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우리 엄마가 저를.....

권영우 10 707 2005.02.25 11:19
돼지로 만드려고 하시나 봅니다.
다락에서 생과자를 또 내 놓으시네요.

7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래도 맛있게 먹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모시고 가고, 집안일 힘드실까봐 집사람과 함께 내려와 있습니다.
하는 일은 아침먹고 어버지를 향교에 출근시켜드리는 것 뿐입니다.

아버지 연세가 79세, 작년부터 향교에서 전교를 맡고 계십니다.
향교는 요즘의 공립 중고등학교이고, 전교는 교장선생님에 해당됩니다.

봉사와 명예직이지만 하실 수 잇는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달력에 적힌 메모를 보면 저보다도 더 바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저는 4~5년전만해도 체중이 60kg이 채 안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살인지 이젠 70가까이.....

온양에만 오면 1~2kg은 더 느는 것 같습니다.
깍아 포크로 찍어 권하는 과일을 안먹는 자식이 어디있겠습니까?

배가 불러도 맛있게 먹습니다.
어렸을때 말랐던 제가, 이제는 몸이 둔한 듯 느껴지지만 어머니는 보기가 좋다고 하십니다.

어제는 81세 엄마와 52세 아들이 돌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엄마의 시집살이 이야기도 들어드렸습니다.
물론 손수 볶아서 까 놓은 땅콩을 먹으면서.....
그냥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좋으신가 봅니다.

못 하나 박아서 시계를 걸어달라는 것 조차도 어렵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이십니다.
아들이 힘들다고 느끼시는 가 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서 만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온양에 사는 동생도 있지만 고칠 것이 있으면 저한테만 말씀하십니다.

고치고 나면 꼭 먹을 것을 주십니다.
올 겨울엔 온양에 꽤 오래 머문 것 같습니다.

이제 연세들이 드시고 자주 아프시니 방학때라도 자주, 오래 있으려는 생각입니다.
온양에 있어야 늘 받는 것이 많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으신 듯합니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

돼지가 되더라도......

Comments

허정수 2005.02.25 11:24
  권영우님의 효심이 글마다 베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저희들이 보고 베울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효심 가득한 돼지가(^^ 이런 말 써서 죄송합니다) 되세요^^
배락현 2005.02.25 11:27
  모자 지간 따뜻한 정이 흠뻑 느껴집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드셔도 자식은 자식인가 봅니다.
어머님은 자식들 거두어 먹이는게 행복이지요.
많이 드시고 오세요..
한찬조 2005.02.25 11:43
  끝까지 읽기가 부담이 됩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해도 지금 마음처럼 모시기는  힘들겁니다.
마음으로야 언제나 지극정성이었지요 ......

부모님
사랑하시는 모습
눈시울을 적시고 갑니다.

나윤희 2005.02.25 11:55
  넘 좋으신분같아여.
부모님의 기쁨을 아시니.. 저도 부모님께서 즐거워하신다는 것을 알면 좀 오버를 해서라도 즐겁게해드릴려고하는데..
근데..제가 오버하는것조차 부모님은 아시거든여.
울엄마 그래도 아가처럼보시고 늘늘 보살핌에 여념없으실려는..ㅎㅎㅎ
다큰 말만한 처녀를..엄마눈엔 아직도 아가로만 비춰지나봅니다.
(욱~ 근데..가끔앞뒤안맞는..아가한테 시집은 왜가라는지..ㅎㅎㅎㅎ)
박근영 2005.02.25 12:42
  언제나 넉넉하고 여유롭게 마음을 쓰시는 권영우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양이 부족한지, 일찍 홀로 되신 어머님을 못 모시고 사네요---철학자에 도전하느라, 악처를 모시고 삽니다0^0.

군소리하지 않고 시댁에  따라가고, 권영우님이 어머니와 돌침대에 누워있는 것도 보아주는 사모님이 존경스럽네요.
박정인 2005.02.25 13:05
  권영우님의 효심이 글에 베어 있는거 같습니다.
건강하게 옆에 계실때 더 잘해드려야 겠지요.
어머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 많이 드시고 오세요..^^
조대현 2005.02.25 13:33
  반성이 무지 되는군요....
김학성 2005.02.25 19:59
  "엄마"라는 호칭...
20살 되던해부터 컸다는걸 말로 표현한다고 호칭을 "어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엄청 이상했어요~(친구 어머니를 부르는것 같아서...)
그 어색함을 억누르고 하루, 이틀, 한주, 한달... 이렇게 부르니까 안어색해 지더군요.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쩌다가 엄마라고 부를 때가 있는데 그땐 참 이상한거 같아요.
권영우님의 글을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칭을 바꾸려면 다시 그 어색하겠지만... 한번 엄마라고 불러봐야겠습니다...
나이가 35살이 되었지만~ 장가를 못갔으면 아직 애잖아요.
애들은 어머니라고 하는것 보다는 엄마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릴테니까...
전정희 2005.02.26 08:04
  연세 드신 어머니와 초로의 아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 주셨네요.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이기형 2005.02.28 08:44
  아무리 다드려도 모자라는 부모님에사랑은 우리가감당하기엔 역시부족합니다.
저도 작년에 고관절수술을하신 어머님이 올해보름날 손수만드신 "오곡밥"을 먼길을 마다하시고
가지고오셨답니다.
먹고있는데 왠지가슴이메어 먹을수가없더군요.
불편한몸으로 자식을위해 이리도 고생하시는것을뵈니 마음속으로 어머님에깊은사랑을 느꼈답니다.
글이 없습니다.
접속통계
  • 현재 접속자 1,118(2) 명
  • 오늘 방문자 9,184 명
  • 어제 방문자 10,841 명
  • 최대 방문자 11,198 명
  • 전체 방문자 2,456,696 명
  • 전체 게시물 34,777 개
  • 전체 댓글수 179,323 개
  • 전체 회원수 1,40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