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홍작새가

전정희 4 763 2004.10.21 08:19
그저께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우짠일인지
요즘 그 고운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다 했더니

늦가을 극성 부리던
모기에게 물렸었나?
아니면
그 무더운 여름 이겨내느라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건가?

주인이 못되먹어서
야채를 제대로 안주는 바람에
비타민 결핍증이 걸렸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때는 늦었고
목숨을 버린 홍작은
말이 없습니다

마침 시골 갈 일이 생겨서
걔도 데려갔습니다

시골에 도착하자
옆지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짜 절로 확 떤지뿌라'
안던졌습니다
던질거면 뭐하러 거기까지
데려갔겠습니까

삽으로 흙을 팠습니다
거기 눕혔지요
빨간 부리..
연두빛 도는 예쁜 깃털
아주 작은 발
가녀린 다리
꼭 감은 두 눈

흙을 덮는데
눈물이 똑 떨어질려다
멈추더군요

휴지로라도
수의를 입힐걸
하고 후회를 했습니다

그래서
시골 앞마당엔
작은 묘 하나가
생겨났습니다

Comments

권영우 2004.10.21 11:49
  홍작이 떠나갔군요.
세상이 싫어서 갔나봅니다.
고히 묻어 주시며 시름에 빠지셨군요.
저 세상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죠?.....
박정인 2004.10.21 12:31
  또 떠나갔나요?
어이구.. 왜 자꾸 그런일이...ㅠ.ㅠ

저도 카카리키 화장지로 수의 입혀 보냈는데...-_-;;

김갑종 2004.10.21 14:02
  홍작새가 날라 갔군요.
아프지 않다가 갑자기 날라 가는 새는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새들이더군요.
그러니 너무 상심 마시기를 바랍니다.
전정희 2004.10.22 07:07
  확실히 새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홈은
뭔가 다릅니다
세 분이나 답글을 주시니 말입니다

저희 성당까페에도 똑같은 글을
올렸는데 딱 한 명만 답글을..
그것도 아주 짧게..

종교 얘기에는 답글이 조롱조롱
조롱박 열리듯이 달리고..

주위의 몇몇 분에게 홍작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나 단 한마디의 대답

'홍작새 죽었대이'
'그래에..?'
글이 없습니다.
접속통계
  • 현재 접속자 283 명
  • 오늘 방문자 2,677 명
  • 어제 방문자 7,342 명
  • 최대 방문자 11,198 명
  • 전체 방문자 2,763,781 명
  • 전체 게시물 42,604 개
  • 전체 댓글수 179,323 개
  • 전체 회원수 1,43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