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울산 소모임을 정리하며.....

정병각 15 817 2009.01.19 10:47
울산에서의 1박2일, 어떠셨는지요?
그리고 다들 잘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웠던 것은 영하의 기온으로 차갑기만 하던 날씨가
엊그제부터 풀려 포근한 가운데 손님을 맞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일 먼저 울산에 도착하신 김영호님 내외분, 반가웠습니다.
울산에는 거의 30년 만에 오셨다지요, 예전과는 너무도 달라져
이제는 아마 옛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을 겁니다.

김영호님 내외분은 제일 먼저 도착하신 프리미엄(?)으로
동해안 울산 정자바다에서 경주시 감포에 있는 문무왕 해중릉까지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지셨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비록 수박겉핥기식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었지만
겨울날 오후의 짧은 시간을 나름 유용하게 보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날 둘러본 문무왕릉과 이견대, 감은사지 등은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필수 코스이기도 하고,
지난여름 오토바이 전국투어를 하셨던 김대중님과 제가 우연히 조우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곳 대왕암이 있는 감포에서 감은사지와 추령고개를 넘어 경주로 가는
도로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썼던 유홍준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드라이브코스라고 찬탄하기도 했던 곳이지요.
물론, 길목길목마다 고귀한 문화재들이 널려있고, 주변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과
길가에 피어난 꽃들이 마치 고향길을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답기에 유교수의 마음을
그처럼 붙잡았었겠지요.

이 아름다운 도로 옆을 지키고 선 대왕암과 웅장하기만한 감은사지 동탑을 배경으로
김영호님과 함께 셔터 한번 누르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추령 고개마루까지 둘러보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부산과 대구에서 속속 도착하실
다른 손님들과의 시간을 맞춰야했기에 아쉬운 마음을 돌려야했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구교헌님 내외분과 대구에서 오신 김두호님 내외분은
이미 어두워지고 만 정자항 활어직판장에서 만났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로 분주한 이곳 직판장에서 힘차게 살아 파닥이는 싱싱한 물고기도 보고
어촌 사람들의 생명력 넘치는 삶의 모습도 함께 보았지요.

숙소에 돌아온 건 저녁 7시 무렵, 경상도 머슴애들의 서툰 상차림으로
대충대충 준비한 생선회에 소주를 곁들이며 카사모 울산소모임은 시작됐고
손용락 회장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카나리아, 번식.. 등등
금기어들이 적지 않게 남발되는 열기 넘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울산대게와 햇반으로 반찬도 부족한 저녁식사를 나름대로 맛있게 마무리할 때까지
흥겨운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일행들은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듣기 위해 밤 9시30분 가량 숙소를 나섰고,
어둠 속에서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바다와, 수평선 끝에서 불 밝히고 정박해있는 배,
밤하늘을 향해 회원님들의 숫자만큼 쏘아올린 폭죽이 아름답게 발광하는 모습,
그리고, 특유의 굵은 모래가 드넓게 펼쳐진 바닷가에서 모처럼 쾌활하게 웃는 회원님들의
천진스런 표정 속에서 행복한 밤을 만끽했습니다.

그날의 밤은 그걸로 끝은 아니었지요....^^
해안로 옆에 불 밝히고 있는 몽돌조개구이집에 들러 또다시 소주를 곁들이며,
울산에서의 조촐한 모임을 거듭거듭 자축했고,
쩍쩍 벌린 조개들이 소주에 뒤섞여 하나 둘 사라져갈 즈음엔
다시 서로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확인하여야 한다며 노래방을 찾았지요.
아자씨들, 사모님들 할 것 없이 언제 그렇게들 연습을 많이 했는지
다들 정말 노래들 잘하시더군요...

그리곤 밤이 이슥해 숙소로 다시 들어온 시간은 밤 2시경... 맞나요?
그런데 왜들 그리도 잠들이 없으시나요?
오셔서들 또 안자고, 사모님들이 끓여낸 생선매운탕과 신김치를 총총 썰어
부침가루에 개어 구운 시큼시큼하고 얼큰한 김치전에 다시 소주 한잔을....
그러던 중 김영호님과 사모님이 먼저 방으로 사라지시고
저도 슬그머니 방에 들어와 쓰러져버렸는데
이튿날 아침 일어나니,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대나 뭐래나....
저는 저 나름대로 다른 분들 코고는 소리에 뒤척였는디....ㅎㅎㅎ

둘째날은 아침부터 고운 빗방울이 해안의 마을을 적시더군요.
그리 많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겨우내 가문 들판과 해안을 적셔주는 비가
참으로 반갑기만 하더군요. 

밤새 소주에 시달렸을 회원님들과 사모님들의 위장을 다스리려 찾은 곳은
인근 참가자미국집. 참가자미 토막을 넣어 깔끔하게 끓인 시원스런 국물이
다들 더없이 반가운 듯 했습니다.
김두호 선생님은 “너무 좋다”며, 사모님 남기신 것까지 끌어다 드시고...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근데, 김영호 사모님은 모처럼의 좋은 분위기에 다소 과음을 하셨던지
식사를 하시는 둥 마시는 둥 끄적끄적 하셔서 다소 마음에 걸렸고...ㅋㅋ

식사 후엔 인근 해수탕 사우나에 들러 몸의 피로까지 말끔하게 씻어내었고
일행은 정자에서 우가포, 당사, 주전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둘러보며
엊저녁 못 다한 바다구경을 또 했습니다.
김두호 선생님은 그 새 주전바다 해안가에서 검정색 몽돌 한 봉지 주우시더군요.
새장 바닥에 까는 신문지를 새들이 뒤집지 못하도록 눌러놓으실 생각이시라 했습니다.
역시 대가다운 새 사랑이 아닐 수 없더군요...

그러는 사이 1박2일의 마무리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는 김영호님이 꼭 먹고 싶어 하시는 물회를 먹으러 방어진항으로 향했습니다.
방어진에서는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집으로 제가 가끔씩 찾는 곳이었지요.
다행히 다들 괜찮았다고 하셔서 나름 기분 좋았구요,

이어 김영호님의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차를 돌렸고,
공항 입구에서 김영호님 내외분, 그리고 대구로 출발하시는 김두호님 내외분
함께 작별의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 후 구교헌님 내외분 배웅하고 나니, 낮 2시 30분.

아, 지금 이시간 김영호님 내외분이 타신 비행기는 막 울산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30여 쌍의 새들이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서울로 향하고 있었을 테지요...

울산에서의 조촐한 1박2일,
애초 오시기로 하셨던 몇몇 분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 아쉽게 불참하시긴 했지만
나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좋았구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울산과 경주를 어우르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회원님들과의 좋은 시간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땐 정말 카나리아 얘기들은 좀 줄이면서요...ㅋㅋㅋ

그럼, 김영호님이 먼저 올려주신 사진들을 가슴속 추억의 앨범에 고이 간직하며
1박2일의 보고를 마무리합니다....

Comments

전신권 2009.01.19 10:54
  일기체로 정성껏  기록한 글을 읽으니
그날의 정경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사람 사는 맛이 참으로 진하게 풍겨나오는 느낌이 좋습니다.
용환준 2009.01.19 10:58
  그곳에 없었는데도 정병각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그곳을 다녀온듯합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동안 많은 추억거리를 만드셨군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참석해야 겠습니다.
김영호 2009.01.19 11:14
  1박2일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시간이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시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병각님 권오서님 두분의 환대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재용 2009.01.19 11:53
  TV 에서 보던 1박2일과 많이 다른듯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사모님들께서 또 만나자고 조르시지는 않을런지 모르겠읍니다;;ㅎㅎ
김대중 2009.01.19 12:17
  애들이나 어른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 특유의 '정' 이라고 할까요.. 뭉치면 헤어지기 싫어합니다.
밤새 나누어도 꼬막 반쪽도 채우지못할 얘기들을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며 나누는 정겨운 모습.. 눈에 선합니다.
강현빈 2009.01.19 13:03
  갔다온 거와 진배없습니다
김두호 2009.01.19 16:26
  시인이라 그런지 글도 정갈하고 읽으면 저절로 갔다 온것 처럼 느껴 집니다.
오늘 오전까지 몸이 안풀려 누워지네다 보니 새들도 엉망입니다.
나이도 체력도 잊고 젊은이 마냥 행동했더니 후유중이 오래 갑니다.
물도 갈고 청소도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내는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했답니다.
손용락 2009.01.19 17:01
  과속도 엔진 년식 생각해가며 밟아야지 마구재배로 밟으면 고장 나는겨....
죄우당간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울산 정자 방파제 다 안무너졌는가 몰러~~
구교헌 2009.01.19 17:50
  손용락님
사실을 고백합니다
카에대한애기는 가급적 말씀하지말라고 하셧는데
김두호님 김영호님 둘이서 헤어질때까지 애기를햇거들랑요
근디 벌금은 안줄라 카데요
벌금을 받아야되는디 우짜면좋지요
김익곤 2009.01.19 20:53
  즐거운 자리가 되었겠습니다.
중간에 구교현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음은 그곳에 갔답니다.
손용락 2009.01.20 00:32
  구교헌님, 벌금은 지가 머라할 개재가 이닙니다만서도....

구교헌님 같이 "이실직고" 하시는 분에게 상을 줘야 합니까?
아님 "배신때린다"고 하는 뒷담화를 들어야 합니까...?
고거이 지금도 의문입니다만...ㅎㅎㅎ

여튼 담 모임에서 좀 씹히실거 같습니다 hihi
김영호 2009.01.20 13:05
  구교헌님!! 그봐요.ㅎㅎㅎㅎ
고자질하시다 본전 못 찾자나요.ㅋㅋㅋㅋ

새키우는 사람이 새 야그를 하는것 당연한데.......힛;;
권영우 2009.01.20 18:48
  상도 주고 벌도 주어야 하지요. ㅋㅋㅋ
1박2일의 행복한 시간이 부럽습니다.
정병각 2009.01.20 21:17
  앞으로 구교헌님 조심좀 해야겄습니다.... 그쵸 김영호님?...ㅋㅋ
박기천 2009.01.23 17:23
  많이 부럽고 탐나고 샘도나고 ..
글도 넘 실감나게 잘 쓰셨습니다  한편의 비디오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근데 구 교 현 님이 뭘 잘못을 하셨기에  ..
저도 앞으로 구 교 현 님을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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