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카나리아 기르기 어느덧 1년...

원태희 8 748 2006.04.10 21:46
작년 이맘때 붉은 카나리아 한쌍을 사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곧 알을 숨풍숨풍 낳고 새장에 나리들이 바글대는것을 기대했었지요.

그런데....암컷과 죽도록 싸우기만 하는 수컷은 구입 초기의 그 예쁜 노래도 불러주지를 않았고
그렇게 벙어리 처럼 일년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예쁜 백문조 한쌍은 몇배의 자식농사를 지어서 친구들에게 분양도 했지요.

지난 겨울에도 예전처럼 새장이 있는 베란다에 비닐로 방풍작업을 했고 날이 추우면 마나님의 난방비 잔소리를
들으며 거실문을 열어 온도유지에도 신경을 쓰고 살았습니다. (베란다 기온 10도 유지...)

그러던 1월 어느날...
죽어라 싸우면서도 열심히 구애의 노래를 부르는 등,  나리들의 신상에 이상한 변화의 조짐을 느끼게 되어
접시둥지를 구해 걸어주다가 바닥에 떨어진 알 2개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에구머니나...쩝쩝~

안타깝고 가슴아픈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둥지속에 깃풀을 넣어주는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깃풀을 구하려니 막막하였는데 이 방을 둘러보다 겨우 생각해낸것이 로프...
뒷산 등산로에 안전용으로 쳐놓은 굵은 로프가 생각이 난것입니다.

그리하야 어둑어둑한 저녁에 주머니칼을 들고 부랴부랴 뒷산을 올라가 로프 끝의 부드럽게 흐트러진 부분을 잘라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 하산하던 등산객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저를 보는것이 아니겠습니까?...(혹시 간첩?)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한주먹을 잘라 집에와서는 라면끓이는 냄비에 넣고 푸욱 삶아서 (냄새가 고상하더군요)
소독하고, 한올 한올을 풀러가며 헤어드라이어로 말리고 깨끗한 한줌이 만들어지자 접시둥지를 꺼내어
대충 모양을 만들어 넣어주었습니다.

다음날...빈둥지, 그 다음날...알 한개, 그 다음날...알 두개
이렇게 시작된 나리의 번식은 한마리의 부화, 성장으로 겨우 일년만에 성공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아직 어린것이 밥도 떼기전에 시끄럽게 우는 수컷, 부산해지는 암컷, 결국 알을 4개 낳고
암컷은 포란에 들어가 꼼짝도 하지않고 새끼들에게 밥도 주지 않더군요.

이러던 중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년간 죽도록 싸우던 부부가 수컷이 먹이를 물어다가 포란중인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이고..
제 자식을 낳아주고 품는 암컷을 이제야 사랑하게 된 수컷 이었나봅니다.

이렇게 수컷의 열성적인 육추로 두번째 아기들도 분리에 성공하였는데 분리하기 몇일전부터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제 새끼들의 털을 뽑는 광경을 보게되었습니다.
암컷은 포란중에 먹이 먹으러 나왔다가 둥지 곁에 앉아있는 새끼들의 깃털을 뽑고 들어가고
수컷은 육추를 하면서도 새끼의 털을 (주로 가슴과 배쪽의 솜털) 뽑아 물고다니다가 바닥에 버리더군요.
(포란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둥지재료가 부족한것도 아닐텐데)
제가 잘못 기른 이유로 나쁜 습성이 생긴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

아무튼, 어제 어린것들이 밥을 스스로 먹는것을 확인하고 분리했으니 이제 뽑힌털만 자라면
예쁜 나리가 될것으로 기대 됩니다.

그 어렵게만 생각되던 카나리아 기르기...새끼를 두배째 받아내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것이 많아 오늘도 카사모를 기웃거리지만 그래도 모를것은 카나리아 마음속 인것 같습니다.

조금씩 공부하며 고급 품종도 접근해보고 싶고, 베란다가 시끄럽게 카나리아를 채워보고도 싶군요...
많이 도와 주시길.....
감사합니다.

Comments

김혁준 2006.04.10 21:51
  와.. 멋지네요.. ^^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국순정 2006.04.10 22:43
  오랜역경과 뜨거운 눈초리와 잔소리를이겨낸 보람이겠죠.
축하 합니다.소원 성취하시길 빌어 봅니다.
강미숙 2006.04.11 01:37
  원태희님 ..안녕하세요
저도 작년 10월에 롤러카나리를 선물받아 키우고 있는 왕초보입니다
1월에
둥지짓기 부터 짝짓기.. 포란..탄생 육추과정들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유익한 겨울방학을 보냈답니다..
길지 않은 시긴동안 쪼로롱과 포로롱이 저희 가족에게 큰기쁨을 주었지요
봄봄, 하하, 추추, 동동 아기새들도 요즘 털갈이를 하며 많이 컸지요
이글을 쓰는것은 부탁의 말씀을 들이기위해서입니다
저희 집이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여...베란다가 없어져서 열악하게 카나리를 키우는 실정입니다
아이들도 섭섭해하고 정이들어 망설이고 망설이다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기위해 카사모에들렀다가
원태희님의 글을 읽는 순간 저희 카나리들을 돌봐주실 적임자라는 생각이들어 글을 씁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쪽지 연락주세요 참고로 저희집은 서울 송파구입니다
현재 엄마, 아빠, 아기새 5마리 를 더블케이지 2개에 나누어 기르고 있습니다
전신권 2006.04.11 09:05
  벌써 천사의 도움이 있네요. ㅎㅎㅎ
좋은 인연이 되어 귀한 생명체가 넘쳐나길 바랍니다.
권영우 2006.04.11 09:43
  카나리아를 기르다 보면 어느 때는 사람보다 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사는 일이 모두 비슷한가봅니다.
사람이나 새들이나....
이제는 좋은 결과만 기대하면 되겠습니다.
김익곤 2006.04.11 14:01
  원태희님 글을 읽다보니 새를 기르는 사람의 마음이 다 비슷하나 봅니다.
그래도 원태희님은 다른새를 접해본 경험이 있으니 이곳에 자주 들리시다보면
많은분들의 경험담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초보인지라 날마다 들어와 보곤 하지요.
무엇이든 경험같이 중요한게 없지요. 많은 선배님들의 고견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꺼라 생각 됩니다.
이상규 2006.04.11 15:31
  제가 이루려고 한 꿈들을 다 이루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원태희 2006.04.13 23:23
  에구..늦게 제 글을 보았더니...천사가 다녀가셨군요...

좋은 분께 드리셨기를....^^
글이 없습니다.
접속통계
  • 현재 접속자 465 명
  • 오늘 방문자 7,462 명
  • 어제 방문자 10,841 명
  • 최대 방문자 11,198 명
  • 전체 방문자 2,454,974 명
  • 전체 게시물 34,713 개
  • 전체 댓글수 179,323 개
  • 전체 회원수 1,40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