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 이야기(조류의 자해에 관한 보고)ㅎㅎㅎ
박진영
일반
19
838
2003.08.11 14:04
왠 못난 놈이냐구요?
저희 집 베란다에 이런 저런 새들이 몇 마리 있는데 그 중에 호금조 한쌍이 있습니다.
제가 새를 키우려고 마음 먹었다고 하니... 아는 분이 한쌍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집사람은 너무 예쁘고 조용하고 차분해서 너무 좋다고 하던 놈이었는데...
처음에 올 때 서로 다른 새장에 있던 놈들을 한마리씩 빼서 저희 집 새장에서 한집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수컷이 너무 활발하고 잘 울고 암컷은 다소곳하고...그랬는데...
어느 시기가 지나니 상황이 점차 역전되고...
암컷이 활개를 치고 수컷은 구석으로 몰린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주전 쯤.... 출장중이었는데 집사람의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수컷이 스스로 자신의 가슴털을 뽑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해결책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뭔가 영양상의 문제나 기생충이나 피부병 등 여러가지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출장에서 돌아온 후 유심히 관찰해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구요...
그런데, 집사람의 문제점 진단이 재미있더군요.
수컷이 암놈의 기세에 눌려 고생을 하다가 심리적 스트레스로 자해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둘은 각방을 쓰게 되었지요.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수컷의 꼴이 가관이더군요.
가슴에서 복부까지 자해로 인한 벌거숭이 꼴이라니...
사실 저는 집사람의 진단을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별거 이후 수컷은 더 이상 자해를 하지 않더군요.
그로부터 2주이상 흘러 깃털이 새로 나며 자해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수컷은 처음 저희 집에 도착했을 때와 같은 예전의 활기와 명랑함을 되찾고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깃털도 반짝 반짝, 새장을 이리저리 휘졌고 다니고...
암수 분리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모든게 좋아진 것을 보면 집사람의 진단이 맞았던게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이후 그 놈을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에이~ 못난 놈아~
암컷 하나 감당 못해서 자해까지 하냐~ 이 놈아~
ㅎㅎㅎ
이상 저희 집에 있는 못난 놈의 자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추신: 새를 키우면서 이런 경험을 하신 분 계신가요?
물론 본인 말고...키우시는 새에게서요~ ㅋㅋㅋㅋ
저는 가슴과 배에 털이 없어서 뽑을게 없는데요~ ㅋㅋㅋㅋ
우리딸 (강쥐..은비)가 뒤에서 낑낑 대네요 ㅎㅎㅎㅎ
저도 호금조가 너무 이뻐서 키우고 싶은데요..
호금조에게 그런 면이 있다니.. 참 재미 있네요
우리 붉은 카나리아 부부도 오늘 별거 시켰거든요
숫컷이 암컷 털을 뽑는거예요
그래서 숫컷을 주홍이들과 합방 시켰더니
이넘이 그집에서도 왕초네요..ㅎㅎㅎ
혹시 은실씨 말씀데로 ........
오준수님까지 저를 의심하고 계시는군요.
글 한번 잘못 올렸다가...이런 소리까지 들어야하고...(^_^);;
결단코 말씀드리건데 호금조는 절대로 절 닮은게 아닙니다~
전 마눌님이 무서우면 뽑을만한 가슴털이 없는 관계로...
차라리 가출을 합니다.ㅎㅎㅎ
얘기가 또 그렇게 되나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군요.
상상에 ~ㅎㅎㅎ
너무 재밌는 글입니다
근데 정말 새의 세계도 신기하군요
암컷의 기세에 눌린 수컷이 자해를 하다니
믿기지 않네요
혹시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부인이 굉장히 현명하시고 통찰력이
뛰어나신 분 같으네요
어떻게 그리 심오한 문제의 정답을
딱 맞추실 수 있었는지..
새 심리학 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그리고 가슴의 털 얘기는 쫌 징그럽네요
ㅎㅎ 은실님과 박진영님께서 너무 길게
대화 하신거 아닐까요?
새는 '가슴의 털' 이런 얘길 해도 안 징그러운데
사람은 왜 '가슴의 털' 이러면 징그러운지..
몸에 털이 많이난 사람은 징그러워서 싫어요.
깔끔남이..... ㅎㅎ
좋쵸..하지만 머리카락은 있어야겠죠..
아쉽게도..신랑은..털이..별로 없답니다..
남자들 반바지 입은 모습..유심히..볼때..많죠...
우리 이이야긴 수다 방에서 길게 하죠..
우리집에는 머리털 없는 놈도 있고 가슴에 털 없는 놈도 있고 심지어 미성앵무 암놈 한마리는
온몸에 털이라곤 세살박이 아가가 세어도 3초만에 다 셀정도로 뽑혀있으니
그러나 대부분 예쁘게 털난 놈들이 많은데 어디로 서야 옳바로 줄을 서는건지......
심판해 주세요
이덕수님 예쁘게 털난놈들을 울집에 보내세요..
그러고 나서 줄 서시면 ..
수다방에 모여계시느라 한동안 정담게시판에 뜸 하시던...
여성회원님들이 갑자기 몰려서 등장하시는군요.ㅎㅎㅎㅋㅋㅋ
만약 털이 아니라면...
암컷의 압도적인 우세속에 서서히 정신이상이 되어가던 수컷의 이야기가 좋아서인가요??? ㅎㅎㅎ
이덕수님 울집으로 보내시면 안될까요??????~~~~~~~ㅋㅋㅋㅋㅋㅋㅋ
휜치류중에서도 호금조는 유난히 나이에 따른 부침현상이 심한것 같습니다.
암수가 태어난게 엇비슷하면 별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만..
-이던 +이던 나이 차이가 1년정도만 나면 어느쪽이던 어린녀석이 감당못합니다.
제경우에는 지금 숫놈 혼자 꿋꿋하게 잘 떠들고..사는데..
이녀석에게서 떨어진 암놈이 처음까지 세면 3마리입니다.
녀석의 나이는 3년 약간 넘었는데... 그렇다고 어디가서 녀석 나이와 맞는 암놈을 구할수 있겠어요?
그냥 혼자 살게 냅둡니다.
- 그런데 숫놈 혼자 살게 놔두면 울음소리가 더 좋은거 있죠?...
ㅎㅎㅎ 자업 자득^^
호금조 울음소리는 어떤가요?
저희집에도 호금조 수컷이 있는데
여러마리 휜치류가 있는지라
호금조가 어케 우는지 아직 모르고
있거든요.
'쭈이이ㅣㅣ익~~'
아침 저녁으로 울어쌌는게 호금조
노랫소리였는지도..
글쎄요...
올봄부터 베란다에 카나리와 함께 내놨더니, 소리가 좀 다양해 졌어요.
카나리의 영향을 받은건지..아닌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제법 여러가지 소리를 내며 웁니다.
명금에 비할바야 아니겠습니다만, 그런대로 들어줄만 합니다.
꼽는다면 단연 카나리아일까요?
아니면 꾀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