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나만의 이시대의 장인 탐방기(석유버너, 동양마샬 스피커)

양태덕 10 2,082 2017.09.05 20:42

십여년 전에 회사 생활이 힘들고, 특히 인간관계가 힘들 때, 가끔씩 80년대처럼 산에 가서 이삼일 지내다 왔으면 할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그때 사두었던 텐트를 들고, 다른 분에게 추천받은 한적한 해수욕장의 솔밭에 가보니, 참 좋더군요. 바닷가도 좋았지만, 산에가서 정상에도 올라가고, 내려와 계곡에서 밥해먹고, 별도 보고 싶네요.

 

그런 상상속에서, 예전의 장비들을 지금 꺼내어 보니, 의외로 너무 멀쩡합니다.  그러다가 궁금해서 백패킹에 관한 다음 카페를 검색하다 보니, 예전의 버너들을 수집하고 정비하는 카페들이 있더군요.  90년대에 대세로 나서는 가스버너들에 밀리고, 군사정권에 의한 국립공원 취사금지로, 모두 망해버린 석유버너 회사들이 만들었던 석유버너가 몇가지 종류가 있었을 까요?

 

400개라는 군요.  저는 한 20여개 생각했었습니다. 외국의 제품을 모방하고, 거기에 편의성을 추구해서 개조하고, 독자적으로 개발도 하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델들을 다 수집한 분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그 분이 확실하게 숫자를 세어보니, 400개랍니다.

 

그런 분들 중에 한분이 이제껏 모은 제품을 모두 처분하고, 수집가에서 은퇴하고, 이제 석유버너에 관한 책만 집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지난 금요일 9월 1일날 방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괜히 방문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이 석유버너가 오래되어 노후화되거나, 고장난 사람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부속들을 개발해서 판매를 했는 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바로 바로 카피를 해서 판다고, 처음 본 저에게 많은 원망을 쏟아내시더군요.  물론 사업가의 관점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모방을 해서 돈이 안된다는 것이 큰 아픔일 것인데, 저는 그 젊은 친구들이 싸게 부속들을 만들어 팔아서, 제 장비를 수선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같이 사업을 하다가 몰래 따로 공장에 의뢰해서 대량으로 저가품을 만들어 시장에 풀고 그랬다는 군요.   역시 취미와 사업은 병행이 안되는 일인 것 같아요. 엔지니어(전문가)와 사업가가 대립하면 항상 사업가가 이기는 그런 스토리를 말씀하시는 데, 마음만 아팠습니다.

 

제 글만 보면, 지루하실 테니, 석유버너 업체에서 편리성으로 기존의 캠핑버너의 대세로 올라서려는 가스버너에 대항해서 만든 가장 마지막 최후의 발악이라고 할까 그런 마지막 시대의 제품들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이렇게 예열을 할 수 있도록 토치가 내장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였고, 믿거나 말거나 지금까지의 증언 및 기록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었습니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석유버너가 생산되고 30만원대에 판매되는 데 토치가 내장되어 나옵니다. 

 

이 제품에도 역시 토치가 내장되어 있는 데, 뭔가 연상되는 제품이 있지요.  가스버너 부르스타와 
유사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들고다니기에는 불편한데, 지금같은 오토캠핑 시대에는 오히려 어울리는 제품인 듯 합니다.  이 제품과 유사한 모양으로 예열용 가스토치가 달린 제품도 있습니다. 

 

이 제품은 정말 앙증맞게 작은 제품인데, 실제로 제가 해수욕장가서 사용했습니다. 1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했고, 화력은 큰 버너만큼의 화력은 아니지만, 2~3인용 밥하고 국 끓이는 데, 문제가 없었고, 커피캔에 넣어가지고 다니니, 딱이더군요. 

 

요즘 중국 제품을 보면 조악한 모방의 수준을 넘어서는 원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들이 많아 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본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면 거의 같은 해에 모방품을 알리에서 10분지 1 가격에 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독창적인 제품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이 아직은 우리에겐 다행입니다. 

 

두번째로 오후에 방문한 이시대의 장인은 마샬 전자음향연구소의 박병윤 사장님입니다. 올해 연세가 90은 분명히 넘으신 분인데, 눈이 초롱초롱하시고, 연구의 열정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경력과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시면 많이 나오니 여기서 제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날 본 3인치 풀레인지 스피커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작은 스피커인데, 너무나도 훌륭한 소리를 내어주네요. 들었던 시청환경은 뒤벽으로 부터 2~3미터 떨어지고, 좌우로 3미터 정도 벌려놓고, 제가 그 앞 소파에 2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앉아서 들었습니다.  물론 이보다 좋은 스피커가 많이 있겠지만, 우리의 청취환경에서는, 거의 최고의 스피커에 근접한 소리를 내어주는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오디오 쇼에 가서 들어본 2~300만원대의 스피커와는 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들은 귀로는 오디오쇼에서는 그보다비싼 스피커에서도 대부분 실망을 했었고, 다들 룸튜닝에 실패해서 최상의 소리를 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스피커는 청취환경을 가리지도 않는 듯 합니다. 지금같이 책장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생각보다 단단한 저음을 내어주네요. 피아노의 배음들도 자연스럽고, 보컬에서는 미세한 삑사리들까지 느껴지는 것이 가수들에게 아주 잔인한 스피커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그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돈 자판기에 가서 외상으로 돈 뽑아와서 구매해서 들고 왔습니다.  박스를 드는 데, 세상에 이렇게  가벼워서, 정말 스피커 들었나 확인을 했습니다.  싸구려, 컴퓨터 스피커보다도 가벼운 것이 이런 소리를 내어 준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외모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고, 저에게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실용적인 통으로 생각되는 데 마눌님은 바로 아주 고급스럽게 생겼다고, 비싸 보인다고 하네요.  사진의 아래 쪽에는 기존에 쓰던 스피커가 있는 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사진을 잘랐습니다.  3웨이를 쓰다가 풀레인지로 바꾸고 더 자주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공간도 가리지 않고, 흔히 말하는 앰프도 안가리는 좋은 스피커로, 가격도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이 49만원 정도에 시중에 판매될 예정이라시면서, 저에게는 현금 할인을 조금 해주셨습니다.

지금 현재 시청할 수 있는 곳은 사장님 연구소 밖에 없을 것 같은 데, 사장님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제가 전공이 레이저 광학쪽이고, 오랜 기간을 연구업무를 하고 나니, 조금 말할 때 이공계의 어려움이 있는 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바로 이해하시고, 설명을 하시고 하는 것이 공학쪽의 전공자들도 한번 만나보시면 이 분은 단지 먼저 시작한 선구자가 아니라, 진짜 지금도 활동하는 선구자이면서 소중한 원로 장인이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박사장님을 지난 주에 처음 보았고, 단순한 구매자입니다.  순수한 마음에 추천드립니다.

두분 방문해서 처음 분은 괜히 찾아 뵈었다 했고, 두번째 분은 역시 휴가내서 한번 뵙기를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이상 저의 일기 끝 

 

Comments

이응수 2017.09.06 10:46
옛날 생각 많이 **?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는 하지만 잊지 못 할 일 일수록 더 마음이 오래 가지요!?
좋은 추억이 있다는 자부심이 얼마나 살아 가는데 도움과 용기를 주는데요!! 양 태덕님 화 이 팅!!!
양태덕 2017.09.06 23:25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집착만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지난 세월이 그립네요.

선생님 건강하셔서 참 좋습니다.
김영호 2017.09.06 16:05
난 스피커에 관심이 ...
이쪽에 귀가 트이면 돈 들어 갑니데이....ㅎㅎㅎㅎ
장문의 글 헐덕이며 보았습니다.ㅋㅋㅋ
대단합니다.
양태덕 2017.09.06 23:28
저는 그래도 어느 정도에서 멈출 줄 아나 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적당히 적당히 하고 있습니다.
석유버너도 5개, 가솔린 버너3개있습니다.

스피커는 아직까지 이번에 산 것이 제일 비싼 겁니다.  천만원 하는 스피커도 우리 집에 가져오면 부담스러운 소리를 내겠더군요.
적어도 집이 가정집 정도는 되어야 2~300만원짜리 큰 스피커 들여서 소리 제대로 내겠더군요.
김석훈 2017.09.06 23:17
석유버너 애호가 이신가 봅니다.
양태덕 2017.09.06 23:28
그냥 추억팔이입니다.
박상태 2017.09.07 08:23
스피커 소리가 무척 궁금해지네요^^
좋은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
임기원 2017.09.11 07:39
엿 추억 그 시절이네요
박진영 2017.09.12 19:02
올리신 글과 사진을 보니 예전에 사용하던 알콜로 예열하던 버너도 생각나고...
토치로 예열하는 버너를 사용하며 흐뭇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래전 일이라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버너 들고 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모든 사람이 가스버너로 전향한지 오래되었는데 아직까지 소장하고 계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양태덕 2017.09.13 16:13
저도 놀란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캠핑을 마음대로 할 날을 그리며, 장비병에 걸려서 정비하면서 지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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