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삼만점 기념의 글

김갑종 22 554 2007.01.30 22:11
    -난이-
난이는 내보다 한 살 위의 눈이 유난히 큰 누나다.
외동딸로 태어나 버릇없고 언제나 골목대장을했다.여섯살 되던 그날도 난이는 머시마들 노는데 목이 긴 장화를 신고
챙이 둥근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대막대기를 휘저으며 장군처럼 나타나서는 "봉건네 작은방으로 선착순"을 시켰다.
제법 군대놀이에 익숙한 머시마들은 대장의 말에 복종을 잘했다.
난이는 직업군인인 삼촌의 이야기도 듣고 실제로 전방 부대를 보고 와서 훙내를 내는 짓거리지만 어른들도 지나가다
"대장 잘헌다"고 추켜 세웠다. "지금부터 조쟁이 검사를 하겠다" "바지를 벗고 일렬로 섯!!"
머시마들은 히히닥거리며 일렬로 섰다."너는 떼가 많이 끼였으니 나가!" 또는 " 너는 조쟁이가 작으니까 나가!
일곱 머시마는 부엌으로 다 쫒겨 났다. 나 혼자만 남았다. 부엌을 보니 일곱 머시마들이 조쟁이를 씻고 대막대기는
궁디를 때리고 좁은 부엌이 꽤나 시끄러웠다. 내 조쟁이가 커서 남아 있는 게 아님을 안다. 난이 엄마는 나를 자기 아들이라고 했고 길거리에서 엄마라고 안하면 혼쭐이 났고 별난 음식은 우리 집으로 지아들 먹이라고 자주 보내 주었다.
난이도 나를 지동생으로 알고 있었다.

5학년 비오는 여름밤에 난이 아버지와 내 아버지의 갑장계가 있는 날, 난이는 우산을 들고  아버지들 마중을 가자면서 왔다.어머니가 비도 오고 밤길도 무서우니 둘이 같이 가라며 우산 두 개를 챙겨 주었다.
둘은 작은 다리 밑에까지 왔다."추우니 우산을 같이 쓰자며 난이는 내 우산 밑으로 왔다.
가던 발길을 멈추더니 내 손을  자기 가슴속으로 집어 넣으며 "가슴이 아파죽겠다"며 만져 보라고 하였다.
자두만한 조금은 딱딱한 젖몽우리 두 개가 열을 내고 솟아 있었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열심히 주무르고 있었다.
털도 난다면서 머뭇거리는 손을 아래로 가져다 놓는다.까실까실한 터럭 몇개가 찐빵 위에서 전신을 떨리게 하였다.
손끝에 닿는 느낌은 지붕 이엉 구멍에 손을 넣어서 참새 새끼들 꺼집어 낼 때와 똑 같았다.
"니는 털 안 났냐?"면서 민숭민숭한 내 조쟁이를 만지는데 멀리서 아버지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황당하게 난이에게 당했어도 기분은 언제나 짜릿하다.



                                  斷相 에서

Comments

강태진 2007.01.30 22:33
  5학년에 벌써.....?
삼만점 기념글 잘 읽었습니다 
삼만하고 천점돌파 ..기념글도 또 올려 주실거죠?
난이 속편이 있을것 같아서요
김성기 2007.01.30 23:30
  짧지만 뒤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꼭 후편이 있을거란 생각,
이 아이들이 커서 어찌 변할까 라는 생각....
그런 생각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아이같은 어른들의 동화~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슴 한쪽을 성큼 내주고 싶은 어린시절의 이야기...
나이 들어,
자아를 잃고 세월에 쫒기며 살고있는 우리에게,
먼지 모르지만 추억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만드는,
감정의 골을 더욱 살갑게 파고드는 그런 글입니다.
오랜만에 세속에 물들지 않은 그런 글을 읽은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상태 2007.01.31 00:05
  김갑종님의 글은 언제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듯 합니다.

어떻게 다 기억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련만 아련한 추억에 더욱 감칠맛이 납니다.^^

그런데... 3만점 기념 분양은 없습니까?ㅎㅎㅎ 새가 아니라도.. 뭐..ㅋㅋㅋ
김혁준 2007.01.31 01:26
  ^^ 3만점 축하드려요^^
홍상호 2007.01.31 07:37
  보통 글솜씨가 아니네요...
한국대표문학전집의 일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일정한 포인트 누적점수의 도달시에 획득하게 되는
어떠한 인센티브제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전신권 2007.01.31 07:52
  진통하며 자라는 아이들처럼
삼만점을 얻기까지 잃은 새들은 얼마이며
또 한 없이 솟아나는 욕구는 얼마였는지요?
그 감회를 잘 표현한 짧은 글 놀랍습니다.
정병각 2007.01.31 09:08
  기억 속에서 아련하기만한 어린시절의 잊혀지지 않는 우화,
잘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3만점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평소 이토록 카사모활동 열심히 하셨고
이번달엔 의미있는 3만점 달성까지 이루시는 등 선생님께서 너무 열심이십니다.
아마도 이번 달에는 김선생님께서  당당히 카사모 주필을 차지하실것 같습니다.
경사에 경사가 겹치기를 기원하면서 미리 감축드리겠습니다.....
박상태 2007.01.31 09:26
  3만점 기념 분양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군요.ㅋㅋㅋ
류시찬 2007.01.31 09:40
  김갑종님 재미있네요!
모스마들 조쟁이 검사했던 눈이큰 누나는 지금쯤 사회에서 한자리 하십니까?^^
편은정 2007.01.31 09:42
  3만점이라, 축하드립니다. 꿈의 포인트네요 ㅋㅋ
송인환 2007.01.31 11:17
  30,000점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배락현 2007.01.31 11:33
  조쟁이는 알겠는데..갑장계가 뭔 말??
아련한 추억의 글이..
참으로 가슴 떨리도록 재미있습니다.
등단을 눈앞에 두고.......
2탄 기대합니다.
김두호 2007.01.31 12:12
  문단에 등단을 하시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릴때의 추억을 아련히 그리셨군요.
그렇게 커 나가는것을 요즘은 어떨까요?
김갑종 2007.01.31 12:17
  삐딱 - 옆으로
조쟁이 - 꼬추
궁디 - 궁둥이
지 - 자기
갑장계 -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들의 계모임
    斷想의 말들은 남해 사투리입니다. 죄송합니다.
정연석 2007.01.31 12:36
  대학에 계시는 친구분께서...
김갑종님께서 쓰신 斷想을 모아 책으로 내주시려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으셨나 봅니다...
완성되시면 한권 얻기를 감히 바랍니다...^^
정효식 2007.01.31 13:37
  한국문인협회의 곁가지로 한국수필가협회가 있습니다.
예총회장도 하셨던 조경희 여사님이 오랫동안 관여하시었고......
그보다도 더 교원문인협회도 있습니다.
김갑종님 이틈에 수필가로 등단하심이 어떨른지요?
그럼 카사모에 등한시 하실려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득 황순원님의 소나기가 생각납니다.
어린시절의 모든 추억은 자신에게 있어 항시 빛나는 보석입니다.
김갑종 2007.01.31 13:54
  대구대 부총장이 되어 너무 바쁜가 봅니다.
좋지도 않은 글을 세상에 내어 놓기가 겁이 납니다.
사실에서 하나의 거짓없는 인물들이라 죽고 없다면 몰라도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난이 누나가 집안 형수인데 이 글을 보면 형과 형수의 마음이 ? 아찔합니다.ㅎㅎ
회갑이 지나야 내어 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할테니까요.ㅎㅎ
김갑종 2007.01.31 14:41
  수필가,소설가,시인이란 이름이 붙어 불편한 생활을 하긴 싫습니다.
집안에 등단한 사람도 많고 국제 펜클럽의 행사 뒷일도 많이 하였답니다.
회갑 기념으로 모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난,새,돌,분재전시회를 열고
 소설도 수필도 시도 아닌 낙서로된 책 한권 기념으로 드리는 작은 소망은 있답니다.
이 세상을 살다 간 흔적을 남기겠다고.....
김범덕 2007.01.31 15:49
  ^^글 잘 읽었습니다.
늦었지만 삼만점 축하드립니다~~!
조충현 2007.01.31 16:51
  열정의 시간이 점으로 남아 헤아릴수 있어 좋습니다.
후편 기대 하겠습니다.
권영우 2007.01.31 20:06
  첫사랑이었나요?
어렸을 때 여인네들(?)한테 인기가 대단하셨나 봅니다.
덕분에 저도 어렸을 때 소꼽장난하던 얼굴들을 그려 봤는데....
변모한 모습은 그려지지 않네요. ^-^
김갑종 2007.02.12 13:15
  첫사랑은 아닙니다.
난이 누나가 키워는 주었지만...ㅎㅎ
시골에서는 성교육이 이처럼 쉽게 이루어 지고 도시 아이들보다는
조금 빨리 이성에 눈을 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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