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새와 나무

권혁준 0 535 2006.01.09 10:11
.......제목: 새와 나무...............PHTO BY 유리안나.........(^_T)

 


유리안나는 세면대에 놓인 목욕용 오리 삑삑이나

전철역 화장실 거울 앞에 친구를 세운 따위의 어설픈 사진을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찍어대는 아이인데 가끔은 디게 놀랠만한 센스를 보여주곤 한다.
비결이라기도 궁색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던 앵글에 디게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면 되는 식이다.

 


문득 내가 마치 흐르는 개울속 무수한 돌멩이 가운데 하날 만나 마리아!
하고 이름되어 좌대 위 성모상 되었듯...
문득 내가 마치 흐르는 인파속 무수한 행인들 가운데 하날 만나 유리안나!
하고 이름되어 나무 위 작은새 되었듯...

 


아마도 여자의 감수성이란 배워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디게 작아서 카메라조차도 들기 힘겨워 하는 아이...
그래서 자기 만큼 작은 로모로
      새 둥지 만큼 작은 세상을 찍는 아이...

 


난 한때 어리석었지만 언제나 무쇠만큼 무겁고 차가운 펜탁스를 목에 걸고
커다란 세상을 찍겠다며 형장 위의 성자만큼 세상 짐을 걸머진 양 우쭐했었다.

 


  이제사 고백하건대 본심은 디게 무거웠지.... 본심은 디게 싸늘했지....
            철커덩!!
펜탁스의 셔터는 무쇠만큼 무겁고 싸늘한 단두대 위 무쇠날 소리 같았지....
            댈그락!!
  로모의 셔터는 깃털만큼 가볍고 포근한 나무 위  작은 새 소리 같았지....

 


유리안나는 어린 연인을 몰래 찍어서 디게 미안했다지만
다큐를 찍는 이라면 마침 우연히 길에서 만난 절묘한 앵글은 놓치고 싶지 않을 게다.

 


문득 문득 그 장소를 지날 때마다 왜 그 절묘한 찰나를 놓쳤나 하는 후회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따라 다님을 우리는 자주 겪었기 때문이다.

 


나도 유리안나의 작품을 몰래 퍼가서 디게 미안하지만
이 사진평을 들키고 싶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

 


유리안나가 이 사진의 감상을 부탁했을 때
(나는 나무가 될께....너는 내 가지에 작은 둥지를 틀겠니?)
...........하고 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항상 어리석었지만 이제사 고백하건대 언제나 본심은
 펜탁스보다는 작은 둥지를 걸머지고 싶었다.

 


문득 문득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왜 그 절묘한 감상평을 놓쳤나 하는 후회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나를 따라 다닐 것이다.

 


......제목: 새와 나무...............WRITEN BY 백도가 혁준.........(^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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