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빈 뜰에서....

배형수 1 699 2003.12.22 07:23

  한 세월 작심으로 키워올 것
  죄다 앗아가도
  심술굿은 눈바람이 매몰차게 가슴을 할퀴어도
  매양 같은 얼굴

  간간히 뿌려주는 하늘의 눈물로 가슴을 적시고
  슬품으로 남은 흉터는
  흰꽃으로 내려 눈으로 가리는
  허허로운 들판
  열심히 살아도 빈 껍데기만
  움켜쥐는 메마른 가슴

  바람소리 황랑한 겨울을 살아내면
  파릇하게 싹 틔우는 봄이 오지만
  그건 희망도 기쁨도 아닌 것

  그저 습관처럼 살아가는 날들일 뿐
  기뻐할 만큼 되돌려 오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묵묵한 세월일 뿐
  열망했던 만큼 가슴에 고이는 눈물
  감당할 수 없어 그저 무심한 얼굴인데

  적막뿐인 겨울 들판에
  세월만큼 쌓이는 건
  무서운 고독인가 봄니다....
 

Comments

권영우 2003.12.22 15:34
  배형수님!
겨울의 고독함을 소주 한잔과 함께 나누심이.....
카나리아 번식 준비로 바쁘실텐데 고독만 만끽하면 언제 번식의 기쁨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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