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건강에 대한 좋은글...

이상규 3 708 2006.02.28 09:21
가벼운 검진이 있어 병원에 갔다. 늘 복잡하고 붐비는 곳이 병원이다.

차례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언제 내 이름을 부를지 모른다. 잘 살고 있는데,

공연히 몇 가지 검사를 받아 보자는 처의 말을 듣고 따라오긴 했지만, 병원에 와서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나이 들어 병원에 가면 좋은 소리 들을 게 없다. 탈이 난 것임이 밝혀져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환자로서 수감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보호 아래 들어간다는 것처럼 화나는게 없다.

정상을 그리워하는 비정상들의 집합소, 그게 병원인 것 같다.




내시경실에 들어갔던 부인 하나가 휴지로 입을 막고 나오는데 피가 사방에 묻어 있다.

의사가 따라 나와 급히 응급실로 옮기도록 조치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긴장하는 듯 했다.

아직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밥 한 수저에 잘 익은 김치 한 조각 얹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상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행복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병원이 즐겁지 않은 곳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병원은 우리가 정상이라는 것, 있는 그대로 이미 즐거운 존재라는 것을 일깨우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오만을 치료하는 곳, 신을 발견하는 곳,

우리가 고기 덩어리일 수 있다는 것, 돈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고통은 어떤 깨우침과 같이 있다.

위험과 기회는 늘 함께 손잡고 다닌다. 이별은 사랑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불편하지 않으면 편리함을 알 수 없다. 마음이 즐거우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 하다. 그리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병원의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무료한 기다림의 시간을 이런 생각들을 하며 보내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병원은 그리 나쁜 곳은 아닌 듯도 하다.




우리가 가끔 아플 때 깨우치게 되는 일상의 아름다움은 건강이라는 소중한 것을 내 놓고 배우게 되는

아주 비싼 교훈들이다. 감기와 몸살조차도 우리가 조금 쉬어야 한다는 것을 잊은 대가임을 깨닫게 해 준다.

다행이 우리들은 아무 탈도 없었다. 벌써 점심때가 다 되었다. 함께 나오다 복 집에서 시원한 지리를 시켜 먹었다.

참 맛있었다. 한 끼만 굶어도 밥은 즐거움이 된다.




                                                                                                                            <좋은 생각 5월호>

Comments

박상태 2006.02.28 09:59
  맞습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요.. 그럼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 건강만큼 등한시하고 살아가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김두호 2006.02.28 12:33
  좋은 글 입니다.
읽어 볼수록 마음에 새겨 봅니다.
우환이 가정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없어서도 안되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아내가 조금 좋아져 간다는 느낌이 있는데, 벌컥 장인이 중한 선고를 받네요.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가서 입원 날짜와 수술 날자를 받고 돌아와 맥없이 앉아 있습니다.
권영우 2006.02.28 18:01
  저도 병원가기가 겁납니다.
50대면 이곳저곳이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여러가지로 일이 겹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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