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단방 약

김갑종 9 704 2008.01.03 14:10
(단방 약)
1월 2일 시무식이 끝나고 새해 인사를  하는 도중에 "운동 많이 하시나봅니다."라며
 악수를  하고 지나가는 동료가 있었지요.
지 손등을 내려다 본 순간  제 손등은 까만 반점 투성이에 갈갈이 터진, 어릴적 흙만지고
씻지않아 자라등처럼 튼손, 그 손이 쑥스럽게 제 앞에서 내밀고 있었지요.
화장실 가는체 하고 악수대열에서 빠져 나오긴했어도
새해 첫 날 손이 부끄러워 혼이 났습니다.
사무실에 와서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질려 봐도 튼손은 피만 나고 말았지요.
이미 늙은 손은 틈만 나면 골프연습장 가고 눈 뜨면 베란다 새장 청소와
 물갈아 주기를 하는 농부의 손, 틀림없는 내 아버지의 손입니다.
제 결혼식날 농번기 일하시다 그대로 올라 오신 아버님의 손은 말할 것도 없고
손톱을 길게 길려 손톱에는 파란 풀빛색의 때가 가득 끼어 있었답니다.
손톱을 깎겠다고 준비하여 옆에 앉으니 노발대발이십니다.
"촌을 살리라고 노바꼬(농업학교) 보냈더니 지애비 손에 붙은 농기구를 없애겠다고?"
할 수 없이 손톱 때만 제거했지요.
구리분 장수의 "손발 튼데 단방 약"
그 단방 약이 그립습니다.


    그림: 남해 사촌 알로에 (사촌 마을)

Comments

김갑종 2008.01.03 14:46
  여자는 손이 먼저 늙는다고 하는데 남자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ㅎㅎ
단방 약의 주 재료가 그리세린?
그래서 그리세린을 발랐더니 틈이 많이 좁혀졌습니다.
딸내미한테 주의를 많이 받았건만 ...
김창록 2008.01.03 15:55
  그 그리세린 입으로 가져가면 달고해서 손등을 핧아 보기도 했죠
손용락 2008.01.03 18:57
 
예전엔 튼 손에다 맨소래담이란 록색 뚜껑이 덮인 납작한 깡통에 든 약을 발랐지요.
(부르긴 그리 불러도 약 이름은 유한양행의 안티프라민이 아니었든가...??)

그기 글씨 당시에 10원이었는데 손이 많이 터서 친척 아주머님이 저에게
오십환짜리 동전(동전은 화폐개혁 전 것도 공용) 하나와 1원짜리 4개 주면서
잔돈이 없다고 1원을 깍아보라고 해서 친척 동생과 자전거 타고
읍내의 약방엘 갔었지요.

돈이 모자라 좀 부끄럽기도 하고 자전거 운전도 해서
그 동생보고 들어가서 사오라고 했지요.
밖에서 들으니 동생 왈 ;

" 오십사원짜리 맨소래담 주이소""

자전거 타고 있다가 배에 쥐나는 줄 알았습니다.
아마 그때가 그 동생이 국민학교 (요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라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김갑종님, 맨소래담이라도 구해서 발라보시지요.ㅋ
박기변 2008.01.03 23:35
  울 아버지의 손길도 그립습니다.
어릴적에 알로에를 가져와서 직접 깍아 주시곤 하셨는데...

이젠 뵙고 싶어도 뵐수가 없어요!!
권영우 2008.01.04 06:47
  요즘에야 아무리 그래도 동상에 걸려서 통통 부은 손이나
여기 저기 갈라져서 피까지 비치는 손을 구경할 수는 없더군요.
영양섭취도 좋고 환경도 따뜻하니.....
넘쳐나는 물자에 아까운 줄 모르니 모든 것이 귀하디 귀한 그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이미지 2008.01.04 10:20
  남자분들이 손이나 피부에 신경쓰지 않으시니..
화장품을 바르시고 일회용 비닐 장갑이나 스팀타월로 감싸 주시면 효과가 배가 됩니다.^^
김갑종 2008.01.04 10:22
  손톱이 농기구란 말은 평생 처음 듣는 말일겁니다.
멋장이 아가씨들은 손톱을 길게 길려 멋으로 단장하겠지만
 논매고 풀베고 밭갈이 흙만지는 일에는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는 농부들은 알고 있지요.

맨소래담은 잠 올때 잠 쫓는 약이 아닌지요?ㅎㅎ
염려 덕분으로 손이 깨끗해졌습니다. 새해 인사 악수를 청하니 뿌리치지는 마옵소서!!
김창록 2008.01.04 15:19
  작은 북치고 다니는 "동동구리무" 장사

방독면가방 메고 " 쥐약사라 쥐약 안사고는 못살끼다 쥐약사라 쥐약"

옛날 소리가 귀를 울리고 지나가는 소리가 엊거제인데....
정병각 2008.01.07 12:48
  다 열심히 살아오신 증표가 이닌지요...
그런 손들을 볼 때마다 그냥 자랑스런 마음 가시시면 어떨란지요..
글이 없습니다.
접속통계
  • 현재 접속자 816(1) 명
  • 오늘 방문자 8,544 명
  • 어제 방문자 10,841 명
  • 최대 방문자 11,198 명
  • 전체 방문자 2,456,056 명
  • 전체 게시물 34,754 개
  • 전체 댓글수 179,323 개
  • 전체 회원수 1,40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