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성일현 10 596 2003.08.07 04:07
난 뱀을 아주 좋아합니다.
먹어서가 아니라 그 기묘한 생김에 관심이 갑니다.
그런데 그 좋아함이 도가 지나쳐 뱀만 만나면 죽이려 듭니다.
너무 좋아서...가지고 싶어서...죽여서 가져버립니다.

내 앞을 지나는 살망아는 무서움이지만
내가 죽인 살망아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뱀입니다.

난 어릴때 부터 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었죠.
기묘한 생김새도 그렇고
나를 무서움에 떨게하는 낼름거리는 혀도.....

저 뱀이 나를 물면 죽어버릴거야...
그런데 가지고 싶어..만져보고 싶구...

내게 있어 뱀은 삶의 흥분과 죽음을 넘나드는 묘한 존재입니다.
그를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호기심에 욕망에 손을 갖다댑니다.

가까이 할수록 죽을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그렇지만 물려 보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히면서도
숨을 참지 못하는 갈등속에
난 뱀이 너무 좋아 죽여 버립니다.

눈앞에 뱀은 돌에 짓이겨져 형태를 알아볼수도 없게 될지라도
함께 했던 숨막힘은 가슴을 짓누릅니다.

모든것이 두렵고 호기심에 대상이었던 시절...
뱀은 내게 있어 세상과의 이별 , 죽음이었습니다.
물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 밤마다 뱀에 물려죽는 악몽을 꾸었지요.

그런데 꿈속에서 아무리 물려도 눈만뜨면 살아난다는 생각에 ....
진짜로 물리면 어떨까?

이제 난 뱀보다 더 큰 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죽음들을 보았고....
이제 죽음은 내게 더이상의 화두는 아닙니다.

더이상 살망아를 찿으려 싸리나무를 헤집지 않고 아버지 약탕기앞에도 쪼그려 앉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뱀은 내게 내쉬는 숨과 같습니다.

발밑을 지나는 뱀의 앞을 가로 막지도 않고
풀숲에 돌을 던져 그를 놀라게도 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아직도 내게 발밑에 있는 죽음의 사신이지만
나를 두렵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그를 죽일수도 있고
그가 나를 죽일수도 있지만

죽거나 살거나 입니다.

죽지 않으면 살고
살지 않으면 죽을 따름입니다.

물위를 스치듯 기어가는 그는
내 따듯한 숨결입니다.

난 그를 사랑합니다.

Comments

오재관 2003.08.07 08:13
  성일현님 오랜만이네요.

간만의 흔적에 어떠한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 같은데,

알듯말듯...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이진 2003.08.07 08:50
  성일현님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뱀을 느낍니다.

어릴적 제 다리를 보고 뱀다리라고 놀려대는 언니들때문에 울던 생각이 납니다.
이진 넌 뱀이야 으, 독사야..... 무서운 네 다리
건성피부였던 제 다리가 꼭 뱀 허물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뱀띠입니다.^^

어른이 되자 뱀띠 가시나는 물어보지 않고도 데려간다고 어른들이 하더군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뱀이 조금 좋아졌습니다. ^^

뱀 좋아하시는 성일현님
호적바꾸실 용의는 없으신가요?
뱀띠로 호적바꾸세요 ^^*

자주자주 글 주시길 희망하오며 ~~
빛고을에서 뱀띠 이진 드림
한원동 2003.08.07 09:24
  성일현님! 오랜만에 글로 뵙습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참, 님의 작성자 서명이 특이하네요? 님만의 특별한 빽(?)으로, 아니면 그간 무슨 사연이...
조룡 2003.08.07 10:01
  오랜만이군요.
엊그제 가게 옆 밭에서 또아리틀고 있던 뱀을 잡아서 먹어 버렸는디
소주 안주로 제격이드만요.
요리하는법
1.껍질을 벗긴다
2.기름에 튀긴다.
3.소금에 찍어 먹는다.

맛도 입씁니다.^^* 
오준수 2003.08.07 11:53
  조룡님 꼼장어 요리법 하고 똑 깥네요.
혹 뱀을 꼼장어로 아시고 술안주 하시는건 아닙니까?
조룡 2003.08.07 14:12
  잡고 껍질 벗기는것은 옆집 방우출신 아저씨가 했고요.
저는 요리와 술을 준비 하였습니다.

방우출신 아저씨가 꼭 현역 특공대 출신처럼 군대이야기만 나오면 침튀기며 작전나가서 뱀을 날것으로 먹었다는둥 하시길래 실력발휘 한번 해보시라 했드니 처음에는 쭈물쭈물 허더니만 자존심이 상했는지
냅다 옆에있는 나뭇가지로 전광석화같이 한데 갈기니 쭉 뻣데요.

그러도만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서리 껍질 쫙~~~
보고가던 아줌마들 옆으로 슬슬 가재걸음 하면서도 왜 꼭 확인하며 뱀이다 ~~~~ 소리치는지 모르겠지만...

어떨결에 요리하고 입딱었습니다.
우리마눌 한테 먹다가 들켰는데 앞으로 1달간 옆에도 오지 마랍니다.

본전도 못뽑았습니다.

카사모 회원님들 뱀 먹지 맙시다.
먹다 걸리면 기본1달은 독수공방 입니다요. 헬헬~~~~
 
이진 2003.08.07 17:11
  뱀 이야기가 결국 이렇게 끝나는건가요...
뱀의 느낌이 여러가지로 다가오네요
눈으로 마음으로 또는 입으로......^^

비온 뒤 나왔던 뱀은 뱀이 아니라 드렁이라고 뱀 사촌이었지요
옛날 어릴적...

그때 전 놀라 뛰다 높이뛰기 선수되었으며
놀라 비명지르다 소프라노 음악가였지요

그냥 놓아주어야 복받는다고 해서 놓아주었는데
터프언니 입맛다셨지요...^^
딱 오늘같은 비온 뒤 이런 날이었지요
이효정 2003.08.07 18:07
  왜 요즘엔 뱀도 애완용으로 많이들 기르시잖아요...

예쁘고 조용하고 차디찬 매력이 소롯소롯~

성일현님도 뱀 한번 길러보세요..^^

김은실 2003.08.08 14:11
  ㅎㅎ
뱀.....
이시가 생각납니다..
뱀..제목
너무길다...
끝....
이덕수 2003.08.09 01:32
  뱀 제겐 두려운 존재입니다

농장이 산을 끼고 있어 한해에 네 다섯 마리는 잡게 됩니다

소위 독이 없다는 화사나 율무기 종류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바쁘니  굳이 잠지 않으려하지 않지만

삼각 머리의 독사종류는 덤벼보라는듯 또아리를 틀고 갈나진 혀만 날름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놈들은 터를 잡고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또 나타날지 몰라 불안하지요

지오그라픽에서 독뱀의 생태 실험을 하는것을 보면 독이 강할수록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늘씬하게 긴 몸이 아주 두려워 비암은 싫습니다

우리 애 엄마도 비교적 긴 편인데 요긴 예외입니다(오히려 잘보여지라고 제가 노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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