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칼레의 시민

정효식 8 538 2007.08.03 17:14
(요즈음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겠다는 훌륭한 분(?)들이 워낙 많은지라,
출처를 찾을 수 없는 한편의 글이 있어 퍼 왔습니다. 진정한 지도자의 상이 어떠하고 또한 존경받을 만한 일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게 합니다)

칼레의 시민

1347년 영국과 프랑스가 끝이 안보이는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에드워드 3세(1312~1377)가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로 쳐들어 왔습니다.
영국군은 순식간에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칼레까지 진격했습니다.
에드워드 3세는 조그마한 도시였던 칼레를 손쉽게 함락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성을 공격했지만, 칼레 시민들은 영국군에 대항해 용감히 싸웠고 그들의 저항은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11개월 동안 계속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식량 보급로까지 차단된 칼레 시민들은 지치고 굶주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됐고, 마침내 영국군 진지로 시민 대표들을 보내 항복의사를 전했습니다.
에드워드 3세는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였지만 오랜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칼레 시민들 가운데 6명을 뽑아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칼레의 최고 부호였던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가 가장 먼저 죽음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후 칼레의 시장과 지도자, 그리고 귀족 등 모두 7명이 차례로 희생을 지원했고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자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희생자를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피에르는 “제비를 뽑는 순간, 내가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에 우리의 용기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장터에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이 빠지기로 합시다”라고 제안했고 사람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이윽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희생을 자처한 사람들이 장터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7명 중 6명만이 모였을뿐 생피에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급히 그의 집으로 가보았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뒤였습니다.
생피에르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한 사람이 빠지게 되면 나머지 6명의 결심이 흐트러지거나 용기가 약해질 것을 우려해 먼저 목숨을 끊었던 것입니다. 생피에르의 죽음을 본 나머지 6명의 시민들은 당당하고 의연하게 영국군의 진영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에드워드 3세는 그들의 용기에 감동하며 시민들을 모두 성으로 돌려보냈고 휘하 군대를 칼레에서 철수시켰습니다.
유명한 조각가 로댕(1841~1917)은 이 이이야기를 소재로 10년에 걸쳐 ‘칼레의 시민들’이라는 청동조각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고뇌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생사가 갈리는 극단적 상황에서 의연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생피에르를 보면서.....

Comments

권영우 2007.08.03 17:39
  답답한 현실에서 시원한 한줄기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감동이네요.
요즘은 정치인들의 말버릇부터 너무 극단적이더군요.
깡패들도 잘 쓰지 않을 용어들이 난무하고....
말에 대한 책임은 전혀없고 격도 떨어지니 ....
역시 민주주의의 역사가 길어야 .....
주형원 2007.08.03 18:06
  진정한 삶과 죽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다시 한번 다져봅니다^*^.
김성기 2007.08.03 18:11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미래를 누가 걱정 하겠습니까?
대통령이 해 줄까요?
대선 주자들이 해 주겠습니까?
그네들은 경제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후손에게서 빌려쓰고 있는,
자연조차도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칼레의 시민이라는 애피소드 하나가,
가슴속을 잔잔히 파고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상태 2007.08.03 23:18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작금의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듯 합니다...
원영환 2007.08.04 00:30
  감동적인 글이군요....^^*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거리가 먼 이야기같습니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우리보다는 내가 우선하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가 만연하기에....
전신권 2007.08.04 08:56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 조용하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들이 많답니다. 어느 조직이나 부정적으로 보면 끝이 없는 것이
인간집단의 모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이런 정도로 잘 살게 된 것은
우리들이 가진 장점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능하면 우리사회에서 보여지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정병각 2007.08.04 09:31
  집단의 화합과 용기를 보여주는 좋은 글입니다.
요즘 세태와 비교되는 바가 많습니다.....
유재구 2007.08.04 21:23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알게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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