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눈길에서 5시간.....

김성기 17 689 2010.01.05 17:24
1월 4일....
눈... 정말 많이 옵디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눈오는 풍경,... 너무 좋았습니다.
운전을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고,
겨울 보낸지도 20여회 지난 베테랑 운전사 인지라,
아무런 생각없이 차 몰고 출근을 했죠.

8시 30분.... 집에서 막 출발을 하는데,
"에헤라~ 디야~~~~~~~~" <==제 벨소리 입니다.
전화가 오네요?
저보다 20분 빨리 나선 딸아이의 전화 였습니다.
버스가 없어서 전철타러 못간답니다.
자식새끼의 호출에 어쩔수없이 약속장소에가서 태우고,
동암역으로 향했습니다.
헐~~
장난이 아니던데요?
누가 하늘에대고 욕지거리 했는지 사정없이 눈이 퍼붙는 겁니다.

30미터 정도 되는 고개길에 차들이 뒤엉켜 있더군요~
저 부류에 휩쌓이면 오도가도 못한다 라는 직감에 방향을 돌렸습니다.
고개가 없는 주안역이 나을것 같다라는 판단에....
주안역으로 향하는길에 이리저리 헤매는 차들 등쌀에 20여분 소비하다가,
언듯보니 타이어 자욱이 안보이는 눈덮힌 길이 보이더군요~
간석역으로 가는 지름길이였습니다.
어차피 눈 쌓인 길은 미끄럼도 덜하니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간석역에 딸아이 내려주고 가좌 IC 로 갔습니다.
그때까지는 순조로왔습니다.

가좌 IC 진입하는데 10여분,
그때부터 고생길은 시작 되었습니다.
앞서가는 좋은차..... 체어맨 이였습니다.
연료를 휘발류로 안넣고 쏘주를 넣은것 같았습니다.
이리저리 S자를 그리며 주행을 하더이다..... ㅋㅋㅋㅋ
웃음이 나올 수 밖에요~
괜히 가까이가다가 접촉사고라도 나면... 나만 손해 아닙니까?
앞차와의 간격을 조금 벌려 주었지요~
그 틈을 비집고 1톤 타이탄이 꼽사리 하더이다.
다른때 같았으면 상향등 켯다껏다 하면서 끼어들기 못하게 방해라도 했을텐데,
제가 누굽니까?
22년 무사고의 닳을때로 닳은 능수능란한 운전자 아닙니까?
양보를 했지요~
바로앞차 타이탄.... 그 앞의 체어맨.... 두 차량의 빙판길 트위스트를 보면서 서인천 IC 까지 갔습니다.
ㅋㅋㅋ
결국... 그 두 차량은 뜨거운 사이(?)로 발전 하더라구요~
한번의 스킨쉽에 이어서 바로 누구입이 큰지 확인 했습니다.
그차들을 피해서 한 20여분 해메다가 인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습니다.

일산으로 가자면 톨게이트 지나 외곽순환도로를 타야 합니다.
차들이 쭉~~ 늘어서 있는 쪽으로 어찌어찌해서 끼어들기를 하였습니다.
두어대 차량이 지나는가 싶더니 그때부터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내려서 진입로를 바라보니 ....ㅠㅠㅠㅠㅠ
탱크로리 한대와 예쁜승용차 두대가 언덕길에 절친한 연인사이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목소리 큰 사람은 있더라구요~
약 20분 뒤에 렉카차가 왔습니다.
근데... 오면 머 합니까?
다가가지 못 하는걸~
그럭저럭 제자리에 서서 한시간을 그냥 보냈습니다.

순간.. 옆쪽 서울로 나가는 차들은 슬금슬금 잘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맞어~ 부천 IC 에서 빠져 나갔다가 돌아오면 되는거야~"
"나 혼잦말.......난 왜 이렇게 눈치도 빠를까?"
얼른 빠져 나와서 부천 IC 쪽으로 직진 했습죠~
얼래?
이쪽은 아예 진입을 못하네?
제 짐작에.... 부천쪽으로 집입하는 곳 바로앞에 신호등이 있는데,
그곳 또한 얕은 언덕인지라 차들이 엉켜 있는것 같았지요~
신월로 가? 말어? 를 수십번 되뇌이다 또 빠져 나왔습니다.
결국 신월 IC 에서 유턴할 생각 이였죠....
ㅠㅠㅠㅠㅠ

나의 착각 이였습니다.
신월 IC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더 직진 했지요~
목동까지 같습니다.
목동 로데오 거리로 집입하여 다시 고속도로로 돌아 나왔습니다.
인천 쪽으로 향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외곽순환도로 진입로에는 차들이 없었으면...."
흑~
난 왜 이렇게 헛된 망상을 잘 합니까?
분명히 반대 진입 로에는 차들이 없었는데,
돌아서 와 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건너편 외곽도로 진입로에 서있던 그차들....
제가 한바탕 영화촬영하고 돌아올 때 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더라구요~
내차 뒤에서 담배만 뻑뻑피워대던 로젠택배아저씨의 하염없는 담배 연기만이 눈 내리던 고속도로위를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젠 출근이고 뭐고... 생리 현상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전화를 했지요~
사무실에는 도착한사람이 딸랑 한명 이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
나... 더 이상 못간다~
배째라~
그리고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그것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부평 IC 를 지나는데 20분... 점점 아랫도리 방광에서 심한 아우성 입니다.
서인천 지나는데 여러 차량들이 미끄럼 타더이다.
좌로 휘어진 길이면서 약간 내리막길.....
바퀴는 구르지 않는데 차들은 잘 가던데요?
그러다가 이리쿵~ 저리 쿵~
내 일이 아닌지라 재미는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 심뽀가 고약한것 같습니다)... 나만 아니면 되? <--1박2일버젼~ ㅎㅎㅎ

가좌 IC 를 빠져나와 비탈길 없는 곳으로 어찌어찌하여 돌아 나왔습니다.
정확히 오후 2시20.... ㅠㅠㅠㅠㅠ
문 열려있는 상가앞에 차를 세우고,
한창 날릴때 달리던 속도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흑~
내가 가는 화장실은 왜 그렇게 문들이 잠겨 있는 것입니까?
3곳을 해메다가 다시 차를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주차장에 차를대고 바로앞 노인정으로 들어가서 급한불을 껏습니다.
그 모양을 지켜보시던 경비아저씨 왈~
"얼마나 급했으면 인사도 안받느냐" 라고 하더라구요~
저요~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들어와서 속옷 갈아 입었습니다.
(요실금..... 이해가 갑니다.)

길에서 보낸 5시간 30여분...
악몽이였습니다.
새해 첫출근부터 모든 액땜을 하였으니,
아마도 올해에는 뭔가 잘 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실꺼죠?


Comments

서장호 2010.01.05 17:35
  푸하하~~
정말 오랜만에 김성기님의 장문타법에 사무실에서 혼자 낄낄 거리고 웃었씁니다..^^
당사자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너무 센스있게 써 주셔서..^^ 너무 웃었네요..ㅎㅎㅎ
(소주먹은 자동차..ㅋㅋ)

암튼 엄청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야.. 눈 많이 오고 길 막히면..
시골 논두렁길 따라 달리면 되니.. 막히는것 없고..
비포장 도로 비수무리 한지라.. 미끌어질 일 없어서 그나마 그런 영향은 덜 받습니다..^^

아무쪼록.. 더이상 눈은 안와야 할터인데요..^^
김영호 2010.01.05 17:41
  정말 5시간동안 많이도 돌고돌고 하셨네요. 진주아파트지나 십정동고개에서 석바위쪽 다시 주안,목동,부평...

대단하십니다. 글읽다가 눈빠지고 목빠지는줄 알았습니다.ㅋㅋㅋㅋ

한편의 드라마 잘 ~~ 보았습니다. 어찌나 맛깔나게 쓰셨는지..ㅎㅎㅎ
정효식 2010.01.05 17:47
  저랑 비슷한 일을 겪으셨네요.
7시30분에 집을 나서서 5시간 동안 2.3키로 전진.
회사에 퇴근시간 전에 도착만 하면 퇴근할 엄두는 못내니 인근 여관에서 잘 요량이었는데,
12시30분경 되니 배도 슬슬 고파지고,
5시간 넘게 운전대에 앉아있으니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는데
네비에는 도착예정시각이 밤 12시 30분으로 나오네요.
하는 수 없이 사무실에 전화 걸어 퇴근전에 도착 못한다고 알리고 집으로 되돌아 갔네요.

근래에 폭설이 온 경우가 없는지라
눈길 경험없는 운전자들이 대거 길거리에 쏟아져서는
악셀을 밟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차는 묘기대행진을 펼치고

중간중간에는 운전자 보이지 않는 주인없는 차량도 많이 보이더이다.
용환준 2010.01.05 18:05
  ㅎㅎㅎ 고생하셨다는 생각보다는 웃움이 먼저 나오는군요.
5시간이 넘도록 볼일을 못봤다니 인내력이 대단하십니다.
그 나이에 그걸 참다니.....정력이 대단합니다.
원영환 2010.01.05 18:29
  눈길속에서 5시간 동안 고생했을 심정을 생각하면 재미있게 읽었다는
표현을 쓰면 안되겠지만......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방광의 압박을 그렇게나 참다니...
급한되로 차 세워놓고 잠깐 길가에서 실례를하시지?
아무튼 집 부근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쏟아내는 배뇨의 참맛을 그누구가 알겠습니까?
심진섭 2010.01.05 18:45
  김작가님의 "울산 옵빠이"에 이어 "눈길 트위스트" 발행 축카 축카 ㅎㅎㅎ


김용수 2010.01.05 21:46
    ㅋㅋㅋ 쥐이는 반나절이었네요

  김성기님 다운 발상에 그유머에 달필에 또한번 웃고 또 놀랐읍니다

  아무튼 고생하시고 즐거움 맛보셨고 나름 상황의 반전도있었고

 혼자 미소로 상상 해보고 가네요  고생 많으셨읍니다
정수훈 2010.01.05 21:53
  장편글처럼 운전도 장시간 하셨네요.^^

대구는 큰길에 눈이 없습니다. 작은 길만 빙판이 좀있구요.

여턴 운전조심 하십시요.  잘못하면 혼자 마구 가버립니다.
하수용 2010.01.06 07:37
  손,발이 땀나는  수필입니다. ㅋㅋ  1박2일버젼이란 말에 넘 젬있습니다.
강현빈 2010.01.06 09:44
  이글 읽는데도 다섯시간 걸립니다 아무튼 장문 쓰시는데 달인 이십니다
김동원 2010.01.06 09:46
  ㅎㅎㅎ 김성기님  단편소설  입을 짝 벌리고 읽엇다요...작가님이 어찌나  감성이 풍부한지...
 소주먹은  자동차  처음보네요...
오랫동안  기역에 남은 하루 일거여요..
앞으로  자동차에  빈 맥주병하나  넣어서 다니세요..
아니면 갓길에서 노상방뇨라도  하시지  구랫어요...
이두열 2010.01.06 09:58
  김성기 아우님  과 정효식 아우님 김성기님  말씀대로  내 .일이  아니라서인지  재미나게
읽어습니다  .장문력  들이  대단들  하시네요  .
년  초부터  고생하셨으니  금년 새 .농사는 대풍을  이룰 겁니다  .
하시는 일마다  뜻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
조충현 2010.01.06 10:02
  올해 액땜 다하셨으니 옥을 억수로 많이 받으시겠습니다.
드라마센타에서 작가님으로 모셔 가겠습니다.
손용락 2010.01.06 11:28
  드라마 쓰시는 걸로는 ??가 엄청 좋은거 같은데...
월욜날 차끌고 나간 거 보면 xx가 나빠 손발이 고생한거 같고...ㅋ

전철 타고도 평소 1.5배 걸리더이다.
한창선 2010.01.06 13:06
  김성기님은 영역표시도 않하시나봅니다ㅋㅋㅋㅋㅋㅋ
소변까지 참으시면서 출근전쟁 치르시느라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글 참맛깔나게 잘읽었습니다,
첫날 일년액땜하셨으니 나머지 날은 좋은일만 생길것으로 확신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허은희 2010.01.06 18:28
  무지 긴 하루였나봅니다..
올한해는 안좋은일들 폭설속에 다 묻어버리고 좋은일만 눈처럼 쌓이길 기대해봅니다.
강계수 2010.01.06 23:18
  맛 깔스런 내용에
그래 그랬어 나도 힘들었지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들 많았을 겁니다,

저도 구로에서 부천 공장에 가느라 3배의 시간과
그동안 갈고 닦은 운전솜씨를 발휘하여 다녀오니
퇴근 시간 다되더라구요 수고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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