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배신 때릴래?

전정희 13 690 2004.06.17 11:00
아가야~
너 정말 그렇게 배신 때려도 되는거니?
참~! 아기가 아니었구나

세 부인을 거느린 어엿한
장군이었지

약 2 년여 전
니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남잔지 여잔지 구분도 안된 상태였었어

그 후 몇 달 후
예쁘게 예쁘게 정말 예쁘게
노랠 했었어

구조조정 말이 오갈 때도
너만은 리스트에서 빠져 있었지

올 봄과 작년 겨울부터
세 명의 부인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고
너의 분신들도 이 집 저 가게
로 분양이 됐었잖아

그리고 지금
얼룩이 부인이 너의 아가를
순산하고 누워 있기도 하고
말이야

오늘 아침
먹이와 물을
갈아 줄 때
넌 나와 아주 가까이
있었어
옆눈으로 슬쩍 쳐다보고는
전깃줄 위로 폴싹 뛰어 올랐잖아

나랑 눈이 마주쳤었어
내가 휘파람 불어 주니까
너도 고개를 까닥거렸지?
(속으로.. 얘가 털갈이를 하나?
털이 예전 같지 않네. 라고 생각했어)

옆 베란다..
망문을 열고 꽃 관리를
하려고 갔었어
매번 일등으로 따라오던
니가 오늘은 안 따라오대..
쉬근 들었나 싶었지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얌~
채 2분도 흐르지 않은 시간
니가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거야

얘 좀 봐라~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랑 놀았었는데

여기저기 살펴 봤어
정말 갔네
쇼가 아니었구나

요르단강을
그렇게 허무하게
건너고 말았어

이건 분명히
배신이다
배신!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거야

못된 녀석
같으니라구

그저께
사랑초 뜯어 먹는
사진...
니 인기가
땅에 떨어져 있어서
화가 난거니?

바부탱이~
그딴일로 화를 내고
목숨까지 버리다니

Comments

조용부 2004.06.17 11:04
  시인이시당~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 하세요. 새도 조금 쉬어야죠..
배형수 2004.06.17 11:19
  전정희님 그댁에도 배신자가 있는가요?
집마다 배신자가 있는가 봅니다...
박진아 2004.06.17 11:23
  겨우 2년된 새인가봐요 ... 맘 아프네요.
글읽고 코끝이 찡합니다.
제게도 2001년산 카가 있는데, 오늘아침 새장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더군요.
깜짝놀랐죠.
제가 다가가니 훅 하고 일어나서 다행이다했는데...
추억이 많을 수록 생각이 많아지죠.
전정희 2004.06.17 11:40
  남편은 매정하게 말합니다
'어쩐지 요새 안 울더라
자동으로 구조조정이 되는거네
장사 지내 줘라'

아이는 덜 매정하게 말합니다
'베란다 정원에 묻어 주세요'
박진아 2004.06.17 12:52
  하늘나라 찾아가는 카들은 모두
남편과 2명의 아들녀석들이
아파트 정원에 무덤만들어주러
내려갑니다.
아이들은 슬퍼하지않고
무덤만들기 놀이쯤으로
생각합니다
권영우 2004.06.17 13:06
  전정희님!
가는 놈이야 오죽해서 가겠습니까?
인연이 거기까지이니 어쩝니까?
태어나는 놈이 있으니 쉬러 가는 놈이 있는 것을.....
새 사육을 통해 생로병사와 만남과 이별을 배웁니다.
전정희 2004.06.17 15:30
  조회수:1,2 까페의 덧글입니다
-애공~~ 성대한 장사를 지내줍시다...새연도 몇번해야되지요?-
ㅋㅋㅋ 수준이 이 정도랍니다
수준이 높은 걸까요오오 아니면 낮은 걸까요??
전정희 2004.06.17 15:37
  사실 저 오늘 고백할게 하나 있거든요

다름이 아니고 오늘 아침에 볼 일(남편과의

약속: 동사무소에 가는 일)과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매 주회합이 있는 날인데 거길

안갔다는거 아닙니까

그리고서는 여기 글을 올리고 있는데

자매님들이 저희 집을 방문했더군요

얼른 컴퓨러를 끄고 시치미를 뚝 떼었죠

마침 목이 약간 쉰 상태라서

그나마 물증은 있었지요

얼마나 아프냐?

생전 결석 한 번 안하더니..

기도 해 주께..

아아~ 디게 미안했습니다

*********************************

베란다에 나리 니가 없다는게

믿기질 않는구나

길다면 긴 세월이었는데

비가 출출 내리고 있으니

이 쥔마님이 더 센티 해진다 인석아~~
손용락 2004.06.17 17:35
  여그도 한글 붙여야 하는데 글 읽고나니
목이 메어 독수리 타법 두 손가락에
쥐가 내렸는지 쓸 말이 없어졌습니다.

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간 새상아니 것습니까?
고정하시옵고
곳불이나 덧나지 않도록
몸조심 하시옵소서.....

-- 회장님! 하고 불러주시는 바람에
    맛이가서 몸둘 바를 모르는 팔불출3 올림 --
 
정형숙 2004.06.18 15:20
  언제나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글은 여전 하시군요...안녕 하셨죠?
또 슬푼일이 있으셨군요...많이 마음 아리시겠어요.....

하지만 어찌 합니까..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건강 하시길......
전정희 2004.06.18 15:33
  정 형숙님~
저는요
새를 너무 많이 보냈어요
그래서 부끄럽답니다
관리를 어찌 하길래 저 모양이냐고
손가락질 하실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글을 안 올리고 싶은데
손가락이 자꾸 글을 쓰게 만드네요
전정희 2004.06.18 15:35
  회장님~
청산유수
글솜씨에 박식에
독수리 타법이 어울리기나
한 소리인가요?
열 손가락을 다 쓰셔야지요

회장님은 독수리가
아닌거 같으고
몇몇분은 독수리가
분명 할거 같고 그렇네요
김민수 2004.06.18 19:35
  아니 사진이 올라왔던 그 붉은 카가 갔단 말씀입니까?
믿어지지 않네요...건강해보였는데..
카나리아의 돌연사는 이유가 뭘까요?
힘내세요..어쩜니까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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