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말괄량이 길들이기

성일현 4 621 2003.06.12 05:48
글주제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원래는 구렁이와 나 )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음.음...(헛기침)

이 이야기는 제가 군대 시절 겪었던 일입니다.
뭐 군대이야기이냐 하실수도 있지만 게시판의 특성에 크게 어긋나지 않기에
이렇게 올립니다.

.........................................................................................................

나는 공군에 지원하여 진주에서 군사훈련과 특기교육을 받고 처음으로
백령도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옹진호를 타고 12시간 내내 가면서 이제 고생길이 훤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은 착잡해지고, 백령도에 대한 들은 풍월이 있어 두려운 마음뿐이었지요.

어두울 무렵에야 도착한 그곳에서 첫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을때
상급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내가 군견반에 배치될거란 말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표시하지 못했지만 , 속으로는 너무 좋았습니다.
게이트 근무서는 일보다 군견을 사육하고 훈련시키는 핸들러의 보직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개를 좋아해서인지 군견반생활이 흥미진진 할것 같았어요.

난 다시 육지로  핸들러 교육을 이수하러 떠났습니다.
군견을 배정받고 동고동락하며 핸들러 교육을 받아야 했지요.
훈련교관의 명령에 따라 , 나이 어린 군견을 데리고 훈련시키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얘도 훈련을 받는것이 처음이고 나도 핸들러 교육을 받는것이 처음이니
둘다 헤메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얘가 보통 말괄량이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군견은 어느정도 통제가 되고 말을 잘 듣는것 같았는데
유독 내 훈련 파트너만 제 멋대로였어요.
앉으라면 서고 일어서라고 하면 엎드리고 ....
대책이 없었습니다.(이게 뭐냐고요...)
우리는 자주 시간외 훈련도 받아야 했습니다.
다른 군견들 놀고 쉴때에...이건 나머지 공부였어요..

그래도 어떻게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자랑스럽게 군견을 데리고
자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군견반 막내로서의  일이 시작되었지요.

아침에 일어나 견사물청소 하고 먹이급여 , 군견 털손질, 건강 이상여부 관찰.
군견일지 작성 등입니다.

그리고 내 군견을 데리고 반복훈련을 하는것입니다.
떠나올때 훈련교관이 신신당부했지요.
훈련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게 끊없는 반복훈련을 시키라고...
얘는 특히 주위가 산만하고 말괄량이니 엄격한 훈련을 통해
군견으로서의 자질을 심어 주라고....핸들러인 나의 책임이라고..

우리는 아침 저녁으로 훈련을 했습니다.
기본부터 시작해서 난이도있는 훈련내용까지 ....

그런데 우리 말괄량이(쉐퍼드)는 정말 대책이 없었습니다.
훈련중에도 조금난 틈이나면 놀궁리만 하고 먹을것만 조르고
내가 화라도 낼라치면 미리 알아채고 도망가기 일쑤였습니다.

군복은 땀에 절어 고약한 냄새가 나고 , 이곳 저곳에 개털이 묻어있고
군견이 와서 안겨버리면  그 냄새까지 묻어버리지요.

그런데 군견까지 말을 안듣고 그러면 정말 화가 머리꼭지까지 납니다.
그렇다고 군견을 때릴수도 없고 ,,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그 여름날의 개냄새가.......

나는 부대에서 별명이 개아범이었어요.(ㅋㅋㅋ..듣기 싫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이 개아범이라고 놀리면 "물어"하고 명령을 내립니다.
얘도 눈치는 있어서 그런것은 잘하더군요. 주인 기분 맞추어 주려고...
군견의 소질보다는 애완견으로서의 소질이 특출난 그런 타입이죠.

일년 반동안 비룡과 씨름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비록 군견으로서는 적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밖의 것은 특출난 능력을 지녔지요.

토끼 잡아오기 , 상급자 겁주기 , 부대장 말 잘들어 훈련 잘 시켰다는 소리 듣게 하기(???)
조심성 없는 씨암닭 잡아오기, 핸들러 화장실 갈때 문앞 지키기 , 간단한 심부름하기.......

육지로 나올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정이 들어서 떨어지기가 쉽지 않았지요.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시키면서도 마음은 착잡하고....

마침 떠나오기전 군견으로서의 일생을 다한 그란네를 안락사시키면서
그 마음은 더했습니다.
비록 말 잘 안듣는 말괄량이였지만 내게는 부러울것 없는 일등군견이었지요.

이 글을 쓰면서도 군견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저세상에 갔을 강산에게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비룡 !  아빠다.  난 널 사랑한단다. 지금도 너의 사진을 가지고 있어.
너무 보고 싶구나.  천상 난 개아범인가보다.

보고싶다.  비룡 !!

Comments

조룡 2003.06.12 08:30
  아!
공군이셨다면
그리고 백령도 였다면 30단 소속이였겠군요.

저도 공군제대했습니다.
30단에서 보급(짬밥)특기였습니다.

그런데 약올르는건 군견짬밥이 사병짬밥보다 훨씬 비용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견만도 못한넘 이라는 거시기가 생겼나보네요. ㅎ ㅔ ㄹ  헬~~~~
박진영 2003.06.12 09:37
  백령도...새(야생조류)가 참 많은 곳입니다.

저는 새 조사를 위해 6-7회를 방문했던 갔습니다. 봄과 가을에 특히 많은 새들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쾌속선이 있어 가기가 쉬워졌지만 그 전에는 10시간씩 배 타고 가려면 정말 지겨웠었죠. 그런데, 한번은 함께 가는 일행이 있어 동양화 공부를 했더니 10시간이 금방 가더군요.

또 가고 싶네요.
성일현 2003.06.12 10:51
  조룡 님.
반갑습니다.
공군 30단 소속이셨군요. 에구 반가워라.
각지 싸이트도 30단 소속이지요. 저는 그중에 백령도로 간것이고..
자대로 가기전 30단에 몇일 머물럿습니다.
파라다이스였습니다. 잔디밭엔 백마(?)가 짧은 옷을 살짝 걸치고 뛰놀고
많은 편의 시설들...그럼에도 전 모두 가기 싫어하는 백령도로 가고...
그렇게 갔습니다. 헌병특기로...동기들과 같이...

군견 짠밥은 확실히 우리들것 보다 단가가 쎕니다.
예전엔 생육으로도 주었지만 요즘은 견사료로 줄겁니다.
군견의 군대내 지위는 준위입니다.
병 중에 으뜸이지요.
반갑습니다. 조룡 님.


안녕하세요. 박진영 님.
백령도에 자주 가셨었네요.
놀러 가기 좋은 곳입니다.
장군바위, 촛대바위가 있는 두무진  그리고 물개들
심청이가 투신하였다는 임당수 , 저 멀리 장산곶  환상입니다.
여름엔 천연 해수욕장에 모래밭.. 아주 단단하죠..천연 활주로...
그 시원하고 맑은 물에서 다시금 놀고싶습니다.
백령도는 정말 새들의 천국입니다.(이름도 몰랐지만)
바윗가에 가면 그 장관이 멋집니다.
조개류도 따먹고 새알도 훔쳐먹고(???)
백령도는 멋진 섬입니다. 다시 가고 싶은....
그때 님은 경기호를 타고 가셨나 봅니다.(옹진호보다 좀 빠르죠?)
백령도 얘기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진짜 또 가보고 싶습니다.








박상태 2003.06.12 11:08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성일현님은 동물과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도없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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