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희망

이규진 3 1,266 2010.12.04 14:03




꽃술이 바람에 고갯짓 하고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그대가 오신다는 기별만 같아
치맛자락 풀덤불에 긁히며
그대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내 낭자에 산호잠 하나 못 꽂고
실안개 도는 갑사 치마도 못 걸친 채
그대 황홀히 나를 맞아 주겠거니-----
오신다는 길가에 나왔습니다

저 산말랑에 그대가 금시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녹음 사이 당신의 말굽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이 왜 갑자기 설렙니까

꽃다발을 샘물에 축이며 축이며
산마루를 쳐다보고 또 쳐다 봅니다

노천명님의 시 희망 전문 옮김,


며칠 전에 신기료 윤 사범님에게서 빌려온 시집을 사흘 내내 공책에
옮겨 적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아프고 지루하기는 해도 반드시 필사
해서 공책에 옮겨 적으라는 사범님의 당부 때문에 시집을 빌려
보는 일은 늘 힘들고 고단한 노릇 이었다.
잠결에 들려오는 가리가 반겨 짖는 소리와 찹쌀떡 장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잦아들어 가도 나는 내쳐 잠만 자려는데 착한 누나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 찹쌀떡 하나 먹고 자라는 건데
얼핏 보니 넷째 형이 팔다 남겨온 것인 듯 하다.

“아 떡이다! 찹쌀떡처럼 생겼다”
“그래 어여 먹어라 달랑 두 개 뿐이라 감질 나겠구나”
“그래도 맛있어 입안에서 그냥 녹는데 그래?”
“여기 물마시고 얘 천천히 먹어”
“응응..........근데 누나”
“왜?”
“산말랑이 뭐야?”
“음 산에 있는 언덕길의 등성이를 말하는 거겠지”
“응......... 그런가? 그럼 내 낭자와 산호잠은?”
“그건 처녀가 땋아 내린 댕기머리에 꽃을 수없는 아름다운 비녀를
말하는 거야”
"그냥 꼽으면 되지?"
"시집을 갔어야 머릴 올리고 비녀를 꼽지 정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그렇게 짧게 은유로 표현한 거란다"
"뭐야 내 공책을 다 봤어?"
"네가 책을 베낄 때 어깨 너머로 봤어 노천명의 시지?"
"응 그려"
"노천명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마음이 변해
기생과 월북을 한일이 있다더라 그 사람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과
서러운 생각이 함께 들었겠지"
“음? 그럼 갑사는”
“갑사치마? 그건 아주 가늘고 고운 실로 짜서 만든 치마지 그건
나도 못 입어 봤어 실안개가 돈다고 했으니 그건 보통의 천으로
만든 치마가 아니겠지.........너는 졸던 애가 궁금한 게 많구나?”
“글쎄........졸립기는 하고 뭘 또 물어 보려던 게........있었는.....데”
“그래 어여 자고 궁금한 건 내일 또 물어 봐”
“응 알았어..........."

밤이 이슥해지자 눈꺼풀은 만근이나 되게 무거워지고
창밖으로는 소슬히 부는 바람결에 된내기는 엄하게 내린다.
내가 보던 공책을 누나가 펼쳐들고 호롱불 밑에 꼼꼼히 비춰읽는
눈치인데 누나를 동무해 주려는가 끈질긴 생명을 가진 귀뚜라미
몇마리가 깊은 외로움을 굴려다 놓고 또르르르 또르르르 울어 주면서,
그렇게 고향집의 밤은 조용히 깊어만 갔다.





이것은 초반에 자른 글입니다.

옛 이야기 정도는 때로 이곳에도 적고 무거운 주제나 퍼온 글들은
삶의 여유에도 더러 올리겠습니다.


행복한 주말을 보내세요 ^^

야곱





Comments

김용수 2010.12.04 18:12
    의미있고 진정한 기다림 설래임을 알게 하는것 같네요
난초의 꽃을 피우기위해 그긴 겨울을 설래임에 가득찬 마음으로 만개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듯하여 친근감있게 다가갈수 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남궁완 2010.12.05 15:31
  글 쓰는 분들은 감성이 섬세하고 표현력이 남달라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참 좋습니다.
뒤늦게나마 글쓰기를 배우고도 싶습니다만 시간이 뭔지..
임기원 2010.12.06 19:31
  나리꽃이 참 예쁘네요..

좋은 글 감상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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