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40대에 공감가는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어수언 6 546 2008.01.22 14:45
오늘 아침 한통의 메일이 와있더군요.
공감대가 가서 긁어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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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대 .....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동무들과 학교가는길엔 아직 개울물이 흐르고 ,

강가에서는 민물새우와 송사리떼가 검정고무신으로 퍼올려
주기를 유혹하고 ,학교급식빵을 얻어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을 잘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어린시절을 보냈던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생일때나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하나 묻어서 몰래숨어서 먹고 ,
소풍가던날 니꾸사꾸속에 사과2개, 계란3개, 사탕 1봉지중
반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꼭 남겨와야 하는걸
이미 알았던 그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과
6.25를 격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애기할때마다

일찍태어나 그시절을 같이 격지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와 물을 먹으며 ...
누런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이리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침묻힌 몽당연필로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없는 세대였다.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 외운 국민교육헌장 ,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인줄 알았으며
무슨이유든 나라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30명이
뛰어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검은 교복에 빡빡머리,
6년간을 지옥문보다 무서운 교문에서
매일 규율부원에게 맞는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다행스런 하루를 스스로 대견해 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손바닥을 담임 선생님께 맡기고
걸상을 들고 벌서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으며,

이름없는 호떡집, 분식집에서 여학생과 놀다,
학생지도선생님께 잡혀 정학을 당하거나, 교무실에서나
화장실에서 벌 청소를 할 때면 연애박사란 글을 등에 달고
지나가던 선생님들에게 머리를 한대씩 쥐어 박힐때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무용담이 되던 그때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4.19 세대의 변절이니
유정희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자동거수기니,
애국자이니, 말들이 분분하고 뇌물사건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간첩들이 잡히던 시절에도

우리는 말 한마디 잘못해서 어디론가 잡혀갔다 와서
고문으로 불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술집에 모여
숨을 죽이면 들었으며, 책 한권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선배님의 아픔을 소리 죽여 이야기 하며.
스스로 부끄러워 했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빛깔 좋은 유신군대에서,
대학 을 다니다 왔다는 이유만으로 복날 개보다 더 맞고,
탈영을 꿈꾸다가도 부모님 얼굴 떠올리면 참았고,
80년 그 어두운 시절 데모대 진압에
이리저리 내몰리면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나뉘어
진압군이자 피해자였던 그때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복학한 뒤에는 ..
시험 때 후배는 만인의 컨닝 페이퍼인
책상을 이용했지만, 밤새워 만든 컨닝페이퍼를
주머니에서만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던 그때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 세대, 4.19 세대, 5.18세대,
모래시계세대.... 등등

자기 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였다.


선배 세대들이 꼭 말아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혹시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고,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구 억지로 요즘 노래 부르는 늙은 세대들....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후배 세대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
맡아서 주장하는 세대....
단지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
조직의 간부란 이유로 조직을 위해 조직을 떠나야 하는 세대들...


팀장이란 이상한 이름이 생겨서
윗사람인지, 아랫사림인지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노조원 신분이 아니여서
젊은 노조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드러누운 정문을 피해 쪽문으로 회사를 떠나는 세대들....

IMF 에 제일 먼저 수몰되는 세대.
미혹의 세대.....오래 전부터 품어온 불길한 예감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우리만의 이름으로 부른다.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어느 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다른길은 잘 보이지 않고,벌어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하기에는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컴맹의 제 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은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 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세대라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해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추운 날씨에 아직 다 팔지못해 애태우는
어느 노 부부의 붕어빵을 한봉지 사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 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를....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 할때,
이름없는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바로 이땅의 40대 !!!!!!!!!!!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세대.
진정 우리는,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관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일까?
아 ! 이 땅의 모든 40대 들이여....
스스로 일어날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맙시다.

Comments

박기변 2008.01.22 15:19
  전 30대 초반이지만 윗글에서 공감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보수적인가요?
권영우 2008.01.22 21:00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네요.
경험했던 일들이 생각이 나고....
40대뿐만 아니라 50대도 화이팅입니다.
배락현 2008.01.23 01:05
  모든 것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80년이면 제가 대학 1학년 때군요!!!전 모씨의 군사 독재에 항거하여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하다
110일 휴교조치에....시골 내려가 농사일 돕다가 망할놈의 대학생들이라며 동네분들에게 욕 다 얻어먹고
학교가 궁금하여 갔다가 공수부대에 잡혀 정말 죽을 뻔한 일도 있었지요!!!
아름다운 추억도 많지만............가슴아픈 추억들도 많은 486 세대들이지요!!!
어수언 2008.01.23 09:52
  저글을 읽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어제 한잔하고 푸욱 잤습니다..^^
강현빈 2008.01.23 09:54
  이러한 것들은 계속 반복됩니다
40대 뿐 아니라 그 전세대 앞으로 세대도
후세들에게 너희는 좋은 때 태어났다고 말하고
또 다음세대는 같은 말을...

지구가 존재하는 한
김익곤 2008.01.23 10:05
  대부분 경험했던 과거를 뒤로, 한참을 생각해 봅니다.
그중에도 평생 잊혀지지않는 한 부분이 있습니다.
80년 광주에 눈뜨고 볼수없는 처참히 죽어가야만 했던 그들의 모습이,,,
모든것은 한페에지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악몽에 시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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