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산은 낮아지고 여우는 가고

이규진 6 1,287 2010.11.12 17:37
           



 나는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 했습니다
 홀로 산에 앉아 산이 우는
 그 고독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산도 웁니다
 어떤 때는 하루에 두 번이나 들을 수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한 달이 지나가도
 한 번도 듣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산이 깊으면 그 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가 있었는데

 콧등에 묻은 이슬방울을 털던 여우가
 슬쩍 건들인 조약돌에 부딪쳐
 굴러서 내려간 큰 바윗돌의 소리였는지

 양팔에 잔뜩 받아 안고 있던
 눈의 무게가 힘들어 너무 힘들어
 부러지던 굵은 소나무의 가지가 냈던 소리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러나 귀로 들을 수 있는 탁음은 아닙니다
 가슴속 깊은 곳을 울리는 “쩡”....하는 그 기이한 소리

 새벽안개에 온몸이 젖어 들어
 얼핏 소름이 돋아 어쩔 수 없어 차가워진 마음속의 소리

 그러나 이제 산은 낮아지고
 여우는 가고
 
 봄비 오시는 날에 온몸을 적셔 떨면서
 아무리 오랫동안을 앉아 있어도
 산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서
 못내 서운 합니다

 
야곱 1995 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사진을 줄일줄 모릅니다...........디따 크네.........--;





Comments

김성기 2010.11.12 19:26
  참으로 고운 글을 오랜만에 접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수 2010.11.13 11:42
    감성에 저저드느 시간을 갓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회장 2010.11.13 13:37
  사진을 줄였습니다.
알씨 프로그램에서 800*600 으로 줄였구요.
파일 이름은 JPG 파일로 변환 하였습니다.
이규진 2010.11.13 17:23
  사진 줄여 줘서 고맙습니다
제가 배울때까지 종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동렬 2010.11.13 20:03
  느낌만 공감하면서 표현할 재주가 없으니~마음에 닿은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산이 운다는느낌을 아주 옛날받은 기억이납니다.
이제는 세속에 젖어 그곳에 가도 마음이 비어있지않아 들을 수가없을것같으니 ~..
남궁완 2010.11.13 22:29
  멋진 글이네요..
감동 먹습니다^^
곁엔 손녀인가봅니다.
아주 귀엽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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