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난 굴뚝새 소리

유재구 10 738 2006.05.01 17:01
학생들을 인솔하고, 수학여행으로 덕유산을 다녀왔습니다.

설천봉까진 케이블카로 오르고 설천에서 향적봉까진 도보로 올랐습니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도중 내려다 본 자연의 경관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막 물이 오른 신록은 아가의 손처럼 부드럽고 가녀린 방년의 향이 나는 듯 하였습니다.
이 산 저 산으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쌍쌍 브루스로 날고 우짓는 새들은 세상 유일의  세레나데였습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초입은 아직 드믄 드믄 얼음과 고드름 그리고 눈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다는 느낌에 아이들은 올라가기를 주저하고 휴게실로 숨는 놈도 있었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그런 추억이 있기에 눈감아 줄까하다 그냥 끌고 올랐갔습니다. 그놈들 입이 세 치도 넘게 나왔지요. 오르는 길은 너무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낮은 수목들이 바람을 막아줘 양짓길이 되었습니다.  오르다오르다 파리도 보고 이름 모를 곤충들도 보면서 ‘이 높은, 추운 곳에 네가 왜 왔니? 살기도 힘들텐데......’ 혼자의 생각도 해봤습니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속세의 근심을 멀리한 것 같았습니다.
사진도 찍고 바위 위에서 폼도 잡아보고 하다가 하산을 했는데.......
하산하는 절 보고 휘파람새가 와, 울며 배웅하고 노랑턱멧새는 목을 부풀려가며 갈 길을 붙잡았습니다.
돌아서는 정상에선 검은 멋쟁이 굴뚝새 신사가 정장예복을 차려 입고 꽁지깃을 치올리면서 울어울어 저를 또 붙잡아 놓았습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 세상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또 있을까?’ 굴뚝새하면 겨울잠시 마을 인가 굴뚝부근에서 삑삑 소리를 내면서 낮게낮게 나는 걸 지게작대기로 후려쳐 한 번 궈 먹을 생각만 했지 ‘이런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하산길에선 일행과 한참 멀어지도록 혼자 그 소리에 넋을 잃었습니다.

설천봉 휴게소에서 볼일도 보고, 동동주 한 잔을 꺾으면서 또다시 그들을 잊지 않고 찾게 노라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Comments

유재구 2006.05.01 17:03
  사진은 다음의 주소에서 옮겨 온 것임을 밝힙니다.
<a href=http://www2.kongju.ac.kr/srcho/pintail/2004/jan/data06/Dsc_2912.jpg target=_blank>http://www2.kongju.ac.kr/srcho/pintail/2004/jan/data06/Dsc_2912.jpg</a>
강현빈 2006.05.01 20:08
  굴뚝새라는 이름을바꾸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굴둑새는 까만색 아닌가요
박상태 2006.05.01 21:52
  선생님께서 묘사하시는 글을 읽노라니 저도 마치 그 곳에 가있었던 듯 느껴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언젠가는 그 속에 묻혀살것을 오늘도 다짐합니다.^^
김혁준 2006.05.01 22:09
  자연에서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싶네요^^
김익곤 2006.05.01 22:48
  예전에는 흔히 겨을에 볼수 잇었던 새인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에는 통 보질못했습니다.
어둡고 후미진 곳만을 날으면서 자그마한 소리로 다니지요.
자연의 품에서의 산행이 마치 제가 간듯한 착각을 하게 합니다.
정연석 2006.05.01 23:14
  반짝이는 눈망울이 카나리아와 많이 닮은것 같습니다...
예쁘네요...
유재구 2006.05.01 23:33
  강현빈님.
굴뚝새는 늘 굴뚝 안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유년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김익곤님.
굴뚝새는 겨울에 먹이를 찾아 민가 근처까지 내려오고 봄이 되면 다시 고산 지대로 올라갑니다.

발정기 때 소리는 처음 들어본 소리지만 작지 않은 소리와 멜로디가 아주 좋았습니다.

박상태님.
자연의 아름다움 좋습니다. 돈 많이 축적하셔서 전원의 주택을 마련하시죠?^^
유재구 2006.05.01 23:34
  김혁준님. 소리를 듣고 싶으시면 고산으로 가보시면 운 좋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국순정 2006.05.02 00:09
  이해 합니다.저도 가슴으로 느껴옵니다.
저는 주택가에서도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면 옆에서 누가 얘기해도 하나도 안들려요.
새소리에 이미 귀가 멀어버리거든요.
강태진 2006.05.02 09:08
  좋은 산행 하셨네요
저도 일욜날 얼떨결에 가평 운악산 따라갔더니
정상에서 우는 새소리에 시름이 씻기더라구요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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