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예전 같으면 “불알 떨어지겠다” 호통하셨을 텐데...

정병각 6 699 2006.11.21 09:59

저희 집도 지난 일요일에 때 이른 김장을 했습니다.
이곳 남쪽지방은 보통 12월 중순이나 돼야 본격적으로 김장들을 하는데
그 보다는 약 20여일이나 빠른 셈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장할 배추를 지난봄에 미리 강원도 고성 쪽의 유기농 배추로
주문을 해놨었는데, 그쪽은 이미 서리가 내리고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으니
배추가 서둘러 내려온 거지요.
그래서 토요일에 갑자기 내려온 배추를 받아 절이고, 일요일에 김장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아내를 도와 재래시장도 다니고, 배추를 다듬고,
양념에 버무리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머니께서 “사내 놈이 불알 떨어지겠다”며 호통이라도 치셨겠지만,
어디 요즘 세상이 그런가요.
아내 말 잘 들으면 당장 집안이 평온해 진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세상이
됐으니 말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실제 김장 일을 도와보니까, 불과 40포기 밖에 안되지만
힘이 무척 들더군요. 오랫동안 허리를 굽혀 배추를 헹구고, 양념 버무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어제도 퇴근 후 집에 들어가서는 일이 마저 끝나지 않은 무우 김장과 갓김치,
파김치 만드는 걸 팔 걷어 부치고 도왔습니다.
굳이 권영우 선생님의 호소가 아니더라도, 평소 남편의 취미생활도 적극 도와주고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그 정도 서비스는 응당 해야지요.
부부간의 화합과 가정의 평온을 위해서 서슴없이 팔을 걷어 부칠 수밖에 없었던
제 모습, 설사 멀리 계신 어머님이 보셨다 해도 이젠 “불알 떨어지겠다”는 호통은
안하시겠지요? 
 

Comments

박상태 2006.11.21 10:29
  네, 정말 힘든 일 중 하나가 김장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 한 철 먹을 양식을 준비했다는 뿌듯함이 따라오니...

잘 하셨습니다. ^^
권영우 2006.11.21 17:25
  이제 점점 남녀가 하는 일이 구별하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저의 할머니도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으셨답니다.
86세의 연세로 10여년 전에 돌아 가셨지만,
그 아들인 저의 아버지도 부엌에 들어 가시는 것을 본적이 없답니다.
아지만 어머니가 무릎이 아프시니 시장에서 반찬거리도 잘 사오더군요.
정연석 2006.11.21 17:43
  저희집은 마지막으로 김장한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군요...
식구도 없고 그때그때 조금씩 담가먹기에...

옆집에서 반포기씩 가져다주시면 죄송하더군요...^^
김혁준 2006.11.21 18:15
  저도 초코렛 만들어야 한다는..;;
김두호 2006.11.22 09:22
  아들 딸이 구별있나요.
이젠 모두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중학교 기술 교과서에도 남녀 구분없습니다.
김갑종 2006.11.22 10:25
  김치 먹으려 가야될 것 같습니다.
정병각님 두 알 찾으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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