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신록예찬에 대해....

유재구 7 556 2006.05.03 17:30
5월에 "신록예찬"을 읊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 유년 시절 읽었던 이양하님의 글을 일부 올려봤습니다.

<신록예찬>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이러한 때─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은 이 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고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곁에 비록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사람이란─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 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데 마음에 영일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사람이란, 어떻게 비소하고 어떻게 저속한 것인지.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 이양하 -의 신록예찬 중에서

Comments

김혁준 2006.05.03 17:33
  봄이 금방가고 여름인것같은 날씨네요.. 푸르른 나무들 너무 좋아요^^
박상태 2006.05.03 18:50
  정말 신록예찬이 떠오르는 하루였습니다.^^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옛날 학교에서 배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정연석 2006.05.04 00:14
  이런 글을 대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는 감정이 너무 매마른것 같습니다...
시 좀 읽어야 겠습니다...
국순정 2006.05.04 00:32
  아~좋은 글 읽게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모든 사물에 감사할줄알고 내 주위의 모든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시기도 미움도 질투도 마음에 들어올 자리가 없을 텐데 말이예요.
홍성권 2006.05.04 08:24
  아!
5월!
신록예찬!

좋은하루 주심을 감사하며.....
전신권 2006.05.04 09:25
  신록예찬,,, 기억 속에 잠긴 것을 끄집어 내려는데 잘 안되네요,
과연 우리가 가슴 뜨거운 배웠던 내용이었는도 가물거립니다.
더 늙기 전에 좋은 기억들을 다시금 되살려 보고 싶네요.
박찬영 2006.05.04 10:41
  저도 언젠가부터 신록을 좋아합니다.
죽은 듯이 뻗어있는 나뭇가지에 연초록 잎들이 피기 시작하면
초록의 잎들 속에서 왕성한 생명을 느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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