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시월(10)의 마지막 밤

박동준 6 705 2005.10.30 05:46
일찍이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출간하고도 이름 앞에 '시인'이란 타이틀보다는
'작사가'로만 알려져 왔던 박건호 씨. 그가 가사를 쓰고 이범희 씨가 곡을 붙인 '잊혀진 계절'은
이용 씨가 불러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가을 노래이다.
---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인 그가 소주 두 홉짜리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것은
어느 해 9월부슬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그는 그 동안 만났던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그녀와 헤어지기로 속마음을 다지고 나온 터였기에 그날 밤의 비는 더욱 공허했다고 한다.
만나면 항상 버릇처럼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오늘밤 그녀와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대취했다는 것이다.
"이분 흑석동 종점에 내리게 해주세요..."
그녀는 취한 박건호 씨를 버스에 태우며 안내양에게 이렇게 당부하더란다.
그러나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 버렸다.
"여긴 흑석동이 아니에요."
안내양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는 버스가 오던 길로 내달렸다. 뭔가 '할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말도 하지 않고 헤어진다는 것에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자책감도 들었다.
동대문에서 창신동으로 꺾어지는 지점쯤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뛰어온 그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그녀 앞으로 달려가 '마라톤 항의 전령'처럼 외쳤다.
"정아 씨! 사랑해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오던 길로 다시 뛰었다. 왠지 쑥스러웠고, 그녀의 그 다음 말이 두려웠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아쉬운 이별...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2년 초가을 무렵, 박건호 씨는 '그날의 느낌'을 새겨 넣은 가사를 이범희 씨에게 넘겼다.
그가 이 가사를 쓸 무렵은 마음이 몹시도 춥고 외로웠다고 한다. 그에겐 차라리 '잊고 싶은 계절'이었다.
젊음의 열병과 사랑의 시련. 그리고 현실적인 장벽이 그의 섬세한 감성을 한없이 짓밟았던 것이다.
이 노래는 당시 무명의 신인 가수였던 이용 씨가 취입해 그를 부동의 스타로 올라서게 했고,
 작사가였던 그에게는 그 해 KBS 가요대상(작사부문)과 가톨릭 가요대상(작사), MBC최고 인기상 등
상이란 상을 모두 휩쓰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사실 구월의 마지막 밤 상황을 레코드 발매 시기에 근접시키느라
그렇게 꾸민 것이라고 한다.                      -퍼온 글-

Comments

김은실 2005.10.30 07:31
  시월의 마지막날은 에이스데이,,
그리고 시월삼십일은 제 생일,,이에요..
오늘이 그날,,,,
이른아침부터 푼수떨어서 죄송합니다..
김갑종 2005.10.30 16:25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 공연인데
시월의 마지막 밤은 내일 저녁인데....
유재구 2005.10.30 18:36
  박동준님.

상당히 상당히~ 감성적인 부분이 있으셨군요^^.

늘 새만 아는 일상의 남성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럼,
이참에 센치하고 가슴 쪄~미~는
나긋한 시
한 수는 어떨까요?
한찬조 2005.10.30 20:28
  따스한 커피향이 그리울 때
소백산맥(?)을 주장하더래도...

시원한 해물 칼국수가 그리울 때
삼겹살을 고집하더래도...

돌체에서의 소란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멀어지고 서먹해진 이후에도..
그는 그리움을 그리며 살고 있었다.

친구야~~
그립다.
박동준 2005.10.30 20:40
  은실님!
生日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전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인 줄 알고 출근했다가,
동준:여보! 오늘 10월에 마지막 인데 어디가서 "남의 살" 칼질이나 할까?
명옥:무신소리~ 씰데없는 소리 말고 일찍 퇴청 하시요~
      이만원 투자하여 토종닭 백숙 했으니...글구 그 "남의 살" 돈으로 주시요~
동준:네!        \\70,000뺐겼습니다~
---
10월의 마직막 날이라고 친구부부 동반하여 장흥 예뫼골 가서 한잔 하던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십여년전 일이 되었군요~
권영우 2005.10.30 20:56
  낙엽지는 가을밤.....
낮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의 얼굴과 40여년 전의 얼굴들이 생각나네요.
동창의 장남 결혼식에 남녀 친구들 30여명 이상이 모였답니다.
모두들 초로의 모습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감이 보기가 좋더군요.
오늘밤 꿈에선 40년전 함께 뛰어놀던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에 다녀올까 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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