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타봤습니다

만인이 휴대하고 다니는 휴대폰
이제 사 구입했다고 떠들더니

케이티엑스, 그거..
어떤 분은 옛날 옛적 고리 적에
애 저녁에 시험 운전 할 때
타보신 분들도 계시건만..
쟤가 왜 저러나?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또
글감이라고 들고 나오냐?
라고 하실 테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이고
저는 처음 타 봤으니
어쩔 수 없이 처음 타 본
소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마치 짙푸른 바다 물속에서
거대하고 날렵한 고래 한 마리가
앞으로 돌진...
그 고래 뱃속으로 제가 쑤욱 빨려 들어가고
또 다른 이들도 쑥~ 쑥~ 들어가고 나가고

무궁화호에서의 타고, 내리고, 내리고, 타고
시끌벅적한 장터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인
무덤 속 같은 고래 뱃속의 참참하고 어두운..
그래서 숨도 눈치 봐가면서 쉬었던가?
아니던가? ㅎㅎ

‘창밖 풍경을 볼 수 없게 빨리 달린대이~’
(남편요~ 왜 나한테 뻥 쳤지비?)
그렇지는 않두만요.

다들 어찌 그리도 과묵하신지..
눈 감고 주무시는 분이 태반이고
손가락으로 줄을 그어가며 책 읽는 학구파도 계시고
노부부끼리 말씀도 없이 '뚝~ '하니 앉아 계시는 분
낯선 사람끼리 앉아서 인사 한 마디 안 나누고
니는 니고 나는 나다 그러고 계시는 분
원래가 케이티엑스 손님들은 그렇게 과묵하신지..

샤샤삭~ 지나가는 바깥 풍경도 바라보고
이 손님 저 손님 폼 새도 살펴보고
하는 사이,
어느 새
‘저희 고속 열차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대구역 내리실분~ 잊어버린 물건 없이
잘 챙기시고.......어쩌고 저쩌고'

케이티엑스는 빠르다!
이 한 마디로 끝맺을랍니다.


차 타자마자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 보냈습니다.
-방금 케이티엑스 탔습니다 ㅎ-

한참 뒤 답 메시지 왔습니다.
-안냉 내사랑 잘가요-

안냉?? 내사랑?(평생 안하던 말을 문자로...스물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