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새들과의 시무식

권영우 6 685 2004.01.02 18:44
학교에서 교직원 시무식이 11시에 간단히 있었습니다.

곧이어 학교 식당에서 떡국과 만두 그리고 간단한 술안주로 새해 덕담과 함께 한잔씩 나누니 12시.....

학교 사육장에 들어서니 카나리아, 목도리, 장미, 미성, 사자나미, 카카리키, 왕관, 이꼬, 문조, 금정, 호금, 금화, 박설구, 십자매, 모란앵무, 햄스터와 다람쥐 들이 시무식을 위해 도열해 있었습니다.

전 지난 한해 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산란 제한한 새와 기르던 자식 제대로 돌보지 못한 새와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은 새와 병들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새와 장가 못 간 새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올해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어떤 곤란이 닥쳐도 너희들은 내가 책임질테니, 마음껏 노래하고, 연애하고 산란 제한하지 말고 많이 많이 번식하라고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새들도 숙연히 고개를 끄덕끄덕하더군요. 모두가 공감하는 눈치였습니다.

전 새해 선물로 각 새장의 물통을 모두 걷어 뜨거운 물에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은다음 시원한 물로 교환을 해주고 모이도 듬뿍 담아 주었습니다.

이어 옥상의 온실에 있는 이구아나와 엔젤피쉬와 덕담을 나누고 이끼낀 어항을 말끔히 닥아주니 2시가 되더군요.

20여분간 달려 경기도 고양시 화정에 사시는 이종택님을 방문하여, 파도바니, 글로스터, 서든 더치, 붉은 곱슬, 붉은 일반, 노란 곱슬, 흰 곱슬 등 약 1쌍 등을 살펴보며 이종택님, 사모님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 염치없게도 비빔 냉면을 맛있게 얻어 먹고, 애완동물 관리사 책(세트)와 강아지 구충약, 사료 몇 가지를 얻어 방금 돌아 왔습니다.

사모님께서 카나리아 사육의 이해를 넘어 매니아로써의 소질과 적성을 넘으셨으며, 작년에 분양 받은 종조들도 모두 좋은 놈들만 모으셨더군요.

올 봄에 많은 번식으로 이종택님 가정에 기쁨이 10배로 보답케 하시고, 침 흘리는 회원들의  침을 닦아 주길 기원합니다.

Comments

유재구 2004.01.02 19:27
  권영우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웃다가  끝엔 부러움으로 바꼈습니다.
그 많은 새들을 사랑하시고 잘 돌봐주시다니 그리고 좋은 분도 많이 함께하시고, 복많이 받으실 겁니다.
용환준 2004.01.02 21:20
  참으로 재미있게 글을 올리시는군요.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셨으면 새들과
교감이 되어 상호간에 이런 행동이 이루어 질수 있겠습니까?

새들이 알아서 도열을 하는걸보니
군에 계실때 점호나 내무사열을 많이 취해 보신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박정용 2004.01.02 23:39
  권영우님!
어쩌면 이토록 재미있게 글을 쓰십니까?
제일 마음에드는 글귀는 산란 제한하지말라는 그 말씀입니다.
뜨거운 물에 쑤세미로 박박 문질렀다는 글도 마음에 들구요.
새들도 숙연히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라는 그 글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멋쟁이 권영우님! 새해 복 많이많이많이 받으세요...................^^
오준수 2004.01.03 10:47
  권영우 선생님!
이제는 취미교육실이 비좁을 것같습니다.
저 많은 종류들이 바글거릴걸 생각하면...
저는 줄인다고 줄였어도 바쁜데
자꾸 늘어만 가시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시지요.
저도 사육장에만 들어가면 시간가는줄 모른답니다.
이덕수 2004.01.03 12:19
  시무식이란 말을 들으니 새롭습니다
회사 재직시 22번 시무식에 참석하고
끝나고 나면 각 사무실 돌아다니며 인사하고........덕담 나누고.......

이젠 아침에 일어나
새들 잘 잤는지 
강아지들 잘 잤는지
밤새 안녕이란 눈 맞춤으로 시무식을 대신하곤 합니다.

 
김두호 2004.01.03 17:28
  대단한 열정입니다.
새들과의 교감... 충분히 이루어진다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금전에 가까이 지내는 교장 선생님이 다녀 가셨습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할수 있느냐 고 묻더군요.
열정이 없으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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