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박동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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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0 04:39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 정호승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에서 -
* 첫눈! 그냥 눈이 아닙니다. 첫눈은 추억입니다. 낭만입니다.
그리움과 사랑, 보고픔과 고독, 기쁨과 슬픔,
꿈과 희망이 겨울의 벗은 나무 위에, 땅 위에, 내 머리와 어깨 위에,
그리고 내 빈 가슴 속에 내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눈은 차갑지가 않습니다.
첫눈도 많은 약속을 잉태하지만 대게는 싱겁게 끝나죠.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는 첫눈은 드물지만,
그래도 기다리며 약속하는 것은 추억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모든 기대를 할 수 있고 상상을 펼수 있지요
종각 앞에서 무한정 눈을 맞으며 기다리는 총각 ?
그 시절에 저도 총각이었다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