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뼈아픈 육추실패 경험

정병각 14 538 2007.03.28 10:33

지난 22일부터 부화한 글로스터 한 쌍이 알 4개를 모두 부화시킨 가운데 그동안 새끼 기르기에 너무나도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줘 더없는 기쁨을 주어왔습니다.
첫 번식을 했던 또 다른 쌍과는 달리 수컷의 새끼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해 새끼들이 더없이 건강하게
클 거라 기대하게 했었지요.
그런데 부화 4일째였던 엊그제부터 왕성하던 새끼들의 모이 조르는 소리가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어제는 아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낮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저녁에 퇴근해보니 암수모두 횃대에 나와 앉아있고, 둥지는 조용~.
둥지를 꺼내어보니 새끼들은 무슨 일인지 이미 죽어있는 상태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며 죽은 새끼들과
둥지 속의 둥지 풀을 걷어내는데 둥지 바닥에 웬 작은 까만 점들이 무수히 있는 겁니다. 마치 연필 끝으로
콕콕 찍어놓은 점들 같은 것들이. 그리고는 움직이더군요. 아차, 싶더군요.

큰일 났다 싶어 곧장 서울 박상태님께 전화를 했지요.
박상태님은 불의의 화재사고를 당하신 김창록 어르신 댁에 들렀다가 회원들과 함께 어울려 저녁을 드시는 중이라
떠들썩하더군요.
제 얘길 듣자마자 박상태님은 그 해충들이 새이라고 하더군요. 새 용품 등에서 묻어 들어올 수도 있으며,
얼른 조치하지 않으면 어미들도 해를 입게 된다고.

그 길로 박상태님이 알려주신대로 비오킬을 사러 약국으로 뛰쳐나갔고, 500ml 짜리 3병을 사왔습니다.
집앞 약국에서는 5천원, 다른 약국에서는  4천원 하더군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포란중인 것을 제외한 다른 새들을 모두 꺼내어 비오킬을 흠뻑 뿌려주고는 거실로 옮겨
백열들과 히터를 켜서 보온시켰고, 둥지와 횃대 모이통 등을 꺼내 끓는 물로 삶아버렸지요.
또 더블케이지를 올려둔 메탈릭선반 위에 깐 합판도 죄다 꺼내 비오킬을 뿌리고 혹시나 싶어 지난번 등산할 때
잘라왔던 둥지풀도 모두 버렸습니다.

문제는 포란 중인 녀석들,
어제부터 산란을 시작한 놈은 먹이 먹으러 나온 사이 둥지를 꺼내 제가 직접 만든 둥지로 바꿔주고는
암수 모두 잡아 날개깃 안팎으로 비오킬을 조금 뿌려줬습니다. 포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한밤중에 베란다에서 깃털을 말리지도 못할 것 같아 다른 녀석들처럼 비오킬을 흠뻑 뿌리지는 못했는데,
문제는 없을지...
꺼내버린 둥지는 자세히 살펴봐도 새이 같은 해충은 없는 것 같더군요.
또, 오는 30일 부화하는 녀석은 먹이를 먹으러 나오지 않아서 어젯밤엔 놀랠까봐 손을 못댔고,
오늘 낮에 둥지를 새것으로 교환해주려 합니다.   

과거에 다른 새들도 여러 번 키웠었지만 이렇게 해충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은 처음입니다. 그러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새들의 질병과 해충관리에 늘 신경써야 함을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됐고요.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베란다 청소와 소독을 깨끗하게 하게 됐고, 새둥지 짓는 노하우도 거의 80~90% 정도
터득하게 됐네요.
일을 모두 다 끝내고 나니 새벽 2시, 채 4시간도 못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비오킬로 소독을 몇 차례 더해야겠지만 이제는 괜찮으려는지..
남아있는 올해 번식들이 심히 우려됩니다.

Comments

배락현 2007.03.28 11:02
  안타까운 일이네요!!
번식 전 항상 예방약을 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존슨즈 파우더와 비오킬을 2월에 뿌려줬습니다.
비오킬을 흠뻑 뿌리셨다면 다 죽을 것입니다,. 3주 후 한 번 더 해주시지요!!!!
박상태 2007.03.28 11:20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런 일 없으실 겁니다.^^
정병각 2007.03.28 12:51
  낮에 들어가서 어젯밤 비오킬 소독 못한 카나리 쌍을 소독하고,
둥지갈아주고 왔습니다.
정신없이 포란하다 당해서인지 털이 대충 말랐는데도
둥지에 안들어가는걸 보고 회사에 다시 왔습니다.
조금 있다 다시 품으려는지... 걱정이네요.
해충구제가 우선이니 안품어도 할 수 없지만.....
권오서 2007.03.28 13:26
  좋은 경험은 하셨는데 댓가가 너무 커네요.
그나마 일찍 발견하여 다행이고 이제 시작이니까 조금늦게 번식시작했다 생각하시고......
그런데 아깝긴 아깝네요.
사돈 맺을려고 했는데...

정효식 2007.03.28 14:01
  구충 1회, 비오킬 소독 2회 실시하였고 이제 번식에 들어가려합니다.
새로이 반입된 새도 10일정도는 따로 격리시켜 상황을 본 후 소독을 실시하고 합사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큰 경험하신 것으로 생각하셔야지요. 어찌하겠습니까.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손주애 2007.03.28 14:08
  아....이런 일이 있군요....;
어서 비오킬을 동원해야겠습니다...;;
강규수 2007.03.28 15:28
  정보공유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용상 바이오킬은 알겠는데, 존슨즈는 어떤 용도에, 어떻게 사용합니까?
박상태 2007.03.28 15:58
  배락현님이 언급하신 존슨즈는 정확하게 Johnson's Ridmite라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습니다.
파우더 형태의 새이/벼룩 퇴치제로, 번식기 전 새의 몸에 뿌리고, 둥지, 횃대 등에도 예방차원에서 뿌려준다고 하더군요.
배선생님이 예전에 이야기해서 찾아보았을 때 본 정봅니다.
비오킬로 충분히 예방/치료가 되므로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구해보고는 싶더군요.ㅎㅎㅎ
권영우 2007.03.28 18:50
  안타깝네요.
외부에서 새나 용품이 들어오면 무조건 소독을 합니다.
번식전에도 흠뻑 뿌려주면 되더군요.
아직 경험은 못해보았지만 새이라는 것이 무서운가 봅니다.
변송 2007.03.28 20:47
  저는  잡새(가모)가 번식할때는 신경도 쓰지않는데  아끼는새가 번식할때는
둥지를 할멈없을때 전자렌지에다 1분만 돌리고 넣어주니 별탈없드군요
김성기 2007.03.29 01:40
  아하~~ 새 이.....
새끼들에게 치명적이군요~
잘 알았습니다.
전혀 신경도 못쓰고 있었는데... ㅠㅠㅠ
홍상호 2007.03.29 07:47
  정병각님 놀란 표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새를 키우다 보니 벼라 별 일들이 다 있는가 봅니다..
덕분에 해충관리에 한층 더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어쨋거나 이유도 모른채 죽어간 새끼들이 불쌍합니다..
4월초 정모때 만나서 좀 더 상세하게 얘기 나누지요..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ㅠㅠㅠ
전신권 2007.03.29 10:36
  아마도 좋은 경험이 좋은 사육가로 만드실 것입니다.
번식도, 건강도, 모두가 잘된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지요.
힘 내시고 좋은 경험이라고 여기시길 바랍니다.
김두호 2007.03.29 16:22
  좋은 경험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것 같군요.
미리 대처를 하니...
비오킬은 상비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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