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으악새’는 새(鳥)가 아니다

정병각 6 695 2006.10.16 12:39
고복수를 아십니까?


  “아~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 강물도 찰랑찰랑 목이 멥니다.”

  객지생활이 고달플 때, 또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중년 이상 남성들이 한 번씩 불러보는 이 노래는
울산이 낳은 대표적인 예인(藝人) 고복수(高福壽․1911~1972)의 대표곡 <짝사랑>입니다.
참고로 이 노랫말에 나오는 ‘으악새’는 새(鳥) 이름이 아닌,
산이나 들에 자라는 ‘억새’를 말한다는 걸 알아두십시오. 

이 참에 가수 고복수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면, 그는 일제 치하 때인 1934년 <타향살이>를 발표해
당시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떠돌며 살던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주는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타향살이는 이듬해 발표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인 트로트시대를 연
노래로 높이 평가되고 있지요.

  고복수는 학창시절 교회 선교사에게서 음악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OK레코드사에 스카우트되어
1934년 <타향살이>, 이듬해 <사막의 한>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요.
그 후에도 <짝사랑> <휘파람> 등 인기곡을 차례로 발표했던 그는 아내이자 가수인 황금심(黃琴心)씨와 함께
국내 각지와 중국을 순회공연하며 당시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또, 1957년 은퇴 후에는 후진양성에 전념하면서 이미자(李美子) 등 많은 인기가수를 배출하기도 했구요.
 
 한편, 울산지역에서는 망향의 한을 달래주던 국민가수이자, 한국가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복수선생의
가요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고복수 가요제’를 열고 있는데, 16회째를 맞는 올해 고복수 가요제는
우리 카사모 행사가 열리는 이달 29일 개최됩니다.

이번 행사 때는 고복수의 짝사랑과 타향살이도 한번들 불러보시죠....
 

Comments

원영환 2006.10.16 13:12
  제가 으악새에 대해서 알어본 결과 억새와는 다른 내용이군요....^^*

1980년대까지의 사전들에 “으악새:‘억새’의 방언.”처럼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으악새’가 ‘억새’인 줄로 알고들 있다.

김능인이 노랫말을 짓고, 손목인이 곡을 붙이고, 고복수가 노래를 부른
‘짝사랑’첫절에 “아 ∼ 으악새 슬피 우니 … 여울에 아롱 젖은 … 강물도
출렁출렁 …”이라고 나온다.

그러고 보니 ‘으악새’가 물과 관계가 있음을 알겠다.

‘억새’는 산에나 들에 나서 자라는 풀이라 물과 관계가 없고, 울지도 않는다.
(강가에 자라는 억새와 비슷한 풀은 갈대 입니다.)

‘억새’의 사투리는 사전마다 ‘웍새’라고 되어 있다.
한편, 사전마다 ‘왁새’가 ‘왜가리’의 사투리로 되어 있다. ‘왁새’는 남쪽에서
봄에 우리나라에 와서 논이나 강, 호숫가 물에서 살다가 가을에 돌아가며
슬피 우는 철새다.

소리도 이 ‘왁새’가 ‘웍새’보다 ‘으악새’와 가깝다.

1990년대에 들어서 두 글을 모두 살려서

“으악새1: → 억새”

“으악새2: → 왜가리”

라고 했는데, 앞에것은 잘못이다.

3판에 덩달아서 “으악새:①억새(경기) ②왜가리(평안)”라고 했다.

이라면 마땅히

“으악새:‘왜가리’의 사투리”

라고 바로잡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였다.

답변참고 >>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정병각 2006.10.16 13:38
  아, 그렇군요.
덕분에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태 2006.10.16 17:52
  저도 정병각님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 학교에서는 분명 억새의 일종이라고 배웠거든요..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는 작사가에게 직접 물어봐야하는 것 아닌가요?ㅎㅎㅎ
정병각 2006.10.16 19:19
  인터넷에 보니까,
<짝사랑>의 원래 작사자는 김능인이 아니라 박영호라고 합니다.
그런데 해방이후 원산에 거주하다 북쪽사람이 된 그의 이름이 남쪽에서 금기시 되는 바람에
김능인으로 왜곡되고 말았다는군요.

박상태님 말대로
작사자에게 물어봄이 가장 좋은데, 그럴 수도 없고....
권영우 2006.10.16 20:51
  여러가지 설이 있나 봅니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네요.
억새가 울던, 왜가리가 울던 가을은 깊어가네요.
정연석 2006.10.17 22:01
  "으악새는 새가 아닐수도 있다" 로 글제목을 바꿔야 겠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 애창곡인데...정말 많이 들었습니다...한잔하시고 집에 들어오실때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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