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의 흔적
김갑종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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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20:10
참게
할배가 대나무로 엮은 풀둥우리를 학교 입학전에 농삿꾼의 품위?를 위해
참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선물을 받은 나는 서투른 풀베기 솜씨로 둥우리 위가 수북하게 풀을 베어 오면
열셋이나 되는 식구가 "갑종이 장개가도 되겠다""상머슴이네"하고 칭찬도 많이 했다.
그날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꼴 베러 보낸다. 입이 띵나발이 되어 툴툴거리며 혼자 이어리
바닷가로 갔다.
봉구네 갈대나 베어 올 요량으로 강과 바닷물이 맞닿는 수문을 건너는 순간
수문 양쪽에 시꺼먼 덩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참게였다.
둥우리를 눕히고 낫으로 쓸어 담고 도망 가는 놈을 잡아 담고 나니 금새 둥우리가 가득찼다.
병아리가 큰 지렁이 잡듯이 사력을 다해 잡았다.
풀을 한움큼 얹으니 그때사 조용해졌다.손가락을 참게에 물려 피가 출출나며 쓰라렸다.
베어 오라는 풀을 안베어 어른들께 혼이 날것도 같았다.
어찌나 무거운지 참게도 나도 게거품을 물고 집에 도착했다. 일 나갈려고 마당에 있던 식구들이
낑낑대는 내 둥우리를 보고 난리가 났다.
주먹보다 더 큰 참게 이백마리가 온 마당을 누비고 다녔다.
세 다랭이나 되었다. 참게 장조림으로 일년 내내 먹은거 같다. 먹을 때마다 내 무용담도 먹었다.
그렇다. 내 일생의 행운을 맨처음 참게가 해주었다.
이어리 수문쪽을 지나면서 언제나 참게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였으나 지금은 시멘트 축강이 되었다.
요즘 입맛이 없을 때는 참게장이 더욱 먹고 싶다.
그리고 하얀 틀니를 보이시며 웃으시던 할배도 보고 싶다.
할배가 만들어 주신 그 풀둥우리는 나중 애물덩어리가 되었다.
풀베기 싫어서 맨날 발로 차고 댕겼다. 그래도 그 플둥우리는 터지지도 뿌사지지도 않았다.
할배는 내가 발로 차고 댕김서 뿌술줄 미리 알고 아주 야물고 튼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풀둥우리를 매고 댕김서 나쁜 짓도 참 많이했다.
호박화도 그 때 통달했다.
호박화는 구정 뒤에 올리겠습니다.
김갑종님의 글은 어렸을 때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 같습니다.
꾸밈없이 소박하고도 구수한 내용이네요.
요즘 참게 잡기는 쉽지가 않을 걸요.
논에다 양식한다고하더군요.
전지훈련 잘 다녀오시고 고향 냄새나는 훈훈한 이야기
3탄 기대합니다.
지난날의 그런 추억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늘
큰 버팀이 되고 힘이 돼주는 것 같습니다.
제 고향 뒷 산 참나무에는 사슴벌레와 장수하늘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풀일 무성한 숲을 헤치고 다가가서는 참나무 하늘을 쳐다보고는 합니다.
하늘하늘 묻어오는 유년시절 추억의 끄트머리를 잡고 오늘도 많이 계절을 앓아야 하나 봅니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처럼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호박화가 기다려 집니다.
어찌 큰 덩치에서 이런 세밀한 글이 나오는지 신기합니다. ㅎㅎㅎㅎ
우리만 읽기는 너무 아까워 학교 국어책에라도 실어야 될것 같습니다.......
꼭 다문 입가에 웃음을 번지게 해주십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