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카나리아 노랫소리의 비밀

김대중 9 722 2007.04.13 17:04
2007년 3월에 창간된 "숲"이라는 책에 고려대에서 과학언론 박사과정에 있는 이은희님이 기고한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올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지만 그래도 긴 겨울에 지쳤는지 어느새 봄을 그리게 되네요. 봄은 생명의 계절입니다.
겨울 동안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는 서로를 찾아 헤매는 계절이니까요.
봄이 되면 바빠지는 만물 중에 카나리아도 있습니다.
참새목 카나리아과에 속하는 작은 새 카나리아는 3월부터 번식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부지런히 짝을 찾아다닙니다.
카나리아의 아름다운 지저귐이 유난히 세련되어 가는 것도 바로 이 시기 입니다.
인간의 귀에는 그저 지저귐일 뿐이지만 수컷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는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세래나데이니까요.

  프랑스의 한 과학자는 카나리아의 이 지저귐에 흥미가 끌렸나 봅니다. 그는 카나리아의 노랫소리 중에서 어떤 부분이
암컷들을 매혹시키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녹음하여 분석한 끝에,
카나리아의 노래 속에는 암컷들을 유혹할 수 있는 독특한 구절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암컷 카나리아들은 이 소절을 굉장히 좋아해서 이 부분을 부를 수 있는 수컷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사실까지도요.
그래서 이들은 이 소절을 녹음해서 다음 번식기에 다시 암컷들에게 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지난 번 번식기 때에는 그토록 좋아하던 암컷들이 이번에는 이 소절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한 번 지나간 유행은 이미 촌스러운 것이라는 듯, 암컷들은 이번에는 다른 가락의 멜로디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요.
과학자들은 이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카나리아의 뇌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카나리아를 비롯해서 노랫소리로 이성을 유혹하는 새들의 뇌에는 HVC(High Vocal Center)
라는 부위가 있어서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카나리아의 경우,
매번 번식기가 끝나면 이 HVC 부위의 신경세포가 죽고 다음 번식기에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것이었어요.
HVC의 신경세포는 카나리아의 노래를 담당하기 때문에, 이 부위의 세포가 죽어 없어지고 다른 것으로 바뀐다는 것은
곧 카나리아의 노래도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나리아는 약 10~15년 정도 사는데, 매번 번식기마다
다른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귀에는 그저 똑같은 지저귐으로 들릴 뿐이지만, 카나리아 암컷들은 각각의 노래들을 구별
할 수 있어서 매번 새로운 세레나데를 부르는 수컷을 선택한답니다.

Comments

정병각 2007.04.13 17:27
  아, 신기한 연구결과입니다.
같은 카나리아도 매년 노래소리가 달라지는군요.
홍상호 2007.04.13 18:09
  아~ 그렇군요....내 귀엔 늘 같은 소리였는데..ㅎㅎㅎㅎ

이제부터는 좀 도 자세히 들어보는 재미도 있겠네요..

저도 목소리를 좀 바꿔볼까 고려중입니다..ㅎㅎ
권영우 2007.04.13 18:13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나봅니다.
이래 저래 피곤한 건 수컷이네요. ^-^
흥미있는 내용 잘 보았습니다.
손주애 2007.04.13 20:03
  참 다양하게 노래를 구사한다 싶었더니 이런 비밀이 숨어있었군요..!
김성기 2007.04.13 23:58
  햐~~~ 그런일이??
참으로 좋은 지식인것 같습니다.
글의 중간까지는 매번 다른 새를 찾아서 한쌍을 붙여줘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알아서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니..그것 참....
박상태 2007.04.14 00:17
  재미있는 내용인데, 우리는 별로 상관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자연 환경에서와는 달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쌍을 잡아서 암수를 한 마리씩 제한된 공간에에 넣어주기 때문에

심지어는 노래를 못하는 수컷도 문제없이 수정을 하고 자손을 남기니까요.ㅎㅎㅎ

물론 암컷이 쉽게 받아들이느냐 조금 지체가 되느냐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마는...

저희집에도 수컷 한 마리가 어찌된 영문인지 노래를 못하는데, 유정란 만들어서 새끼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ㅎㅎㅎ
전신권 2007.04.15 19:36
  연구의 끝은 어디인지....
관심이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나 봅니다.
백의종 2007.04.15 19:57
  좋은 내용을 잘보았습니다
노래소리의 이유를 여기서 알게됩니다
김갑종 2007.04.16 11:04
  유행가를 잘 부르면 되겠군요.
새로 나온 유행가....ㅋㅋ
글박님! 음치 아가들 모조리 저가 (접수)합니다.
울지 않는 글과 카 아파트용으로 최상이겠기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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