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5.18

홍지연 3 1,713 2005.05.18 11:52
오늘이 5.18 이라네요.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학교 다닐때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어서 5월 들어서자마자 기억하고 있던 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에 쫓기면서 어느새 그냥 '남의 일'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최루탄 가스 한번 못맡아본 동네에서 살아서, 민주화 어쩌구 하는말은 TV에서나 보던 말이었고,
순진한 마음에 누구나 다 대학을 갈수 있으되, 공부를 못하면 대학도 못가는걸로 알았었더랍니다.
순진한건지, 무식한건지...ㅡㅡ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알았지요.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못내서 휴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인문계 고등학교를 형편이 어려워서 (공부 못해서가 아니라) 못가는 사람이 있다는걸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남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알았던 현실이, 제게는 정말이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더랬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것들이 부끄럽게 생각되었고, 한나라, 같은나라에서 사는데 왜 ???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죠.

제가 약간씩 변해간다는걸 알았던 부모님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저를 막기 시작했었습니다.
5월이 되자, 학교에 갈때 운동화 못신게하고, 치마정장으로 치장해서 학교에 보내고...등등등...

그래두 치마입고 운동화신고 시위현장을 쫓아다녔더랬습니다.
최루탄이란걸 처음으로 접해봤고, X랄탄이라는 정체불명의 뭔가에 쫓겨 뛰어보기도 했습니다.
전경이라는 사람이 있다는걸 처음알았고, 백골단이라는 경찰이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5월 보름쯤 되던날,
학교에서 단체로 광주에 갔습니다. 1박2일이었는데, 부모님에게는 거짓말하고 (답사간다고..) 선배, 동료들을 따라
광주란곳에 갔습니다.
금남로란곳에 갔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정비된 곳을 보고 별감흥 못느꼈습니다.
그러다 518 묘역인가??? 무덤들이 줄줄이 있는 그곳엘 가보게 되었습니다.

충격이란 말은 이럴때 쓰는거다!!!
이렇게 느꼈습니다.
너무나 충격이 커서 어이가 없었고, 말도 못할정도 였습니다.
아.....내가 살던곳이, 내가 살던 나라가 이런것도 겪었던 곳이었구나.
나 80년에 뭐했지? 어린아이였지...11살먹은.
그래도 정당화하기에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임산부의 묘도 있었고, 중고등학생들의 묘도 있었습니다.
죽음의 이유도 적혀있더군요.
남편을 기다리다 집앞에서 죽은 임산부도 있었고, 그냥 친구들 만나러 나갔다가 시체가 되어 돌아온 학생도 있었고...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억울한 죽음들이 태산이었습니다.
물론, 시위에 참가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 죽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할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원래 역사란 피를 먹고 구르는 수레바퀴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을 토양으로 해서 지금의 사회가 있는것이다>
참 듣기 좋고, 위로가 되는 말이죠.

또 어떤사람들은 말합니다.
<라도(전라도 사람들을 호칭하는 말)것들은...원래 거기가 반역의 땅이다>
<전라민국 (대한민국이라는 호칭대신 그쪽 사람들만 떼어내야 한다고) 것들은 공산주의자들이다> 라구요.

그때 죽었던 사람들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그런말에 일일이 대답할때마다 (택시안에서도 싸워봤습니다), 꼭 물어보는말.
"전라도 사람이예요?"

서울 토박이 입니다. 대대손손 한양사람이죠.
그렇게 얘기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몇십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나 형제들, 죽어간 사람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그때 그순간은 아직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일겁니다.
부모 형제를,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에게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질까요?

저는 여전히 소시민으로 살아갑니다.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무슨 투쟁이니, 사회개혁이니...하는것들과는 멀어졌습니다.
사실, 학교다닐때도 아픔을 100% 공감할수 없었기때문에 항상 겉돌았죠.
이해는 하지만,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요.
사람은 자기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5.18 이 되면,
그때의 아픔을 공감합니다.
저도 부모님의 자식이고, 내 자식의 어미니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의 벗이니까요.
그렇기때문에 저도 역사의 아픔을 공감합니다.

흥분하는것보다,,,,
잊지않고 기억한다는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것 아닐까요?

오늘이 5월 18일.
5.18 이네요.

Comments

조효현 2005.05.18 13:08
  우리나라 역사의 슬픈 현주소입니다.
저는 그당시 대학2년생으로 뼈아픈 추억이 많네요!

그때 그사람들은(구테타 전범) 지금은 노인이 다되어서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을거고(유학성은 이미 죽어서 흙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겁니다.

사후에도 하늘나라에 가서
지들 나름대로 전두환이는 부처님께 또한 하느님께 변명을 하겠지만!

그래도 역사는 흐릅니다.
전모, 노모,  김모, 김모, 노모 대통령들도 다 마찬가지로
되고나면  다 같은 ㄴ들 입니다.

그래도 일반 국민들은 현명하십니다.       
박상태 2005.05.19 06:06
  저도 사회학과라서.. 강성 선배님들 많았지요...

아무것도 모르다가 대학에 가서 갑자기 너무나 많은 것을 한 번에 알게되었을 때(물론 사실 + 왜곡) 심한 혼란을 느끼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특히 광주민주화 항쟁 관련 비디오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강현빈 2005.05.19 09:15
  언젠가도 한번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우리 카사모는 카나리아를 사랑하는 모임과 그에 관한 좋은 글을 나누는 곳입니다
역사적이나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이슈화되는 글은 자제하기로 한것 같습니다

5.18도 아주 우리에게는 의미있고 뜻 깊은  이야기이나
저또한 그시대에 대학생으로 살았지만 이 카사모에는 그 시대를 모르는 순수한 젊은이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것이 아닌 일부의 글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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