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네명의 아내

김용수 3 1,149 2013.12.13 21:36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갔습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城)과도 같았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 했습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가 머나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청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했습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했습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 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넷째는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유대인들의 오래된 가르침인
 
 <탈무드>에 나오는 우화입니다.
 
 여기서 머나먼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사람의 죽음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아내'들이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내는 자신의 육신을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면서
얻었다는 둘째 아내는 재물을 비유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가족, 친척, 친구들을 말합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리겠지요.
 
넷째 아내는 바로 내 자신의 마음을 비유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서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라도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나의 심성, 곧 마음뿐이었습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환한 신작로든
지옥의 끓는 불속이든
내 마음은 늘 나를 앞장 서서
나를 데리고 다닐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자갈길이었다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었다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탈무드의 지혜를 거울 삼아
 
넷째 아내인 내 심성을 잘 다스리며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Comments

김용수 2013.12.13 21:38
  참으로 깊은곳을 생각하게 하는글이라서 다시금 새겨보려 합니다
우리들의 가는길에는 어떠한 마음의길이있는지 또한 함께할 자가있는지
깊이있게 생각하고 자신늘 뒤돌아 봐야할것 같네요
정순진 2013.12.14 14:15
  마음으로 보는 세상~~~네
강현빈 2013.12.19 10:29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것이 좋은 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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