asp?uid=hotchild&folder=11&list_id=301168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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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008/25_2.htm target=_blank>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008/25_2.htm</a>
이덕수 2004.07.24 23:37
  올 여름 휴가를 아직 안 가신분들은
윤성일님의 기행문을 상당부분 참고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특히 서해 남도쪽을 여행하실 분은
정읍에 들려 차한잔에 잠시 지친 몸도 쉬고 카나리아도 구경하고

참으로 궁금한게 있는데
김삿갓님이 오늘날 환생하여 이 글을 본다면 그도 놀랠까아?
김기곤 2004.07.25 01:29
  박정인님 커피숍의 카프치노 향기 죽입니다.
맞죠, 윤성일님.
윤성일 2004.07.26 10:17
  쓸데없이. 길기만 한 글을.. 재미나게 읽어셨다니.. 감사합니다..

가는 곳마다의 환대에 감사드리며..
언젠가 서울오실때는 큰 기대를 갖고 오셔도 좋겠습니당.. ^0^

appaloosa..
박정인 2004.07.26 17:16
  아이고,,, 맛있게 드셨다니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든지 오시면 정성껏 뽑아 드리겠습니다.

쭈~욱 읽어 보니 정말 대단하신 기억력과 체력 이시네요..^^
다음에 오실때는 옆자리에 가득한 책대신 형수님이 앉아 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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