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아침편지 - "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박동준 3 680 2005.05.01 05:36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의《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제가 일생을 두고 감히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아니, 글이아니라 혼(魂)입니다.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마다 품에서 고이 꺼내 읽고 또 읽으면,
글은 영혼처럼 다가와 저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내가 너의 그런 사람이라고..."
그러면 저도 대답하듯 다시한번 조용히 다짐하게 됩니다.
"나도 누군가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Comments

한찬조 2005.05.01 08:24
  낯선 땅 어딘가에서의 흐느낌들
나에게는 통곡이요,
그대에게는 때로는 환희......

아쉬움과 그리움에 잠을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단잠을 깨워주는 휘파람 소리에.....

험난한 사월을 보내고
오는 오월에 희망을 건다.
그대들이 그릴 대단한 오월을 바라다 본다.....

그대들의 휘파람과
우리들의 미소로
오월을 만들어 가자..... 

박동준 2005.05.01 20:00
  "Yes, sir."

비 오는 오늘도 그 자리를 맴돌다 갑니다~
김정섭 2005.05.02 16:24
  함석헌 님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분이었습니다.
학처럼 생기신 분이었죠.

대학시절 <씨알의 소리>를 읽고
그 분께서 '수선화'에 대해 쓴 글이 생각나는군요.

황금입술 - 겨울의 고통을 벗어나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요.
이제 계절의 수레바퀴는 황금빛 수선화가 지고
싱그러운 초여름에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그 분의 시《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처럼
나에게 그런 벗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그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혼을 하려거든
'늙지 않는 젊음과 결혼하라'고..."

그래서 저는 늙지 않는 젊음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군시절 유격 훈련 와중에서도
어린왕자를 배낭에 넣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넜습니다.

어린왕자 책이 땀에 절어
겉장이 떨어져 갔어도

군용텐트안 촛불 밑에서 어린왕자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절대로 군생화를 거쳐 사회에 나간다 해도
깨끗한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몇십번 읽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만큼 그 맹세를 실천했는지 ...

죄를 많이 지어
죽어서도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두렵습니다.

올리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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