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그들의 둥지를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성일현 0 870 2003.01.29 13:40
이른 새벽 다섯시 반입니다.
그들을 깨우러 작은방으로 갑니다. 좋은 꿈꾸며 따뜻하게 잤을까요.
난방이 잘 되지 않는 방이라, 새끼들이 추워할까 늘 걱정입니다.
어미가 정성스럽게 품어주니, 제가 할일은 걱정뿐이지만 그래도 얇은 담요를 잠들기전 덥어줍니다.

얼룩이가 발자국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소리가 나는군요.
고양이에게 다친 후로 ,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고 경계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때의 잔상이 남아 그를 괴롭힌다니, 가슴아픈 기억은 정말로 치유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횃대에 않아 있는 모습들이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그모습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털을 고르고 있는 작은 몸짓에서 뭉클한 작은 감정이 전신에 퍼집니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백열등 속으로 녹아 들어 이렇게 따뜻한가 봅니다.

밤새 안부를 묻습니다.

얼룩아 안녕 ! 잘잤니.
오늘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단다.
나는 네가 가장 늦게 일어 났으면 한단다.
가슴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면 나에게 주렴.
네가슴은 작고 연약하니 부서질까 두렵다.
이제 너에게 가족을 만들어 줄께.
너 닮아 털이 멋진 새끼들을 보면 행복하겠지.

바알간 곱슬부부 안녕!
난 너희들을 존경한단다.
넉넉치 못한 삶이지만 새끼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이 따스해 온단다.
내 이 투박한 손으로 둥지를 보려하면 너희 둘은 떠나지 않고 새끼들을 꼬옥 품어 주곤했지.
곱슬부부야.
너희들과 나의 인연이 다해 헤어지면
또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 , 마음이 가난하고 추운 이들을 꼬옥 품어주렴.
곱슬부부야. 너희새끼사랑은 내 아버지의 투박하고 거칠지만 정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구나.
내 아버지는 술로 한세상을 사셨지. 밥보다 술을 더 좋아 하셨으니
그래도 힘은 천하장사셨단다. 술깨시면 마당에서 놀고 있는 내손을 꼭 잡고 뒷산에 올라
나무하다 봐두셨던 으름을 따주곤 하셨지 가끔 머루를 호주머니에 담아 가져오시곤했어
당신께서 아들 사랑을 그렇게 표현 하셨던거야. 돈이 없어 과자는 많이 사주지는 못하고
턱바치고 있는 아들에게 그렇게 마음을 표현하셨단거야.어릴때 많이 궁금했지
우리아버지 호주머니에는 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손잡고 뒷산에 오르던 기억이 불현듯 나네요
나무등걸 같던 당신의 손은 따듯하고 촉촉했습니다
여기에 있거라 하시며 나무에 오르시던 모습은
내게 사랑이란 무언가를 알 수있게 해 주셨습니다
아버지와 나 둘밖에 없을것 같았던 그곳에는
수많은 산새들도 있었지요
산을 뒤로 하고 내려 오는 제두손엔 맛난 으름이 들려 있었죠
그때 웃으시던 당신의 모습은
지금도 내 아버지의 속깊은 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내일쯤 당신 계신 곳 눈쓸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설차례상엔 당신께서 늘 드시고 싶어했던
시바스리갈로 올리겠읍니다
내 아버지 사랑합니다.

흰곱슬아 안녕 .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낯설겠구나.
좋은 이들이 많이 있으니 마음을 열고
귓속말을 속삭여보렴
모르는 이들과 속삭이다 보면
속이 꽉찬 알들을 품을수 있을거야.
네 가슴속에 내 가슴 속에


밥도 막고 물도 먹고 맛있는 배추도 먹고 편히 지내렴
내일 시장에 들러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어 줄께
조금 있으면 따뜻한 해가 뜰거야
정말로 따뜻한 해가
그때 우리 다같이
내안에 갇혀 있는 나를 끄집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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