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 여자
정병각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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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1 08:05
※2월의 첫 날, 카사모 주필에 오르신 김갑종 선배님을 축하드리며
지난 날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 한편 올립니다.
그 女 子
정 병 각
십여 년은 흘렀네 그 여자, 전화통에 매달려 다짜고짜 만나자고 잠 깨우던 봄 제 할 말만 재잘거리곤
시간 장소 전하고 뚝- 수화기를 내려놓던 성도 이름도 알 수 없던 여자 가랑잎 같은 몸매 옥수수수염
닮은 파마머리 나풀거리며 레스토랑 탁자 앞에 턱- 걸음을 멈춰 서던 여자
하얀 이마에 알 수 없는 미소 감추던 여자 어둠이 수북한 강둑 늙은 미루나무 아래서 푸른 달빛 출렁
이는 강물을 잘도 바라보던 여자 한 아름 약봉지 가슴에 끌어안고 세브란스병원 하얀 담벼락에 기대
어 쓴 눈물 같은 시 몇 구절 부쳐오곤 하던 여자 그 후로- 뚝, 연락을 끊어버려 기다리는 마음 더욱
애타게 하던 정말 알 수 없는 여자 정말 야속했던 여자
그 여자 잘도 바라보던 강물처럼 훌쩍 오륙 년이 흐른 어느 봄 그날처럼 전화통 붙잡고 불쑥, “잘 살고
계십니꺼?” 물어 오며 나를 놀라게 했던 여자 여전히 애잔한 음성이던 멀지 않은 곳에 산다던 나처럼
어린 딸 하나 두었다던 변함없이 파마머리 나풀거리던 가랑잎을 닮아 내내 잊혀지지 않던 여자
서너 달이 훌쩍 지났네 그 여자, 링거 줄에 하얗게 매달려 풀잎처럼 그렇게 혼자 가노라던 그 낯선 가을
이 달에는 어떤 모습으로 활약이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시간대에 잠을 자고 그리고 뜨는 해를 바라보면서,
함께 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며 연정인가 봅니다.
감수성이 대단하시네요.^^
감자기 그 여자가 생각 나네요...
아~ 그 여자.....
총각때 부산 광안리에서 함께 거닐었던 그.여.자~~
생각납니다...그/여/자...아~ 그 낯선 겨울!!
틈새
살틈새
몽당연필,아인슈타인,상대성원리,만유인력
빨개 벗은 시인
주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온데 좋은 시까지 ...
요셉병동의 링거 줄에 하얗게 메달린 기분입니다.
어떻게 써야 지금 이 기분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죠?
너무 어려운 숙제를 내주십니다.
그러나 그 여자에 대한 여운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겨울의 찬공기가 밤을 가르는 지금 이시간에도.....
한참은 잊고 잘 지냈는데....
가슴 깊이 감추어진 사연을 끌어내신
김갑종님과 정병각님이 책임지십시오.
"누구나 그 여자에 대한 추억을
가슴 속 깊이 감추며 산다, 오래도록..."