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re] [멸종위기동식물] 조류 ② 개리

박상태 2 703 2006.02.10 01:01

아주 옛날 야생 개리 한마리가 거위 됐다

<img src='../data/imagebox/544/3696021894_AXVbNs3w_d875ae9303f247030de3b10fbb388d49382487f0.jpg' align='' width='320' height='240' vspace='0' hspace='0' border='1'>

‘개리’ 이름만 듣고서는 무슨 새인지 머리에 금방 떠오르지 않는 낯선 이름이다. 아마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생김새를 보게 되면 “아~거위~”라고 말할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아시아 지역에서 야생 개리를 잡아서 가금화한 것이 현재의 거위라고 한다. 이런 연관성 때문인지 개리는 거위와 생김새가 참 많이 닮아 있다. 개리의 특징인 목 앞쪽의 밝은 갈색과 뒤쪽의 어두운 갈색이 목의 중앙을 따라 뚜렷한 경계를 이루고 구분되는데, 이런 특징은 지금의 거위에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거위는 이마에 뚜렷하게 돌출된 혹이 있는 반면, 개리는 부리에서 이마로 날렵하게 올라오는 생김새에 차이가 있다.

개리의 날렵한 부리와 머리 모양은 대부분의 기러기 종류가 두툼한 형태의 부리를 가진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독특한 형태는 개리의 먹이를 찾는 습성 때문에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개리가 먹이를 찾는 행동을 관찰해 보면 다른 기러기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개리는 먹이를 찾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드러운 흙을 파헤치는데 소모한다. 갯벌이나 진흙을 파헤치며 흙 속에 묻혀 있는 식물의 뿌리, 어류, 무척추동물 등을 찾아서 먹는다.

이렇게 먹이를 찾는 행동은 마치 굴삭기가 땅을 파는 것과 같다. 땅 속에 머리를 박고 흙을 물어서 주변에 쌓아놓고 또 머리를 박고 흙을 판 후 주변에 물어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구멍을 파는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가끔 힘 있는 놈이나 얌체 같은 놈은 다른 놈이 파고 있는 구멍을 빼앗기도 한다.

개리는 기러기류 중에서 대형에 속하는 종으로 아시아의 중국, 몽골, 러시아에서 번식하고, 한국과 중국의 남부에서 겨울을 난다. 강의 하구, 해안가, 저수지에 주로 서식하며, 국내에는 한강하구, 임진강 하구, 주남저수지, 낙동강하구, 금강하구에 찾아온다. 개리는 서식지의 파괴와 밀렵으로 전세계적으로 수가 많이 줄어들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세계 집단은 약 5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동 시기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많은 수가 포획된다고 한다.

몇년전 필자는 한강 하구에서 개리의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서 3마리를 산채로 포획한 후 주소와 번호가 써 있는 가락지를 달아 날려보낸 적이 있다. 사실 철새의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 가락지를 부착하는 경우 다른 지역에서 발견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러시아에서 한국의 가락지를 붙인 개리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온 이메일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필자가 가락지를 부착한 3마리의 개리 중 2마리가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는데, 사실은 사냥꾼에게 사살된 뒤 가락지만 회수된 것이었다.

개리를 멸종 위기로 몰아 넣는 위협 가운데 사냥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제 손으로 가락지를 달아주었던 놈이 러시아에서 총에 맞았다는 것을 알고나니, 이들이 직면한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했다. 또한 한국의 가락지를 달고 있던 3마리의 개리 중 2/3가 사냥으로 죽었다는데서 사냥이 얼마나 개리의 생존을 위협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락지를 달아주고 1년 후 한강하구에서 3마리 중 남은 한 마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하게 살다가 다시 돌아온 그 놈을 보며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살아남은 한 마리의 개리가 미래에도 생존할 것이라고 확신하고픈 것은 필자의 욕심일까?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turnstone@me.go.kr

Comments

이두열 2006.02.10 08:06
  좋은사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
선물은 .......
오재관 2006.02.11 08:05
  공공의 적이라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요?

우리들이 잘 모르는 가슴아픈 기억들을 간직하고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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