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 " 나무 "
박동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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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1 04:04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 류시화의《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중에서 -
* 때때로 이런 '나무' 같은 존재가 그립습니다.
여기저기 인생길을 기웃거리며 총총걸음으로 움직이지만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우주의 중심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 뿌리 박고 서서 나를 지켜주고
받아들이는 나무! 말없는 자연의 스승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도 위대합니다.
헌 것을 버려야 새 것을 얻을 수 있음을 ...
나무는
나무는 알고 있었다.
박동준님!
추석 잘 보내셨지요?
잔잔히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일깨워 주는 좋은 아침편지 같습니다.
...그 소년이 나이 들어 노인이 된 후 숨이 찰때도 오래전에 베어진 그 나무는
그루터기 의자를 소년에게 제공해 줍니다...
나무는 침묵의 시인 같다는 느낌이네요.
추석도 쉬지 않으시고...
나무는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잠재우기도 하고...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때까치 집을 털던 그나무가 고목이 되었더군요.
어렸을 때의 고목들은 대부분 재개발로 베어져서 사라져 버렸고......
바람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나무가 그립군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가 불쌍하단 생각을 가끔은 가져봅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나무야!"
나무야~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언덕에 외로이~서서 아무도 찾지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란 노래 가사가 생각나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