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펀글 : 아름답게 살고 싶은 김태원과 그 인연 박완규

김상국 5 703 2011.09.19 00:39
싱글 ‘사랑이 아프다’ 낸 박완규의 인생 4막
“돈·음악 양다리 싫어요” 부활 나오다


■ 1막 1996년 4월 군대에서 갓 제대한 짧은 머리의 청년 박완규가 레드 제플린의 ‘블랙 도그’를 열창했다. 이를 지켜본 부활 멤버들이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좋아. 가요도 들어보자.” 박완규는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불렀다. “이런! 가요는 전혀 안 불러본 녀석이구나.” 고등학생 때부터 스쿨밴드로 평택 미군클럽에서 외국 곡만 불러온 박완규였다.

 “일주일 뒤 다시 보자.”

“못 기다리겠는데요. 돈 벌어야 해요.”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냐. 오케이. 대신 죽을 만큼 하자.”

이듬해 박완규를 새 보컬로 내세운 부활이 5집 <불의 발견>을 발표했다. 박완규의 찌르는 듯한 고음이 일품인 타이틀곡 ‘론리 나이트’는 93년 발표곡 ‘사랑할수록’ 이후 침체된 부활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박완규는 좀더 센 음악을 하고 싶었다.

“형님이 음악이나 돈, 어느 한쪽을 택하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다리는 싫습니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원한다고 음악이 되고, 원한다고 돈이 되는 게 아니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박완규는 밴드를 나왔다. 98년 솔로로 데뷔해 ‘천년의 사랑’을 불렀다.

“형님께 다 맡길게요” 재기 꿈꿨지만…


■ 2막 2007년 박완규가 김태원에게 전화를 했다.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형님께 작사·작곡·프로듀싱 모든 걸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해서 사랑해서’가 담긴 싱글 음반을 발표했다. 박완규는 솔로 1·2집 활동 당시 소속사로부터 돈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했다. ‘천년의 사랑’이 크게 히트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2006년 소속사를 나왔을 때는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김태원도 당시 음악 활동을 거의 못하고 술에 의지해 지내던 때였다. 재기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음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둘 다 다시 절망의 나락에 빠졌다.

“고음 되찾을 수 있을 거야” 일어서다

■ 3막 2010년 말 박완규는 가수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목이 아파도 병원 한번 가지 않고 노래를 막 부르는 바람에 목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 무렵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던 김태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완규야, 형하고 뭐 하나 하자.” “형님, 저 못해요. 목소리 다 망가졌어요.” “그냥 형만 믿고 따라와.”

올 초 부활과 박완규가 협업 프로젝트로 발표한 ‘비밀’은 온라인 차트를 휩쓸었다. 이후 박완규는 의지를 되찾고 병원에 갔다. 의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라며 경악했지만, 다행히도 치료를 거듭할수록 기적처럼 성대에 새살이 돋았다. 박완규는 “9월이 지나면 예전의 고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5월 박완규는 김태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형님, 다른 잘나가는 가수도 많았을 텐데, 왜 저를 택했습니까?”

“아름답고 싶어서. 이미 잘된 사람하고 해봐야 돈밖에 더 벌겠니? 밑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생을 일으켜 세운다면 하늘에 있는 재기(‘사랑할수록’을 녹음한 직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부활의 전 보컬 김재기)도 기뻐하지 않겠니?

하나 더. 2007년 내가 힘들 때 나에게 모든 걸 맡겨준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 4막 박완규는 지난 5일 4년 만의 신보인 싱글 음반 <사랑이 아프다>를 발표한 데 이어, 다음달 말 김태원이 만든 2곡을, 연말에는 김현철이 만든 2곡을 잇따라 발표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그동안 발표한 곡에다 신곡을 더해 6년 만의 정규 앨범인 5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야수처럼 포효하는 강렬한 록도 선보일 것”이라며 “조만간 태원이 형을 비롯한 한국 록의 큰 형님들과 함께 거대한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계획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Comments

김상국 2011.09.19 00:40
  “아름답고 싶어서. 이미 잘된 사람하고 해봐야 돈밖에 더 벌겠니? 밑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생을 일으켜 세운다면 하늘에 있는 재기(‘사랑할수록’을 녹음한 직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부활의 전 보컬 김재기)도 기뻐하지 않겠니?

이 글이 아주 마음에 와 닿아서 퍼 왔습니다.

 

용환준 2011.09.19 10:16
  박완규는 고등학교 시절 제자였는데..... 열심히 해서 성공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호상 2011.09.19 13:28
  우리나라 록밴드중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부활입니다.
사랑할수록의 김재기씨의 교통사고부터~ 최근 김태원의 수술까지..
가장 굴곡이 많았던 밴드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끈끈한 의리가 남아있는 밴드이니만큼 그만큼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용수 2011.09.19 14:55
  박완규 정말 고달프고 골이깊은 인생을 살아온 젊은친구주에 한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읍니다
이재는 조금 빛을 보게 되리리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넘 보기에 좋읍니다
이재형 2011.09.19 17:40
  참 좋은 인연들임니다.
우리회원님들도 힘들때도 기쁠때도 생각나는
좋은 인연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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