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엄마~왜 아빠있을때랑 없을때랑 이렇게 틀려???

홍지연 8 549 2006.08.07 18:02
박상태님이 재밌다는 글을 실어주셔서,
제잘난 맛에 또 씁니다^^

우리딸은 여름에 에어컨을 그렇게도 사랑합니다.
선풍기 꺼낼때는 선풍기랑 천년만년 사랑하고 같이살것같이 그러더니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좀 먹어가더니만 (방년 9세...),
요즘은 에어컨에 더 사랑스런 눈빛을 줍니다~
에어컨을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지요.
그리고, 저에게 무척이나 떼를 씁니다.

"엄마, 나 더워죽겠어. 에어컨 언제 켜?"
"참어, 에어컨이 전기료가 얼마나 많이먹는줄 알아?"
"엄마 전기료 얼마나 나와?"
"니가 틀어달라는데로 틀어주면 한달에 10만원도 더 넘게나와!"

@.@ ---> 우리딸 놀라는 눈.

우리딸은 또 유난히 반찬타령을 많이합니다.
둘이 먹을때는 주부들은 아시겠지만, 반찬의 가짓수가 적어집니다.
남편이 있을때와 없을때의 반찬가짓수가 확연히 차이가 나지요.
끼니때마다 불평합니다.ㅡㅡ

"엄마, 왜 반찬이 세개뿐이야?"
"있는대로 먹어. 엄마 음식못하는거 알잖아 (협박...안먹으면 안주겠다는 무언의 메세지...ㅡㅡ)"
"그래두 엄마, 고기나 참치캔같은거라도 없어? 나 고기좋은데.."
"너 살빼야지. 배나온거 알지? 살찌면 빼기도 힘들어. 엄마처럼 죽어라고 운동하고싶어?"
(제가 예전에 살이쪘다가 요즘 운동많이해서 뺐거든요^^;;)
"그래두...고기반찬 해주지...."

이렇게 일주일내내 불평합니다.
에어컨 틀어달라, 반찬좀 자기 좋아하는거 해달라...
그러다가, 주말이 됩니다.
우리 남편님, 주말에는 내내 노십니다.

토요일 아침에 만찬(?- 나름대로의 만찬)이 벌어집니다.
반찬의 가짓수가 평소의 배로 늘어나지요.
안끓이던 찌게도 나오고, 김치볶음에, 하다못해 잘 못하는 나물이라도 무칩니다.ㅡㅡ
반찬의 가짓수가 달라지니,
딸내미 불평합니다.
"왜 아빠가 있으니깐 반찬이 이렇게 많아져?"
당황한 나...ㅡㅡ
"무슨소리야? 평소에도 이렇게 먹잖아!"
딸이 저를 째려봅니다.
"언제 그랬어? 반찬이 맨날 세개면서. 아빠, 엄마랑 나랑 먹을때는 반찬 세개다?!"
우리신랑 딸을 보며 웃습니다.
저 요리못하는거 울신랑 잘아니까요.ㅡㅡ;;

그런 투덜거림으로 주말이 시작됩니다.
더우니까, 세식구가 다 더우니깐, 에어컨도 켭니다.
울딸내미 또 시작합니다.
"내가 켜달라고 할때는 에어컨 안켜주다가, 왜 아빠있다구 에어컨 팍팍 틀어?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며~~!!"
심통맞은 소리를 골라하지요.

그러다, 며칠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울신랑, 떡국을 유달리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떡국...
하는것도 덥고, 먹는것도 덥지요...
게다가 울신랑, 냉방잘된 음식점에서 냉면 먹으면서도 땀흘리는 체질입니다.
땀많이 나는...ㅡㅡ (본인은 워낙 튼튼해서 그렇다고 하고, 저는 속으로 곯았다고 그럽니다. 술로 곯았다고.ㅡㅡ)

휴가의 끝날쯔음..
신랑 좋아하는 떡국을 끓여서 세식구가 나란히 앉아서 먹습니다.
더우니깐, 에어컨 틀어가면서,
떡국 후후~ 불어가면서..

우리딸내미 하는말,,,
"아놔~~~왜 설날에 먹는 떡국을 지금 먹는거야? 더워죽겠는데."
그러더니 덧붙이는말,
"엄마, 아빠있다구 뜨거운 떡국 먹으면서 에어컨 틀어놓은거야? 이건 너무 차별이야~~!!!"

......

할말이 없는 저....

"야~~~! 아빠는 돈벌어 오잖아. 너도 돈벌어올래?"

제가 생각해도 치사합니다.ㅡㅡ;;;


Comments

권영우 2006.08.07 18:14
  차별은 차별이군요.
남편은 좋으시겠습니다.
부인으로부터 자식보다 우선권이 확실하시니.....
어느 순간 우선순위가 1에서 2로, 2에서 3으로 밀리더군요. ^-^
정연석 2006.08.07 19:22
  부럽습니다...
저도 떡국좋아하는데...특히 굴넣은거...
7월 한달내내 미역국먹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저도 2순위에서3순위로 밀렸습니다...^^
전신권 2006.08.07 20:50
  다정한 가정의 단면이네요.
이것도 어릴 적 얘기입니다.
좀 더 크면 아무 말없이 숟가락 놓고 나갑니다.
물으면 "으응,,, 입맛이 없어,,"라는 말이라도 하면 이쁘고..
이 나이되니 집사람이 저녁 뭐로 할까 물으면
"으응,,, 그냥 있는대로 챙겨 먹지.." 그럽니다.
오늘은 냉장고에 있는 만들어진 반찬들 모두 꺼내어 한 상 차렸는데
그린필드로 10여가지 반찬이 상에 가득하더군요, ㅎㅎㅎ
박기남 2006.08.08 06:04
  사람사는게 다그런것같습니다. 왜 다들 순위이야기를 하시는지.
외형상으로는 순위가 밀려난것처럼 보이겠지만 마음속의 0순위는 항상 배우자가 아닐런지요.
전영윤 2006.08.08 07:03
  저희와는 반대이군요.^^
저와 아내는 거의 하루 세끼를 같이 먹기에 둘이 있을 때는 대충 먹기가 일수 인데
아이들과 먹을 때는 아이들 좋아 하는것 한 두가지는 더 하더라구요.
이유는 영양을 골고루 공급해야 한다고...
김영욱 2006.08.08 09:19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가정이 참 화목해 보입니다....ㅎㅎㅎㅎ
나중에 따님분이 조금 더 크면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날의 일이 재미있는 화제거리가 될겁니다...^^*
이응수 2006.08.08 09:34
  마음이 보약인것을 .... 사랑으로 엮어나가는 조용한 대화에서
 오늘의 아니 내일의 희망을 건져봅니다. 착한 마음의 딸아이의 순수함에
 박수 보냄니다. 꼭 좋은 마음 가지고 넉넉한 부모의 뜻도 알기에 내일이
 무척이나 밝고 맑아 사무실 책상에서 흐뭇해 하는 초로의 직장인  왕 초보 드림!!
김두호 2006.08.08 14:12
  훈훈한 가정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저도 어릴때는 그런 불평을 많이 했지요.
요즘은 아내가 불평을 합니다.
에어컨을 들여 놓자구요.
그러나 완강히 반대입니다.
새들에게 영향이 잇다구요.
아들놈이 말합니다.
사람이 새보다 못하다구요.
저나 아들놈은 직장에서 찬바람을 맞지만 아내는 하루 종일 뜨거운 선풍기 바람을 맞습니다.
왠지 미안합니다.
실외기를 창밖으로 놓을수만 있으면 당장 사준다고 대답을 하는데 저희 아파트는 실외기를 밖으로 내 놓지 못하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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