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새를 풀어놓고

전정희 5 687 2004.10.25 17:08
시댁쪽 친지들 모임이
충청도 모처에서 있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 만난 사람도 있었고
저번 달에 뵈었던 분도 계시고
그랬었지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웃사촌도 매일 또는 하루 걸러
만나면 정이 들지만

혈육의 땡김이 무엇이길래
일 년 만에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매일 만났던 사람처럼 정의 교감이
넘쳐 났습니다

그중에
어떤 분은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저희 보다 몇 살 아래 젊은 나이에
남편은 체어맨 아내는 그랜저2.5
번쩍번쩍 광나는 차를 모시고 왔더군요

차를 빼서 출발할려고 하는데
백미러가 안으로 꼬불처져 있길래
친절심이 발동한 제가 억지로 제끼려는데
그 차 주인이 깜짝이노 놀래면서
제손을 가로막았지요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제껴진다나요
뭐라나요.. 지가 뭘 알아아 말이지요
쩝...

차는 십년된 소나타 모시고 온
다른 친척..
그분의 자녀는 전교 일등을 놓친 적이 없다네요
성적표를 들고 와서 할아버지께 선물로 보여드리기까지..

아시다시피
체어맨도 그랜저도 공부 잘하는 아이도
없는 저...
뭘 꺼냈겠습니까?

디카...
이거 꺼냈습니다
그리고 사진 찍어줬습니다

누가 얼마짜리냐고 묻길래
의심도 없이 70만원 이라고 제 입이 발설을 하고 말더군요
(전혀 제 의지와는 다르게...못된 입 같으니라고..)

교동시장에서 싸게 산거거든요
약 55만원 준걸 가지고..
무려 15만원을 올려서 말했다지 뭡니까

그리고
디카의 뒤로 버튼을 꾹꾹꾹 눌러서
일전에 카사모에 올렸던 베란다 사진
보여 주면서 제가
'여기는 저희집 베란다입니다'
남편이 옆에서
'새를 풀어놓고 키웁니다'
라고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자랑할꺼라곤
이것 뿐
<새를 풀어놓고...>ㅎㅎㅎ

Comments

권영우 2004.10.25 20:38
  잘 하셨습니다.
인생의 행복 지수는 차의 종류도, 자식의 공부 성적만으로도 매길 수 없는게 있답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취미 생활도 그 중의 하나이겠죠??
김정섭 2004.10.25 21:37
  어느 회장님은 몇 천만원하는 소나무 분재를
사무실에 들여놓고 몇개월 후 죽였다고 하더군요.

나는 몇 만원, 몇십만원하는 식물이지만 만족하며
열심히 길러 주위분들과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내가 자랑하는 것은
... 이것만은 나를 따를 수 없다 하는 것
김창록 2004.10.26 00:59
  전정희님께

항상 꾸밈없고 막힘없이
하고 싶은 말 자기표현대로
그침없이 돌아가는 전정희님의 필체에
처음으로 덧글을 써봅니다.

온가족 모임에 자신을 저울에 올려 놓고 추를 달았군요
손 위면 어떻고 손 아래면 어떻습니까?
인생살이를 저울과 잣대 만으로 가늠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 되어지거든요
체어멘 이면 어떻고 그렌저면 어떻함니까.
저 입에 맞는 티코가 훨씬 낳을 것입니다.

2004/10/26
지금 내가 이를 수 있는지 한심한
金  昌  錄  올림
 
 
 
전정희 2004.10.26 10:05
  권영우님과 김정섭님은 자주 답글도 주셨으나
김창록님께서 이렇게 손수 답글을 주시니
감동이 쏴아~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늘 젊게 사시고 부지런하신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하시는 일이
척척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만원짜리 넉장-

식사가 끝나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옆지기가 지갑을 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네 명 있었는데
용돈을 줄려는 심산으로..

바로 옆에 있던
아이에게 먼저 주고
저 쪽 끝에 있는 아이들을
불렀는데 그 아이 엄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른 뛰어 와야지
아저씨 지갑 문 닫기기전에..'

일동;하하하하~~

다른 분: 모처럼 지갑문이 열렸다
서쪽에서 해뜨겠다

일동:흐흐흐..

제가
'이 사람 집에가서 약 먹어야할걸요
...........속 쓰려서요~'

일동:프하하하하~~
김동철 2004.10.26 14:57
  체어맨. 그랜져 보다 전정희님의 마음씨와
바깥어르신 말씀한마디가 훨씬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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