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아내와 엄마'

김용수 8 695 2011.08.30 17:49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낳고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
중년의 어느 서양인이 TV에 출연하여
너무나 유창한 우리말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 여성은 누구나 결혼을 두 번 하는 것 같다고.
한 번은 물론 자기 남편하고 하고
또 한 번은 자기 자식하고 결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 서양인은 한국여성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서
그렇게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아내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아무래도 자식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하고 극성인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저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아내가 우족탕을 끓여 놓았기에
그걸 한 그릇 먹자고 했더니
이건 둘째 아이가 온다고 해서 준비한 것이니
그애가 온 뒤에 먹을 거니까
손도 대지 말랬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는 아내의 그런 응대에 퍽 섭섭했었다면서
아무리 둘째 애를 위해 끓여 놓은 것이지만
먼저 남편에게 한 그릇 떠주면 안 되느냐고 제 앞에서
그의 아내에게 새삼 투정까지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우리 앞에서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폭로하는
남편이 정말 많이 미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과 자식의 역학관계와 애정관계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우족탕과 관련지어 남편이 납득이 갈 수 있게
언어로 설명하기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친구의 편을 좀 들어주고 싶었지만
저의 응원이 자칫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친구가 귀가한 후 아내로부터 더욱 혹독한
문책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그냥 애매한 말로 적절히 분칠해서
어영부영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저희 큰 애는 가끔 저에게 티셔츠나 점퍼 등과 같은
옷을 선물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그 선물을
미리 세밀히 심사하고 검수한 후에
 
이것은 아버지보다
네 동생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엄마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서
저에게 그 선물 접수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저는 공포의 엄마 권력에 승복하여
'허허'웃으며 아내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편입니다.
그리고 선물을 들고 온 큰 애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이없는 웃음을 교환하곤 합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이 떠 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결혼한 후에 그 며느리의 남편이
아직도 자기 자식인 줄 알고 있는 엄마는
바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자식에게 더 지극한 사랑과
정성을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서양 문물이 강산을 완전히 뒤덮었고
서양 영화와 소설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부부중심 문화는
이제 본바닥 서양 이상입니다.
 
요즘 세상에 자식은 결혼하면
제 아내 하나를 돌보기도 벅찹니다.
 
물론 고마운 엄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자상하게 챙기며 효도를 지속하면 더없이 좋겠지만요.
아내이고 엄마인 여성 독자님들께서는
자식이 성장하면
그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바쳐오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의 온도를 점점 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의 사랑과
정성의 아궁이에 다시 불을 붙이시는 게 필요하고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손발이 되어주고 잔소리 들어주고
어려운 집안일 다 해주고 함께 웃고 울어 줄 사람,
길동무 해주고 말 벗 되어줄 사람은
자식이 아니고 바로 남편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고
착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계속해서 남편 방은 냉방으로 식혀 둔 채
아이들의 방에만 계속 불을 때고 있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부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고 서러워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엄마의 온도는 낮추고 아내의 온도를 높이시면
그런 후회는 아마 하지 않으실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여유롭기에 웹써핑을 하다
하나 주워왔네요
얼마나 우리시대의
어머니, 아내의 모습이 이리도
흡사하게 묘사한것같아 올려 봅니다
우리들 가장의 소외되어가는 과정이 아닐런지 ````
모두  정긴 똑바로 챙기고 살아갑시다 ~~~~~~~~~
 

Comments

차진호 2011.08.30 20:25
  공감하는 글입니다. 현실입니다.
저도 섭섭할때가 많이 있습니다.
김태수 2011.08.30 21:56
  세상변해가는 모습 정말 힘드는군요...
그래도 아직은 가장인데 기죽어살긴싫은데 이런생각 하면안되나요.ㅋㅋㅋ
용수성님 정말 정긴챙기고 살아갈께요.ㅎㅎㅎ
임병윤 2011.08.31 09:17
  요즈음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있는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살다보면 자식이 우선시되고있지만 동반자인 부부간의 애정도 식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자식에게 헌신하고있는 3분의1이라도 부모님께 관심을 가졌으면하는 바램입니다.
안창석 2011.08.31 11:22
  절대 공감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가정의 서열이 바뀌면서 일어난 현상들이죠.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여성들의 무차별 모성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올바른 가정 교육과 규율없이 키웠지만 그 결과는 잘못된 가치관과 사회 병리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미국식 교육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들 편리한 방식대로 적당히... 이게 요즈음 우리들 사는 모습입니다.   

 
김환 2011.08.31 12:19
  한사람의 생물(학)자로써
저도 동물의 왕국등을 볼 때마다
그리고 인간세상이야기 들을때마다
많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2세를 얻기 위하여 들어가는 노력(시간과 에너지)
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김두호 2011.08.31 16:52
  아직은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둘만 있으니 예전보다 더 저를 찾는것 같습니다.
착각인가요???
요즘의 세태입니다. ㅋㅋㅋㅋ
김대중 2011.09.01 10:59
  자식이 부모를 섬긴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습니다.
부부 중심으로 살아야 될 것 같네요~~
윤우현 2011.09.10 15:34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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