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물둠벙

전신권 5 550 2006.07.24 21:59
나른한 여름날 오후....

방식구들의 절반이 휴가를 떠나간 사무실 공간은 텅빈채 적적하기까지 하다.

카사모에 들어가보니... 
여름을 타는지 여느 때와 달리 느긋하고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틈만나면 자주 찾아와서 쉬었다 가는 카사모는...
내 어릴적에 자주 찾아가곤 하던 물 둠벙과 비슷한 것 같다.


          *****  ※  ***** ♧  *****  ※  ***** ♧  *****  ※  ***** ♧ *****


내가 소싯적에 잠시 살았었던 시골에는 논농사를 소규모로 짓기 때문에 물 둠벙이 많았었다.

그런다고 쌀이 많이 나거나, 질이 좋아서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 그런 맛있는 쌀은 아니지만

그 작은 물 둠벙 때문에 가뭄에도 논에 물을 대고 벼를 키워나가는 일이 가능했다.



한여름....

장마가 지나고 벼가 여물 무렵....

벼가 먹는 물의 양은 엄청 많아서 그 물 덤벙이 없으면 계단식 논(천수답)처럼 하늘에만 100%

의지하고 안타까워 했을테지만 그놈 땜에 말라가는 논바닥을 적셔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물 둠벙이 하는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약을 치기위해 물이 필요하면 물을 공급해주고, 일하다가 더우면 멱 감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등.하교길 아이들의 작은 놀이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바닷가에 있는 물 둠벙은 수영을

하고 온 아이들의 작은 샤워장으로, 어둠이 내린 물 둠벙은 어른들의 은밀한? 목욕탕으로

이용되어지기도 했다.



이 곳의 생태계는 살아있는 작은 어항 같은 곳 이었는데,  어디서 들어오는지 붕어, 장어, 개구리,

물방개, 가재 등등…….  어릴 때 민물에 사는 모든 생물들을 여기서 볼 수 있다

개구리 낚시도 여기서 첨으로 했고 붕어낚시도, 그리고 민물장어를 건져올린 곳도 여기서 였다.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이다.

어릴 때 나에게 다가온 것은 하나의 작은 놀이공간뿐인 곳이었지만,  이 작은 물 둠벙이 하는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한 생태계의 한 연결고리란걸 TV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한번은 아저씨랑 농약을 치기위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다가, 실수로 농약 한방울이 물 둠벙에

떨어져 버렸다.    농약이 물에 닿으면 하얗게 퍼져 어디까지 얼마나 퍼지는지 바로 눈에 보이는데, 

농약방울이 떨어지고 몇 초 되지도 않아 멀리서 놀고 있던 가재가 바로 배를 보이며  누워버린다.

아니!!! 저기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그 생각하다 얼른 내려가서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가재는

그대로 죽고 말았다.

그리고 헤엄치던 붕어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어져 버렸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정지된 듯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우리 카사모를 어릴 적 내가 놀던 작은 물 둠벙에 비유하고 싶다.

온갖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

가득찬 물로 모든 이들의 샘터가 되고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곳...

아무리 힘든 주위 상황이라도 모두 다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한 곳...

그런 곳이 되기 위해 붕어도 가재도 물방개도 모두 깨끗한 물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들면 힘든 대로 그대로라서 좋고 또 아프면 아픈 대로 그대로라서 좋다.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웃어주는 모습에 행복해하고, 손잡고 끌어올리고 밀어주는 모습이 좋다.

모두 다 붕어 같고. 가재 같고, 물풀 같고, 물방개 같다.



그러나 그 작은 물 둠벙이 내 작은 실수로 순식간에 오염되어지듯 우리 카사모도 모두가 돌보지

않으면 온갖 이물질로 썩어 들어가는 건 농약이 퍼질 때처럼 빨리 속도를 더할 것이다.



물 둠벙이 항상 깨끗했던 것은 그 속에 살던 작은 생명들의 즐거운 합창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 둠벙은 한 번도 청소하는 일이 없다.

자정능력이 뛰어나 스스로 오염된 물 둠벙은 며칠 지나면 어느새 깨끗함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카사모도 자그마하고 깨끗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그런 물 둠벙으로 계속된다면 좋겠다. <完>

##펌글입니다: 난마을의 최경부님이 쓰신 글을 난마을을 카사모라고만 바꾸어 이곳에 올려 봅니다.
                  그곳도 요즘 약간의 혼란함을 겪은 후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글이
                  올라왔기에 출처를 밝히고 올려 봅니다.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배울만한 부분이
                  많은 듯하여서 입니다.



 

Comments

권영우 2006.07.25 08:07
  어렸을 때 논가운데에 있던 작은 웅덩이....
방개도 잡고 개구리도 잡고 때로는 개헤엄도....
정말 작지만 모든 세상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장마가 져서 흙탕물이 들어와도 퍼내지 않아도 며칠이 지나면
자연정화가 되더군요.
오히려 흙탕물과 함께 다른 물고기도 들어오고 밖의 세상을 그리워하던 물고기나 벌레들은 나가고.....

사는 것이 자연의 이치나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스스로 더러워졌다가 그 더러움이 더하면 스스로 깨끗해지려하고....
밭에 가려고 했더니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네요.

늦은 오후에나 다녀 와야겠습니다.
풀과의 전쟁에서 포기할 순 없으니....
비 오기 전날의 햇볕을 놓치지 말고 좋은 하루되십시오.
박희찬 2006.07.25 09:26
  언젠가 저 둥범에 대하여 KBS환경스폐셜에서 방영된 것이 있습니다.
전신권님이 잘 설명하였듯이 생태계에서 아주 소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저 곳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물론, 우리 카사모 사이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
박상태 2006.07.25 10:32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습니다.^^

자정작용을 가지고 계속 발전해나가는 곳이 카사모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다면 오히려 발전이 안되겠지요..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것은 사람이나 사이트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원영환 2006.07.25 18:26
  카사모가 가뭄에 갈라져 목말라하는 논밭에 물길을 대주는

작은 물웅덩이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웅덩이가 자칫 고인물이라고 썩을것을 우려할수도 있겠지만

그속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끊없이 살아 숨쉬고 있기에...

끝없는 자정 작용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논길에 물을 대주겠지요....^^*





김갑종 2006.07.31 16:55
  물덤벙
봄에는 물자수떼가 모여 봄의 향연을 베푸는 곳
참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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