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치자꽃

김갑종 15 485 2006.07.28 22:16
치자꽃
치자꽃에서 내 아버지의 향기가 난다.
농삿꾼의 아버지한테서 두엄냄새가 나야 되겠지만
나에게는 치자꽃 냄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해 특산물인 치자는 요즘처럼 장마철에 가지를 짤라 땅에 발로 꾹꾹 박아 두면 금새
뿌리가 내리고 4-5년 뒤에는 울타리를 만들고 치자 열매를 생산해낸다.
"갑종아! 연장 챙겨라!"
이른 새벽에 땅 개간하려 가자며 깨우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졸업때까지 매일 그랬다.
만오천평을 개간했으니 손금인들 남아 있을까?
산을 개간하고 밭데기를 계단식으로 만들고 그 계단에는 치자나무를 삽목하였으니
 치자생산을 백가마 이백가마가 넘게 하였다.
 치자가 노오랗게 익을 때는 온 식구가 메달려 밤에도 치자를 땄다.
손전등을 비추며 날씨도 차가운데 때 아닌 가족 엉터리 합창단이 되곤하였다.
신이 났다. 밀린 월사금과 용돈은 치자 팔아 해결 되었으니....

 양재 꽃시장에서 겹치자나무를 사왔다.
어느 아침 어디선가 누가 나를 깨웠다.
치자꽃이 피면서 향기를 뿜으며 내 아버지는 그기 서 계셨다.
장남을 깨우기가 미안한 얼굴로....

Comments

김갑종 2006.07.28 22:27
  카사모 레벨5 ,이만점이 넘었는데 메달이 금메달에서 파란 메달이 되었습니다.

요즘 치자와 암미 풍란이 베란다의 쾌쾌한 냄새를 죽이고 있습니다.
돌아 가신지 30년이 지났지만 왜 아버님은 더욱 더 선명한 모습일까요?
치자꽃이....치자꽃이....
권영우 2006.07.28 22:44
  김갑종님!
아버님이 무척이나 그리우신가 보네요.
치자 냄새가 진하디 진하던데 아버님의 냄새와 사랑도 그렇게 진했나 봅니다.

포인트에 메달색이 회원구분으로 바뀌어졌는데 그 부분은 수정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웹마스터께서 해결해 주시겠지요.
박상태 2006.07.28 22:45
  이만점 달성 축하드립니다.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아버지의 정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네요.^^

가슴이 뭉클해요...
박상태 2006.07.28 22:46
  오히려 버그가 있으니 레벨이 오르거나 점수가 달성되었을 때 더 잘 알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ㅎㅎㅎ

곧 고쳐주실겁니다.^^
김두호 2006.07.28 23:22
  저에게는 새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성질 고약한 절 고쳐 보겠다고 새와 개들을 사다 주시며, 굶겨 죽이거나 날려 보내거나 해도 잔소리 한 마디 없으시며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짝을 맞추어 주셨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사육하는 것 같습니다.
깁갑종님의 글을 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겨 봅니다.
안은준 2006.07.28 23:44
  어머니란 단어는 가슴이 찡하고 뭉클하지만

아버지란 단어엔 살아 생전에 다못한 효 때문 일까요.. 가슴이 뜨거워 오네요..

김선생님 좋은 글 그리고 사진 즐감합니다..  치자꽃 향기도요...!

정연석 2006.07.29 00:09
  딱 보는순간 글이 꽤 길기에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읽기를 잘했네요...안 읽었으면 후회할뻔 했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제 곁에 계시지만, 후일 무슨 향으로 제 곁에 남아 계실까 생각해봤습니다...
국순정 2006.07.29 00:19
  가슴한구석이 절여오느 기분입니다.
 대부분의 아들딸들이 늦은후회를 하기에 가슴이 더 아파옵니다.
저는 어려서 부모님과 떨어져살았기에 지금도 애뜻하고 더드리지못해 죄스럽고
 아타깝습니다.아무리 나이를먹어도 부모님 마음은 헤아릴수가 없나봅니다.
뒤늦은 후회 하지안기위해 카사모 여러분 조금만 부모님께 효를 행합시다.^^
박기남 2006.07.29 06:27
  좋은글입니다. 이글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사진의 치자꽃이 튼실해보입니다.
하지만 겹꽃이라 치자열매를 맺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향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것 같습니다.
전영윤 2006.07.29 06:59
  그 위치에 가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수 있다는 말이 맞는듯합니다.
아이일땐 어른이 되어봐야 어른을 이해하고
아들일땐 아비가 되어서야 아비를 이해하고
아비는 자라는 자식을 보며 어버이를 이해하게 되는듯합니다.^^
강현빈 2006.07.29 08: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일찍이 아버님이 떠나셨지만
베트남과 아이스케익만 볼 때면 늘  생각납니다 
배락현 2006.07.29 08:57
  누구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전 중학교 졸업 할 때까진 엄하시다는 것 ,,이 후는 자상함,,그냥 바라보시는 것만으로 큰 버팀목이 되셨지요. 지금도...
치자 꽃을 바라보시면 동심으로 돌아가 아버지께 막 떼쓰고 싶으시지요? 이제는 그리움으로만.............마음속에 묻어나는 ...그 향기로만
전신권 2006.07.29 10:08
  오늘 아침도 출근길에 연로하신 아버지를 집 앞에서 만났습니다.
날로 쇠약하시어 가지만 아직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계시기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열정이 있으신 분이시기에 90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아직도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시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얼마전에 오일장에서 꽃치자와 열매치자를 사다가 농장 한켠에
심어서 그 향기를 오래 즐기려고 하였는데 앞으로 치자 앞에 서면
김선배님의 아버님이 떠 올려지겠네요.
유재구 2006.07.29 14:21
  저희집 치자 나무는 늦봄에 무성한 꽃을 피우고
 한 번도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향기는 정말 진하고 좋았습니다.

만평이 넘는 치자밭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
김갑종 2006.07.30 10:30
  아버님께서 저 지금 나이에 협심증으로 ....
리플 모두 아버님의 사랑이 대단하십니다. 감사드립니다.
저 손금은 아직도 뭉개진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싱글 골프가 못된 이유는 개간하면서 오른쪽 어깨만 사용한 버릇 때문이랍니다.
개간한 땅이 황금 옥토가 아닌 묘지와 버려진 땅이 되어 있으니....
치자꽃이 피어도 하나 즐겁지 않고 여러날째 우울하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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