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아침편지 - " 바람을 보았지요 "

박동준 6 734 2005.05.06 00:15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 사람도 바람입니다.
때론 솜털처럼, 때론 태풍처럼 불어와
살갗을 건들고 마음을 흔드는 당신이 나의 바람입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아픔과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와 비로소 내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바람입니다. 무시로 나를 흔들어 떨게 하는 모진 마력의 바람입니다.

Comments

이기형 2005.05.06 08:50
  언제나 좋은글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새번식도 잘이루어지시는지요.
전신권 2005.05.06 09:33
  마음을 파고드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우중충한 날씨가 사람을 가라앉게 만드는데
좋은 글이 힘을 실어 주네요.
박동준 2005.05.06 10:40
  이기형님~
아직 새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식은 내년이나 계획해야죠~
김정섭 2005.05.06 13:38
  어느날 지나가는 여인에게서
향기를 느꼈습니다.
그 여인은 화장은 짙게 했지요.
그 여인은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 여인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여름 풍란향기에 취할 수 있습니다.
난은 멀리 있어도
향기는 제게 전해왔지요.

내가 꾸는 꿈도 때론 향기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화장품 냄새
아니
숫사슴의 향기
밤꽃의 향기, 아카시아의 향기
아니면 카나리아 울음에 녹아든 바람의 향기

이 세상에서 향기를 맡고
바람을 맞으며,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향기처럼
새의 소리처럼
이윽고 멎어버리고
바람 속으로 날아가지만
내겐 그 순간 순간이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불면, 새가 날고,
밀밭은 가름마를 타고
새의 깃털은 허공을 날고.
전신권 2005.05.06 16:44
  우와.....
카사모에는 시인이 많습니다.
감성이 풍부한 분들이기에 새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한찬조 2005.05.24 20:07
  그 바람이 나에게 다가와 속삭입니다.
당신은 향기
나는 바람

어디로 가시려우.....

나는 문득 발끝을 본다

바람 따라 가지요....
당신과 함께 가지요.
글이 없습니다.
접속통계
  • 현재 접속자 393(1) 명
  • 오늘 방문자 4,103 명
  • 어제 방문자 8,015 명
  • 최대 방문자 11,198 명
  • 전체 방문자 2,378,514 명
  • 전체 게시물 32,682 개
  • 전체 댓글수 179,323 개
  • 전체 회원수 1,40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