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환경] 참새·제비·꿩이 사라지고 있다

박동준 6 699 2005.04.13 05:24
▲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제비와 참새의 수가 8년 사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낯익은 동물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가을 들녘 농부의 애간장을 태우며 곡식을 훔쳐 먹던 참새가 부쩍 줄어들었다. 매년 이맘 때면 우아한 자태로 봄소식을 알려주던 제비의 모습도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녀석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진한 갈색등짝을 가진 토종 남생이는 녹색등짝을 짊어진 외래종 붉은귀거북에게 집터를 빼앗겼다.

국립환경연구원이 펴낸 ‘2004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8년 동안 우리 땅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조류인 제비와 참새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외래종이 토종을 밀어낸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내다버린 고양이가 야생화돼 번식하면서 생태계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야생동물 서식실태를 국가통계로 조사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생긴 변화다. 이번 조사에는 환경지표동물(서식지의 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 10종과 수렵동물 12종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야생동물에 대한 조사는 1960년대에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전국 810개를 표본으로 삼고 조사한 것은 1997년부터다.

조사결과 참새의 밀도는 1982년에는 100㏊당 467.6마리로 최고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105.4마리로 줄었다.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했던 1997년에는 100㏊당 183.6마리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42%가 줄어든 것이다. 참새의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번식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참새의 주요 번식터인 농촌 초가집과 기와집 지붕이 1980년대에 들어와 대부분 슬래브 주택으로 바뀌었다. 또 농업에서 효과적인 해충구제 방법이 등장한 것도 참새의 먹이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참새가 번식기에 많이 먹던 애벌레(해충 포함)와 잡초 종자도 강력한 해충약과 잡초제거제가 등장하는 바람에 사라진 것이다. 결국 먹이와 집을 잃어버린 참새의 수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었다.

“참새·제비 감소폭 위험한 수준”

제비의 감소 추세도 급격하다. 2000년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된 제비는 2000년에는 100㏊당 밀도가 37마리였지만 2002년에는 22.1마리, 지난해에는 20.6마리로 불과 4년 만에 40%가 줄었다. 제비 역시 참새와 마찬가지로 번식터였던 초가집이나 기와집의 대청마루가 사라졌다. 또 제비의 먹이였던 파리, 딱정벌레, 매미, 하루살이 등과 같은 곤충도 농약 때문에 사라졌다. 제비의 감소원인은 비단 국내적 요인만은 아니다. 보고서에서는 “제비의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생태환경 변화도 제비 밀도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즉 국경을 오가는 철새인 만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생태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등의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국립환경연구원 동물생태과 유병호 과장은 “야생동물이 인간이 만드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감소할 수도 있지만 참새와 제비의 감소 폭은 위험한 수준”이라며 “거주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개량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독성이 강한 농약에만 의존하는 농업방식은 생태계 균형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사냥이 허용된 대표적 조류인 꿩의 변화도 눈에 띈다. 꿩은 1997년 17.8마리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2002년 14.6마리, 지난해에는 13.1마리로 줄어들었다. 꿩이 줄고 있는 것은 수렵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사결과를 볼 때 꿩은 전체 개체 수의 20% 이내에서만 사냥을 해야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다. 허용된 범위 이상으로 사냥하게 되면 꿩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국의 사례를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 역시 과도한 꿩사냥이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수렵제도의 개선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 문제와는 별개로 수렵은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관리의 주요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냥이 무조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먹이사슬이 깨져서 포식자가 사라져 특정 종이 지나치게 번식하면 수렵으로 그 수를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과학적인 수렵 정책은 생태계의 파괴만을 초래한다.

한국의 경우 수렵을 담당하는 정부 인력은 환경부 1명, 국립환경연구원 1명, 각 지방에 27명 등 총 2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밀렵 단속을 민간단체에 맡겨 놓은 것도 문제점이다. 유 과장은 “수렵 대상 동물의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사냥으로 잡은 동물을 각 지역에서 검사한 뒤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쇠딱따구리·딱새 등 환경지표동물 늘어
그러나 한반도의 야생동물 생태계가 악화일로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서식처의 생태계 변화를 나타내는 환경지표동물의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조류(총 8종)의 경우 제비와 꾀꼬리를 제외하곤 6종이 1997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조류는 쇠딱따구리와 직박구리, 딱새, 박새, 노랑텃멧새, 흰배지빠귀 등이다. 이 가운데 쇠딱따구리는 100㏊당 4.2마리에서 9.2마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쇠딱따구리는 썩은 나무에서 먹이를 구하는데 고사목이 증가하면서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다.

또 하나의 희소식은 토종 개구리와 뱀까지 잡아먹던 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의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했다는 점. 포식자가 등장하면서 그 수가 최근 70% 이상 줄어들었다. 심재한 한국 양서·파충류 생태연구소 소장은 ‘황소개구리 감소 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너구리와 백로·논병아리·해오라기 등 조류, 그리고 알과 올챙이를 잡아먹는 소금쟁이와 잠자리 애벌레 등이 등장해 황소개구리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생태계에서 한 종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현상은 생태계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정 동물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곧 포식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병호 과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모든 동식물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관리감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yep249@chosun.com)-

Comments

박상태 2005.04.13 06:21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환경보호.. 정말 중요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제비, 참새는 정말 흔하디 흔한 새들이었는데...
전신권 2005.04.13 08:42
  아직은 이곳에서는 제비도, 첨새도 쉽게 만납니다.
그만큼 환경이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귀찮은 직박구리의 개체수도 많이 늘었고 문제는
없던 조류인 까치가 제주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점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주에 취항하는 것을 기념하여 제주에
풀어 놓은 까치들이 이제는 텃새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조류가 되고 과수농사에도 엄청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호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가 선행된 후에 시행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조충현 2005.04.13 09:37
  까치 빙사하신 분들이 다시잡아 육지로 보내야죠.
이런 예측된 환경파괘 조류계 저명 하신분들이 지적 안 하실려나
아님 저명하신 분이 풀어놓은것 아닌지..........
송구섭 2005.04.13 11:04
  제비는 본지 오래되었구요
참새도 시골에나 가야 볼수 있습니다
그리운 종들이 되었답니다
윤성일 2005.04.13 14:46
  당신에는... 저명하신(?) 분들께서 주축이 되셔서 처리가 되었더랬습니다.. ㅋㅋ

appaloosa..
윤성일 2005.04.13 14:48
  그리고..
신문기사.. 너무나 믿지 마셈.. ㅋㅋㅋ

appalo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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